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의 언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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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훌륭한 소질이 우거진 잡초 속에 묻혀 있고, 그것을 가꾸지 않고 제멋대로 내버려 두어서 잡초가 훨씬 높이 우거진 꼴이었지요.
나의 질문과 대답
확실히 훌륭한 소질을 가꾸고 있나요?
'나다운 하루를 보냈나요?'
나다운 하루에 수많은 물음표가 붙습니다. 나다움의 정의가 선명하지 않습니다.
의미를 남기지 않고 지나치는 시간은 불안하고, 마음이 한 곳에 머물지 못합니다.
나를 찾아 헤매는 두 발은 움직일 생각조차 하지 않습니다.
엄마, 교사, 며느리, 동료, 딸, 학생.. 수많은 역할이 물 위에 뜬 기름처럼 나의 본질과 제대로 어우러지지 않은 채 둥둥 떠다니고 있습니다. 동그란 시계틀 안을 쉼 없이 버둥대며 움직이는 시곗바늘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나다움에 대한 나의 정의가 필요해봅니다.
'복잡한 것을 견디나요?'
하루에도 예고할 수 없는 일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역할 이름 뒤에 숨어 있던 일들이 한순간에 터져 나오기도 하고, 한 가지를 해결하고 나면 다음 일이 차례를 지키며 찾아들기도 합니다. 통제와 조절에 익숙한 나는 복잡한 일에 침묵하며 버티고 있습니다. 명확함이 절실했습니다. 지금까지 그렇게 살아왔기 때문입니다. 칼로 재단하듯 정확하게 진행되는 일에 만족 느꼈습니다. 실시간으로 벌어지는 일들 앞에서 나는 숨을 참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어떤 경험이 더 필요할까요?
'자신의 입장을 선명하게 이해하고 있나요?'
삶이 막연하게 느껴지고, 말문이 막힐 때 글을 씁니다. 막힌 호흡은 써내려 가는 글의 길을 따라 숨길을 찾습니다. 답답한 부분에 충분히 머물며 생각의 꼬리를 찾습니다. 엃혀 있던 생각은 시간을 두어 풀리면서 나의 입장으로 나타납니다. 분명한 생각은 나의 입장을 선명하게 드러내고, 다른 사람들과 대화에서 말문을 열어줍니다. 내가 원하던 것을 얻게 되면서 만족감과 효능감이 느껴집니다.
나에게 지금 당장 필요하고 도움이 되는, 확실히 훌륭한 소질은 질문하며, 나의 대답에 머무는 태도입니다.
그 막막함을 견디는 나를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