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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목문수 Mar 03. 2021

나다운 모습으로 살아남기

-영화 <미나리>의 윤여정 인터뷰를 보고

https://www.youtube.com/watch?v=A8IyCyJXSGk&feature=share&fbclid=IwAR08ReBv_MAUlfLLvK7RH0dKNy2swpv8l3r53Ttrmz9h4VduIX6tysPjpyg




가장 인상 깊은 대답은 요약하면 이거다. 


"나는 캐릭터를 위해 변장하지 않는다. 점찍고, 뭔가 과장된... 설정을 하지 않는다. 그냥 연기한다." 


주연 배우가 아닌, 조연 배우로서...  수십 명의 캐릭터가 자신의 개성과 역할을 하며 스쳐 지나가는 가운데, 어떻게든 자신의 역할을 튀어보려는 게, 특히 TV극인데. 당연 유혹이고, 어쩌면 전략이기도 했을 터. 그렇게 해서라도 어떻게든 대중에 기억에 남아, 다음 배역과 인지도를 높여야 하는 무한 경쟁의 세계에서.  참... 이상하게 고집스러운 선택이다. 아마도 "화녀"를 통해 젊은 날, 이미 주목받았던 경험이... 아니면 온전히 그녀의 성격이 그런 고집을 가능하게 했을지도. 어쩌면, 또 인생의 큰 물결을 한번 겪어본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절박 하지만... 어쨌든 일이라는(그저 밥벌이) 초연함 때문에라도 가능했을지 모른다. 


어쨌든 70대 노장 배우의 뒤늦은 스포트라이트에 단 한 명도 딴지 걸 수 없는 이유 역시 같다.


여러 드라마나 영화 속에서,  어떤 희한한(이상한) 여자 역할을 해도, 윤여정스럽게 녹았다. "저 사람은 원래 저럴 것 같아..." 하는 느낌은, 윤여정이라는 배우가... 막막한 대본 속에서 찾아낸 "인간"의 모습이다. 자기가 표현할 수 있는 인간... 을 자기 안에서 최선을 다해 찾아내어 구현한 것이다. 자기 안에서, 누군가를 끄집어낸다. 배우는 정말 이상한 직업이다.  



70년대부터 80년대, 90년대... 그리고 지금까지, 어떻게든 살아남아... 그녀의 모던함이 빛을 발하는 순간까지 견뎌왔다.  70대시라니까, 우리 엄마랑 비슷한  1950년대 생이실 텐데. 그녀의 제스처 어디에도 쿨! 하지 않는 것이 없는 걸 보면... 그 성격, 그 고집에,  그 시대라니...  녹녹지 않으셨을 것 같긴 하다.


.... 아닌 것에는 타협하지 않고, 그렇지만 최선을 다하며. 나다운 모습으로 살아남기!

마흔 줄 넘고 보니, 그렇게 산다는 게 과연 노력으로 가능한 일인가, 싶다. 오히려 그런 성격이라 그냥 그렇게 살아가는 것 아닌가 싶기도 하고. 자주 거절당하고, 아니라는 말을 듣다 보면 과연 나다운 게 뭔가, 싶다. 

아예 처음부터 틀린 건가 싶어서, 주변을 기웃거리고. 다른 사람은 어떻게 하나... 흔들리기 마련이다. 


나다운 모습으로 살아남기 위해선, 나다운 모습으로 "하면"되는 게 아니라..."잘"해야 된다. 그래야 퇴출당하지 않고 살아남는다. 아마도 윤선생님은, 그러기 위해서 '작은 영화/독립영화' 돈 안 되는 힘든 영화도 마다하지 않으셨던 것 같다. 나름대로의 생존 전략이랄까.



그녀는 그녀의 방식으로 '윤여정 다운 배우로 어떻게든 살아남아' 할 일을 찾아서 하고 계셨는데, 해외에서 "잘한다"하니, 그저 피식... 웃으셨다. "난 정말 애쓴 거라고!"는 빈말이 아니다.   

암튼 영감을 주는 멋진 인생이다. 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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