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나 카레니나>307쪽
"당신 남편의 분명하고 정확한 표현은 언제나 날 놀라게 해요." 그녀가 말했다.
"아무리 심오한 개념도 저분이 이야기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니까요."
그러나 그녀는 뱃시가 말한 내용을 한마디도 이해하지 못했다.
비슷한 경험이 있나요?
50일 된 아이는 얼굴이 열꽃을 품은 붉은 자국으로 가득했다. 첫 아이라, 부모님의 말씀이 육아 사전에 나오는 말처럼 여겨지던 때이기도 하다. 아이를 이불에 싸매어 50일 사진을 찍으러 스튜디오에 갔다.
초가을쯤, 제법 늦더위가 자리를 지키고 있어서 그런지 스튜디오에서는 약한 에어컨 바람을 켜두고 있었다.
사진을 찍으려고, 싸매고 있던 아기용 덮개 이불을 펼쳤을 때,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지금 생각해도, 상상 속의 일처럼 느껴진다. 재빠른 엄마의 손은 정지화면의 카메라 셔터는 눌렀지만, 영상으로는 찍을 순간은 놓쳐버렸다.
"50일 된 아이가 분명하고 정확한 표정으로 엄마를 바라보며 반달 웃음을 지었어요."
"아기의 말로 엄마에게 뭐라고 옹알거리는데, 제법 긴 문장이라 말을 한다고 믿었다니까요."
그러나 다른 사람들은 내가 말한 내용을 누구라도 비슷하게 지나가는 일이라며 그 순간을 믿지 못했다.
눈빛으로, 옹알거리며 건네준 사랑은 사춘기를 지나가고 있는 아이와 그 곁을 지키는 엄마에게 분명하고 정확한 힘이 되어주는 것은 확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