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맛보지 못한 감정이 있나요?

죄와 벌 2

by 복쓰

250쪽

이미 오랫동안 맛보지 못한 감정이 파도처럼 그의 영혼 속으로 밀려 들어와 순식간에 영혼을 부드럽게 해 주었다. 그는 그 감정에 저항하지 않았다. 눈에서 눈물 두 방울이 흘러나와 속눈썹에 맺혔다.


나의 질문과 대답

오랫동안 맛보지 못한 감정이 있나요?


엄마와 단 둘이 차에 올랐다. 근처에 살 것이 있어 다녀오던 길이다. 어느 때와 다름없이 평일에 직접 만나지 못하는 작은 집 할머니, 이모들의 안부를 묻는 보통의 대화를 이어나갔다.

엄마가 내 차에서 내리시려는 찰나에 침묵했던 말이 갑자기 꺼내졌다.


"엄마, 내 손등에 상처 알아?"

"그게 뭔데? 언제 그랬는데?"


"대학교 때 글루건을 처음 만졌는데, 뜨거운 부분을 거꾸로 들어서 손등 위로 접착제가 떨어진 거야. 여기 손등 위에 상처 보이지? 근데 그 순간 너무 뜨거웠는데, 웃었어."


"왜?"

"너무 뜨거웠는데, 주변에 있던 친구들이 웃었거든."

"..."


"엄마, 나 사실은 힘들어도 힘들다는 소리를 잘 안 해. 그건 엄마도 잘 알지?"

"..."


"엄마가 우리 어릴 때부터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이니까, 나라도 괜찮아야 한다고 생각했나 봐. 그게 습관이 돼서, 아파도 그냥 참아. 그래서 뜨거운 글루건 풀이 손등에 떨어졌을 때도 그냥 참았어."

"말을 하지, 똑똑하다고 하면서 왜 말을 안 하니?"

"..."


엄마의 채근에 대답을 하지 못했다. 몇십 년간 참았던 눈물이 뛰쳐나왔다. 눈과 코와 입으로.

엄마 앞에서 참 오랜만에 소리 내어서 울었다.

엄마는 다 큰 딸이, 어디 밖에 나가면 자매 같다는 소리를 듣기까지 하는 작은 딸의 울음소리에 당황하셨다.

그리고 몇 마디 하시고는 엄마 집으로 황급히 가셨다.

나는 차에서 울음을 토해냈다. 책에서 글로만 보았던 "울음을 토하다"는 표현을 직접 경험한 것이다.

그 경험의 끝은 시원했다. 가슴속에 막혀 있던 것이 눈으로, 코로, 입으로, 온몸으로 뛰쳐나오는 느낌이었다.


다음 날 오후, 제법 고칠 곳이 많아 보이는 장문의 문자가 엄마에게서 왔다.

엄마도 살기가 바빠서 그랬다는 이야기와 미안하다는 내용이었다.


또 한바탕 울음을 토해냈다. 나는 괜찮아졌다.

사랑하는 엄마가 계신 것만 해도 충분하다고, 그저 존재하시는 것으로도 온전한 사랑이라고 느끼고 있다.

공부를 하면서.


나는 이제 괜찮다. 이럴 수도 있고, 저럴 수도 있다는 마음이 이제야 든다.

나는 그렇게 우리 엄마를 차분하게 바라볼 수 있게 된 것 같다.

사랑하는 우리 엄마를.

사랑하니까.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차분한가요? 들떠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