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by 복쓰

글은 막막함과 섬세함, 거부와 인정을 함께 남겨가며 손가락 힘과 함께 끝없이 내달린다.


어떤 글을 써야 할지, 막막하다. 쓰지 않았던 시간이 대단했던 때는 이렇게나 막막하지 않았다. 글을 꺼내기 위해 몸의 어느 부분, 마음의 한 구석에 박혀있는 형체 없는 그것을 들여다보는 시간이 섬세하게 다가온다. 한참이나 갈 곳 없어 허공에 띄우고 있는 손가락은 막막하고, 눈빛, 마음빛으로 찾아내는 시간은 섬세하다. 같은 시간, 같은 몸에서 벌어지는 이 현상에 대해, 곧이어 평가가 뒤따른다. 작가의 책을 옆에 두고 있다. 써 내려가는 나의 글이 초라해질까 봐 스스로 거부와 인정의 잣대를 대어가며 글자를 지웠다 썼다를 반복한다. 나는 대단하지 않은 시간을 선택했다. 글쓰기의 막막함은 세심히 살펴볼 것을 권유했고, 이 과정은 대단히 민주적이다. 부드럽게 다가온 이 시간은 이전과는 달리 자신을 토닥이는 법, 천천히 해나가도 된다는 위로를 함께 전하며 내밀한 마음을 북돋아준다. 거부와 인정의 몫을 타인에게 주지 않고, 나에게 선택권을 준 것도 고무적인 일이다. 나를 바로 보는 이 시간이 막막할지라도, 나만의 속도로 섬세하게 끝없이 내달려 보려 한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쓸쓸할 때 쓸쓸한 얼굴을 하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