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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목문수 Oct 26. 2020

모르는 이의 죽음

황유미 염호석을 기억한다

재계, 정계, 언론에서 어제 떠난 한 남자를 애도한다. 엄청나게 부자라서 그 사람이 내야 할 상속세까지 계산하며 걱정이 깊다.


한 사람의 죽으면 하나의 우주가 사라진다... 던가...?  어디서 읽었는데.


*      *      *      *


2007년 반도체 세정 일을 하던 23세 황유미 씨가 급성 골수성 백혈병으로 사망했다. 이후 10년 동안 그 회사에서 일하다 백혈병, 뇌종양 등에 걸렸다고 신고한 노동자가 230여 명, 그중 79명이 세상을 떠났다.


2014년 5월 노조원 염호석 씨가 파업 도중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유서에는 "노조가 승리할 때까지 시신을 안치해달라"고 쓰여 있었지만, 장례식장으로 경찰 수백 명이 들어와 시신을 훔쳐갔고 급하게 화장했다. 조사해보니 회사는 돈으로 가족을 매수했 경찰도 돈을 받고 협조했다.


7억 정도 되는  ‘살바토르’라는 말은,  2015년 11월 그 회사에서 정유라 씨에게 사준 말이다. 2016년 2월  ‘비타나V’와 ‘라오싱’ 마리를 25억 원을 들여 사준다.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합병할 당시 주식교환 비율을 산정하면서 자회사였던 삼성 바이오로직스의 기업 가치가 크게 반영되었는데, 부회장은 합병 이후 삼성물산의 최대 주주로 올라섰다. 그 과정에서 직원들의 컴퓨터 및 휴대전화에 담겨 있는 관련 자료들을 삭제하고 공용 서버를 빼돌렸다. 4조 5000억 원대 분식회계 증거자료는 송도에 있는 삼성 바이오로직스 공장 바닥 마루 밑에 숨겨두고 있었다.



*      *      *      *


어제 죽은 그 노인을 향한 많은 애도의 명단에서 나는 빠지련다. 뇌물죄로 두 번이나 유죄 확정 판결을 받고도 다 사면받았다. 누릴 것 다 누리고 못 누릴 것도 누렸다. 자기 똑 닮은 알뜰한 아들도 있다. 기자님들은 상속세만 10조 원 넘을 거라고 아침 저녁 걱정하는데 그 회사에 변호사만 몇 백 명. 누가 보면 언론사가 세금 내는 줄, 적당히 하자.






지금쯤 36살이 되었을, 너무 빨리 흩어져버린 그의 우주, 그들의 우주...



https://www.youtube.com/watch?v=SAK_LuLpf8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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