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할까, 밤새 고민한 결과다. 미움인지 미련인지 복잡한 마음을 접는 방법. 유치한 게 허세보다 낫고 몸 아픈 게 마음 아픈 것보단 낫다. 그는 조금 놀란 것 같았지만. 허리를 숙이고 볼을 쓱 내밀었다. 세게 때려야겠다고 다짐했는데. 올렸던 손에서 힘이 빠졌다. 세상에 시원한 이별이 어디 있겠나. 이만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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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있는 초딩이, 이젠 많이 컸겠다
영화 <조제, 호랑이, 물고기들>에서 제일 좋아하는 장면은 남자 주인공 <츠네오>와 조금 썸을 타던 <카나에>가 <조제>를 찾아온 씬이다. 앞집 초등학생 소녀가 <조제>가 탄 수레를 끌고... 낑낑대며 언덕을 오르면, 거기에 키가 큰 <카나에>가 서있다.
연적의 만남. 분홍색 목도리에 분홍색 스커트를 입은 카나에는, 예상보다 더 볼품없는 모양새인 <조제>의 모습에 놀라면서도 화가 난다. 그녀는 명백한 질투의 감정으로 조제의 장애를 비꼰다.
"그럼 너도 다리를 잘라"
조제는 멋지게 받아친다. 화가 난 카나에가 조제의 따귀를 한 대 때리고. 조제는 손을 들어, 카나에를 기다린다.
카나에는 볼을 내밀어, 한 대 맞는다.
나랑 같은 얘들이 또 있었다. 하지만 난 여자는 때리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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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을 쾅 닫고 방으로 들어가 버린 남편은 오후 내내 나오지 않았다. 흥분은 가라앉았지만 화는 남아있었다. 개버릇 남 못준다고, 손쓰는 놈은 손을 쓴다. 나는 문을 쾅쾅 두들겼다. "문 열어. 당장 열어. 안 그러면 부순다" 남편은 순순히 문을 열더니 다시 이불을 뒤집어썼다. 머리 끝까지 올린 이불을 홱 젖히며 말했다.
"... 너 한 대 맞아"
남편은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고쳐 앉으면서 나를 노려봤다. "그럼 너도 한 대 맞아"
"잔말 말고 여기 딱 대" 남편은 내쪽으로 등을 밀었다. 나는 손을 호 불고, 어깨에 밖으로 팔을 휘휘 돌리다가 큰 호를 그리며 손바닥을 내리쳤다. 시원하고 경쾌한 소리. 가슴이 탁 터졌다.
"어디가, 일로와."
남편은 돌아서는 내 등 뒤로 걸쳐있던 후드를 잡아당겼다.
"어쭈. 여자를 때려?"
남편은 빙그레 웃었다. "남녀평등시대야"
남편의 커다란 손이 등짝에 닿는 순간. 헉, 하고 숨이 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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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담백한 난투극?>은 20세기 내 이별 방식과 똑같았다. 누군가를 향한 복잡한 마음을 접기에 이만한 방법또 없다.지키고 싶은 건 나. 떨치고 싶은 건 미련뿐. 연애의 마침표. 빨간 손자국.
한 대를 맞고도 또다시 나타난 남자와 결국 결혼했다. 나중에 왜 돌아왔냐고 물었더니, 그는 '복수하기 위해서'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