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듭된 경고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가격의 상승랠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지금 사는 사람은 투기하는 사람이 아니다. 필요해서 울며 겨자 먹기로 빚을 내서 사는 사람들이다. 무주택자들의 공포와 불안, 울분은 판단력의 한계를 넘어선 지 오래다.
심판받지 않는 권력. 그중에서도 선출직만큼은 아니지만 오히려 그래서 별다른 견제를 받지 않는 권력이 바로 고위공무원. 행정부는 정치권력의 시녀일 뿐, 잘못된 지시를 따라 수동적으로 이뤄진 사태일 거라는 생각은 접는다. 국토부 고위 공무원이 국회의원들을 상대로 <주택사업자 폐지>를 만류하고 다녔다는 말. 집값 폭등의 근본 원인 중 하나로 꼽히는 주임사의 연장을 설득하고 다닌다니? 그들은 이미 정치인 출신 장관에게 현실과 동떨어진 집값 14% 상승이라는 지표를 제공해 웃음거리로 만든 바 있다. (그렇다고 멍청한 장관에 면죄부가 주어지는 것도 아니다.)
재무부 정책에 도전하지 말라는 미국 증시의 불문율이 있다. 그만큼 재무부의 권위가 인정을 받고 있다는 이야기. 권위주의에 나오는 권위가 아닌 시장을 장악하는 영향력과 명분에서 나오는 권위다. 하지만 한국의 국토부는 투기꾼들로부터 조롱의 대상으로 전락한 지 오래. 언제부턴가 무능함조차 부끄러워하지 않는 뻔뻔한 집단이 된 것 같다.
국토부는 대한민국 부동산 시장의 책임부서다. 한국의 부동산 정책은 전문가조차 헷갈릴 정도로 수시로 바뀌고 복잡하다. 누더기가 된 복잡하고 혼란한 법은 시장의 순기능마저 파괴한다.
투기꾼은 빠르다. 규제보다 빠르고, 시장보다 빠르다. 규제는 단순하고 전반적이며 이해하기 쉬워야 한다. 그런데 이 정부는 시종일관 복잡하고 국지적인 정책을 펼쳤다. 4년 내내 핀셋 대책만 세우며 허송세월 했다.
풍선효과는 일상용어가 되었다. 대한민국 국토부를 생각하면 전문 엘리트 관료로서의 자존심과 오기는 없다. 실패가 일상화되었는데, 자괴감조차 느끼지 않는 것 같다.
어려운 시험을 통과한 사람들이 똑똑할 것이라는 편견은 버리자. 이미 25번의 실패로 완벽하게 입증해 보였다. 국민들이 바보에서 탈출하는 방법은 단 한 가지밖에 없다. 그들의 무능을 고의로 확신하는 것.
대통령 지지율이 40프로에 육박한다는 뉴스에는 허수가 있다. 지금 대다수의 무주택자들이 느끼는 허탈과 공포, 분노는 깔끔하게 여과되었다. 노무현에 이어 그들의 집권할 때마다 핵심 지지층인 서민에게 똑같은 종류의 배신감과 고통을 주는 엔딩으로 끝나는 것이 씁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