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예술 속에 있을 때, 그는 생활 속에 있지 아니하고.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 미하엘 바흐친, <예술과 책임>
너무 만만히 시작했다. 세상에서 제일 뻔한 이야기를 써보자 했는데. 뻔한 걸 쓴다는 게 뻔한 일은 아니었다. 안다고 생각한 고통은 정말 아는 건가 싶어서 자꾸 뒷걸음친다. 하루 두 시간만 허용한 글쓰기는, 학업? 에 방해가 될 만큼... 뇌의 일부분에 과부하를 준다 TT.
이제와 얘기지만, 사주에 '도화'만 세 개라서... 아, 내 인생은 대충 매력으로 비비면 되겠구나, 싶었다. 한데 남편도 없고 티브이도 없고 가만히 앉아 열흘 지나도록 부모조차 연락 없는 절대 비인기를 확인한 여름날... 등줄기를 타고 흐르는 땀에게 가만히 내 인생을 물어보니, 그 도화라는 게 똥 피 세 장이란다.
누구나 인생에서 한번. 성형이 필요하다. 어른의 얼굴을 만들어야 하는 순간. 누구는 작정하고 뼈를 깎는 고통을 감내하며 얼굴을 선택하고 누구는 매일매일 팩을 붙여 완성하고. 어쨌든 버텨내야... 제 얼굴이 나온다. 요행이 피해 다니면 비겁함과 눈치, 억울함이 덕지 붙은 늙은 어린이의 얼굴로 남을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건 숨이 붙어있으면 아직 판은 나가리 되지 않았다는 거. 한번 흔들어보고 끝내야지. 무쓸모의 도화... 깎아먹을 시간ㅠ
꽃을 피웠으니 이제 열매를 먹겠다고 누가 알아주는가, 흔하디 흔한 복숭아 세 알. 깎으면 무슨 맛이냐면 복숭아 맛이겠지. 뭐가 달라지는가. 답은 간단하다. 사실 누구도 신경 쓰지 않고 알아주지도 않고. 그 어떤 차이도 없다. 결국 내가 먹고 배부르겠지. 사람은 무한하게 다채롭고 헤괴한 방식으로 이기적이다. 당연히 이런 전투에 후방 지원은 없다. 알아서 살아남기.
ps. 이봐요. 관상,아니 사주가양반! 1999년, 그때 압구정 그 카페에서 내 얼굴 피했던 거. 나 다 기억해... 제 아무리 못생긴 꽃도 다 피는 이유가 있다고. 당신 말 안해준 거... 난 이제 눈치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