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책하고만 씨름했을 것 같은 축 처진 어깨의 중년 남자는 두꺼운 안경, 그 너머 어디를 보는 건지... 정확한 초점을 알 수 없는 눈동자를 한 채, 오로지 입 주변의 근육만 움직이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 나도 처음에는 UFO 회의론자였다. " 고.
영화는, 맹박사의 인터뷰로 이어진다.
훈련 중 우연히 UFO를 목격했던 전투기 조종사를 만나... 짧았지만 강렬했던 비행 추적기를 듣고, 또 현직 사진기자를 만나, 우연히 찍게 된 선명한 UFO 사진에 관한 이야기도 나눈다.
1995년 문화일보 김선규기자가 찍은 UFO사진
그 사진은.. 이후, 필름의 현상 오류가 아니라, 실제 UFO(미확인 비행물체)라고 국제적으로 인증도 받았고, 그 어마어마한 크기나 속도까지도 예측되었다.
영화는 그렇게... UFO의 관측자?들을 찾아다니며, 그 발견 경위와 개인적 의견을 듣는다.
특별한 사진을 찍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중에는, 동네 뒷산에 올라 하늘을 바라보며 수십 장의 사진을 찍는 중년 여성도 있고, UFO와 교감한다고 믿는 사람, 광화문 이순신 동상 앞에서 10년 넘게 특정 시간을 정해 셔터를 누르는 사람도 있다. 세계적인 UFO학자와의 논쟁, UFO발견자들 동호회 발대식도 있었다. 다소 어지러운 열정과 들뜬 기대 속에서, 맹박사는 누구도 비웃지 않고 또 확신하거나 부정하지도 않은 채로, 특유의 심드렁한 표정과 작은 입술로 차분하게 비과학적인 것을 구분하려고 애쓴다.
미확인 비행물체의 증거와 흔적을 좇는 여정은 그렇게 다시 몇 년에 걸쳐 이어진다.
그리고... 전북 익산. 미륵산 인근 철로변. 작은 농로에 앉아, 밤의 하늘을 향해 카메라를 세워 둔 몇몇의 모습이 나온다. 그곳에서 오래전부터 UFO 관측해온 나이 지긋한 어르신이 자신이 촬영해온 물체가, 비행기나 지구 주변을 도는 행성이 아니라... 스스로 강렬한 빛을 내며 특이한 궤도로 움직이는 제3의 비행물체라는 것을 맹박사에게 설명한다.
마침내, 다큐멘터리 촬영팀과 함께 UFO 관측이 시작된 밤. 산 언덕 너머... 환한 불빛을 내고 사라지는 몇 번의 순간이 카메라에 담긴다. 그 밤, 과학자 맹성렬은 작게 미소 지으며 말한다.
"나도 이제 UFO 관측자가 되었네요. 이건 참... 많이 다르군요. "
미륵산 인근에서 그들은 마침내 UFO촬영에 성공한다
맹박사는 마지막으로 자신이 조우한 비행체의 모습이 대략적으로라도 어떤 것일지 알고 싶어 디자이너를 찾는다. 자신이 봤던 아주 작은 불빛의 모양. 그 모습에 대한 스케치를 부탁한다.
영화는 예상보다 많이 웃기다. 시종일관, 진지한 중년의 어른 사람들의 나오는데... 그들의 티 없이 순수한 열정이 묘하게도 해방감을 전해준다. 카메라는 누구도 급하게 재단하지 않고 느긋한 시선으로 충분히 보여주고, 녹음 사운드나 배경 음악도 매우 친절하고 경쾌하게 분할되어 있어서, 전혀 지루하지 않다
그리고 영화관을 나올 때... 문득, 하늘을 다시 한번 올려다보게 된다.
우리가 알지 못하는 것이... 여전히 있다는 것. 그것이 확신할 수 있는 진실이며 괴짜나 망상가들만의 것이 아니라 또한 과학적 태도면서 인간의 장점이었다는 것. 너무도 당연했지만 어느새 어른 사람으로 살아가느라 잊어버리고 말았던 그것! 을 환기시켜주는 영화. <UFO스케치>
올 가을에는 하늘 한번 오래오래 살펴봐야지. 영화에 보니까, 우리 동네에도 UFO가 자주 출몰한다던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