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복쓰 Jul 28. 2022

존중 교실

1

꿈꾸는 교실의 모습이 있나요? 평화롭고, 관심과 고요함이 있으면서 웃음이 넘치는 그런 교실 말입니다. 탁월한 교실에서는 두려움이 있을까요? 어떤 어려움도 탁월한 교실에는 머물지 않을 것 같아요. 무엇이든 척척 해내는 아이들과 선생님의 협력이 매일 따뜻한 교실로 만들어낼 것 같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우리 교실도 그렇게 될 거라고 확신했습니다.

 하지만 다양한 연수를 듣고, 책을 읽어도 그런 교실을 만나기 어려웠습니다. 탁월한 교사의 모습과도 거리가 점점 멀어지는 내가 보였습니다. 연수에서 알게 된 방법을 우리 교실에 적용했고, 감동스럽게 느꼈던 책의 구절을 따라 쓰는 노력을 해도 내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겉으로는 멋진 선생님, 최고의 선생님이라고 말했지만, 매일 하는 수업도, 교실에서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는 것에도 힘이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스스로를 따뜻하게 바라보지 못하고, 교실 상황을 부담스럽게 느끼니 교사인 내가 별로라고 느끼는 날이 많아졌습니다. 마음에 여유가 사라진 것 어쩌면 당연한 일입니다.

더 멋진 선생님이 되려고 스스로를 채근하기도 하면서 다른 사람들의 말과 행동에 탓을 하는 날도 많아졌습니다. 시간이 갈수록 마음에 들지는 않고, 심지어는 느끼는 감정의 정체도 정확하게 모르는 척 대충 넘어가게 되었습니다. 도대체 무엇이 잘못되었고, 어디서부터 해결해야 할까요?


"어떤 느낌이 드세요?"

"지금 기분이 어때요?"


어느 날 기분에 관한 질문을 듣게 되었습니다. 어떻게 되었을까요? 순간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고, 생각나는 대로 생각을 전달했습니다. 그러자 다시 질문을 받았습니다.


"선생님, 지금 느끼는 기분이 어떠시냐고요?"


앞이 깜깜해지고, 입은 굳었습니다. 심장은 제 속도를 잊은 채 쿵쾅쿵쾅 뛰기 시작했습니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내 감정을 알아차리고, 그것을 알아차리는 것이 그토록 힘겹고, 어려운 일임을 그제야 알았습니다. 그때까지 나와 우리 교실의 아이들은 내 뜻대로 이끌 수 있다고 생각하며 살았습니다. 돌이켜보면, 감정에서 막힌 일은 늘 해결되지도 못하고 원인을 찾는데만 시간을 낭비했습니다. 결국 남 탓하는 것에 익숙해지고, 나 자신을 탓하는 일도 많아졌습니다. 마음이 불편했습니다. 교실에서의 삶이 뜻대로 그려지지도 않고, 그것은 집에 와서도 풀리지 않는 숙제처럼 긴장을 떠 앉고 사는 시간의 연속이었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선생님의 자기 존중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