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고 있었다. 벼락이 쳤는지 안쳤는지도 몰랐다. 허니 거지가 되었는지 안되었는지도 모르지.
내가 살고 있는 곳은 경기도 최북단. 북한발 뉴스가 쌩하면 오들오들 떠는 지역이다.
남들보다 한 달 먼저 겨울이 시작된다고 해서, 시베리아라는 별명으로 불린다.
이렇게 멀리까지 이주해 온 이유는 단 하나. 전세가 싸서다. 서울까지 가려면 넉넉히 두 시간을 잡고 현관문을 나서야 하지만, 매일매일 출퇴근자가 아니니 감수하기로 했다. 이점을 빼면 춥고 고요했던 동네다.
이곳이 2기 신도시라는 것도 사실은 며칠 전에야 알았다. 이사 올 때, 여기까지 올라가도 되나 싶을 정도로 자유로를 달렸더니 엉성한 아파트 숲이 나왔고. 의외로 많은 집이 있길래 들어와서 산 것뿐이다.
몇 년 전 이주 당시에는 도시가 좀 컴컴하게 느껴질 만큼 빈 공간이 많았고, 아파트 앞으로 빈 공터에 배추나 토마토 농사짓는 분들도 계셨다. 몇 년 떠났다가 올해 초 다시 돌아왔을 때도... 공사 소음이 조금 커지기만 했을 뿐 별반 다를 게 없었다.
허니, 경기도에 단 두 곳 배제되어있던 "비규제지역"이라는 것도 몰랐다. 김포의 집값이 들썩인다는 뉴스도 흘려들었다. 김포는 여기서 멀다. 단 하나 있는 다리를 건너야 하는데 통행료도 낸다. 헌데... 김포가 규제지역이 되었다. 그리고 우리 동네가 유일한 "비규제지역"으로 남았다.
지역 온라인 카페에서 웅성거리는 몇 개의 글을 읽고 알았다. '호가'라는 것이 2억이 올랐단다. 2억? 내년이면 10년 되는 아파트가? '여기서 계속 살아볼까...'라며 통장잔고를 계산해보던 것이 불과 몇 개월 전인데. 부동산 아주머니 말대로 못 했다. 망설였다. 내가 틀렸다. 모두들 아파트를 산다. 영혼이라도 끌어모아서 사고 있었다.
왜? 선뜻 집을 사지 못했나. 돈이 없어서다. 그게 젤 크다.그렇지만 더 근본적인 문제는 내 '집'에 대한 생각 때문인 것 같다.
주택에서 30년 정도를 살았다. 한집에서.
아버지가 망하기 전까지 어린 시절과 청년시절을 모두 그 집에서 보냈다. 마당이 있고, 개가 있고, 감나무가 있고 김장독이 있고 옥상이 있는 집이었다. 그것이 영혼에 각인된 '집'의 모양이었다. 언젠가 돌아가야 할 집. 고향이 없는 나에게 고향이나 다름없다.
아파트를 사면, 거대한 콘크리트 덩어리에 속에 뭔가를 저당 잡힐 것 같은 그 느낌 때문에, 영혼도 갈아 넣어 보지 못했다. 아파트 밖으로 밀려나게 된 것이다.
20여 년 전 "부자 되세요~ "라고 외치던 김정은 언니의 상큼한 조언의 진짜 의미는... "아파트 사세요~"였나 보다. 머뭇거리며 흔쾌히 응답하지 못한 죄.
앞으로는 내가 콘크리트 덩어리라고 부르는 공동주택, 변두리 아파트에서 사는 것조차 불가능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그렇다고 마당이 있는 집으로 쉽게 돌아갈 수 있을지도 모르겠고. 어쨌든 내 영혼은 더욱더 자유롭다. TT
오늘도 신문을 펼치면 기자님들은 종부세 걱정과 검사님들 걱정을 하시는데... 갑자기 벼락거지가 된 내 걱정도 좀 해주시면 좋겠다. 아마 영원히 안 해주실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