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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지면서 '너무 오래 고독 속에 있었기 때문에 침묵하는 것을 잊고 말았다!'라고 외친 자는. 침묵, 그대는 그것을 이제 배웠는가?
질문과 대답
침묵에 대한 경험은 어떠한가요?
지금 기분이 어때요? 감정을 이해하는 것은 자신을 알아가는 첫 단추이자 직면하고 있는 문제를 제대로 바라볼 수 있는 기회입니다. 이렇게 자신을 제대로 들여다보면 감정에 뒤섞여 있는 스스로를 분리시키고, 문제 밖에서 진짜 문제를 통찰할 수 있는 기회도 가지게 되지요.
문제가 되는 것은 외부 목소리의 평가가 두려워 다른 사람의 마음을 먼저 헤아리면서 관계를 이어가려는 나입니다. 이러한 마음은 이미 습관이 되어 자동적으로 생각하고, 실행하지요. 관계에 흐트러짐을 원하지 않는 나는 내 의견을 억제하면서 굉장히 순종적인 사람이 됩니다. 사실은 속이 부글부글 끓으며 분노로 가득 찰 때가 많아지면서도 말이에요.
다른 사람을 기준으로 살아가는 삶에 익숙해지면 나를 향한 격려나 위로에 대해서도 의심의 눈초리가 생깁니다. 스스로를 방어하기 위한 침묵은 강한 습관으로 자리 잡아갑니다.
침묵에 대한 자신의 경험은 어떠한가요?
자신의 감정을 묻는 질문에 쉽게 대답이 되는가요?
힘들어하는 가족을 바라보면서 내가 힘든 것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여기며 묵묵히 참았습니다. 가족과 주변 사람들의 평가가 전부인 줄 알았고요. 그 평가의 목소리대로 살아야 되는 줄 알았고요. 이렇게 내가 참는 것은 별것이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어느 날은 몸이 아픈 내가, 나를 채근하고 있었어요. 아픈 나는 아프다는 말을 꺼내기도 전에, 침묵을 선택했고 나를 제대로, 온전하게 책임지지 못했습니다.
"나 지금 아프니까, 이거 좀 해주세요."
이 말을 꺼내놓는데 시간이 참 많이 걸렸습니다. 내 기분이나 생각을 편안하게 드러낼 수 있는 관계 안에서 나의 욕구나 바람까지도 온전하게 표현하게 되었으니까요. 결국 관계의 문제였습니다.
이제는 겪어서 알고 있습니다. 침묵하지 않을 관계에 대한 선택권 또한 나에게 있다는 것을요.
시간이 제법 걸렸지만, 지금이라도 경험을 통한 앎은 내 삶을 온전하게 살아갈 책임과 용기를 불어넣어 줍니다.
지금 여기에서 나는 나를 바라보고, 나에게 따뜻한 말을 건넵니다.
"괜찮아?"
그리고 내 주변의 사람들에게도 편안하게 말을 건네지요.
"어때?"
관계 속에서 나는 자유로움을 선택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물론 침묵도 선택할 수 있는 것이 되었고요.
침묵에 대한 경험은 나에게 통찰의 시간을 주었고, 나에게 머물고 있는 이 시간이 편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