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개츠비
군 기지의 텐트가 그에게 예사로운 것처럼 데이지에게 그 집은 예사로운 것이었다.(216쪽)
이 문장에서 나는 당혹스러움이 떠오른다. 왜냐하면 군 기지의 텐트에서 늘 예사롭게 머물렀던 개츠비가 보석처럼 빛나고, 우아한 품위를 가진 사랑하는 그의 연인인 데이지의 집에 들어섰을 때 꽤 당황스러웠을 것이라고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 공간에 걸음걸음이 예사롭기 위해서, 혹은 예사로운 척을 위해서 개츠비는 어떤 마음이었을까? 무엇을 견뎌야 했을까? 견디는 것이 없을 만큼 사랑의 황홀함에 빠져들었을까? 만일 내가 예사롭지 않은 곳에 조금이라도 놓인다면 알 수 없는 박자로 뛰어대는 심장을 느낀 채로 나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빨리 그곳을 벗어날 궁리를 했을 것이다. 개츠비에게 사랑하는 연인의 집이 예사로운 것이 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을 해야 했을까? 그런 노력을 하는 것이 진짜 사랑일까? 그런 노력 없이도 서로의 상황이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것이 사랑일까?
문득 예사로운 이라는 단어에서 사랑의 의미로 생각이 옮겨간다. 내가 경험해왔던, 혹은 지금 내가 경험하고 있는 사랑은 어떤 것인가? 사랑 경험 속에 있는 나는 어떤 감정이 크게 느껴지는가? 또 어떤 감정을 바라는가?
서로가 지닌 예사로움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사랑 경험의 질은 달라질 수 있다. 자신의 기준에 맞추라고 강요할 수도 있고, 서로의 기준을 맞추며 균형을 맞춰나갈 수도 있을 것이다. 혹은 자신의 기준을 아예 침묵하고, 상대의 기준에 그대로 흡수될 수도 있을 것이다. 결국 관계에서 한 존재로서 자신의 무게를 어떻게 인식하느냐에 따라 적합한 조화를 찾을 수 있는 지혜가 뒤따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