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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목문수 Aug 12. 2020

당신이 사는 곳이
당신을 말해줍니까?

- 빈 방에서

예전에...이런 카피가 있었다.

"당신이 사는 곳이 당신을 말해줍니다"



그 말은...  공간에 대한 인문학적 평가로는 

딱히 틀린 말이 아니지만

"당신이 사는 아파트의 브랜드/가격이 당신을 말해줍니다" 를 순화시킨 표현이라면..

참... 잔인하고 무도한 말이었다.



 20년 후. 오늘 나는.... 속뜻이 정확한 그말을 또다시 들었다.

"당신이 사는 곳이 당신을 말해줍니다" 





요즘 젊은이들은

4,50대의 중년이 집이 없으면, 실패한 사람이라고 여긴다는 얘기다. 

부동산에 일찌감치 재테크를 해서 ... 회사는 취미로 다니는 선배들을 우러러본다는 내용.

정말 그런지는 몰라도... 요즘 부동산 카페는 2,30대가 대부분이라

 알아듣기도 어려울거라는 또다른 누군가의 말이 떠올라.. 의기소침해진다.



뉴스에서는 청와대에 누구가,  11억에 20평대 아파트를 팔았다고 전한다.

청와대 비서진 중 누군가는 '직'보다 '집'을 택했다 한다. 

이어지는 비 피해 소식, 유래없는 큰 비에...

농가의 주택들이 마치 판자들처럼 허물어지고 쓰러져가는 장면들.

두 뉴스 사이의 좁힐 수 없는 간극과 이질감에 울컥, 마음이 굴러떨어진다. 


집이  뭔데...





티비를 끄고, 연결된 유투브에서  <밀라논나>라는 분의 영상을 봤다.

백발여인. 

패션은 내 관심사가 아니었지만,

그 짧은 백발이 반갑고 좋아, 추천해주는 영상을 지켜봤다.


비스킷 깡통에다 호밀비스킷을 담아, 재활용.

틴 비스킷 박스가 예뻐서 버리지 않고 쓴다고 했다.

입닦은 휴지를 모아, 기름때 닦을 때 또쓰고,

접착력이 좋은 테이프를 모아, 스웨터에 뭍은 먼지를 뗐다.

방금전까지 굳었던 어깨에 힘이 빠지고, 이상하게 위로가 되었다.



빈방에 털썩 앉아 

발목을 돌린다.




어쩌면... 오늘 너무 많은 이야기를 들었는지도 몰라.

의기소침해지는 날엔, 방에 앉아 허리를 쭉 펴고... 스트레칭을 한다.

휴지를 버리지 않고...

한번 더 쓰는 건, 궁상을 떠는 게 아니라,

그저 삶을 살아가는 것 뿐이라고.

집도.. 삶을 위한 공간일 뿐이고.






이게

어리석은 삶이었다면...

무능력한  선배의 상징이라면.. 

인정해야지. 뭐. 


"내 사는 곳으로 나를 더 잘 알게 되었나요?  

.... 그래요. 그게 나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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