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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적글적샘 Sep 24. 2021

추석을 보내고 난 뒤

가족, 노동, 제자와의 만남

1. 생각보다 화목한 가정이 별로 없다. 연휴 기간 동안 만난 친구, 제자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생각했다. 적절한 거리감이 무너지면 서로에게 주는 상처를 보지 못하게 된다는 사실을, 그렇게 생긴 불신과 증오의 깊이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깊다는 사실을.


2. 난 1인분의 몫을 감당하며 살기도 벅찬데, 자식, 남편과 아내, 부모 역할까지 하며 사는 사람들은 대체 어느 정도의 에너지를 가진 걸까. 내가 가지 않은, 가지 않을 길이지만 그 길을 선택한 사람들이 자책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힘든 상황도 무던히 견뎠으면 좋겠다. 나는 감히 도전조차 못할 3인분의 삶을 잘 살아내고 있는 거라고 스스로를 위로하고 다독였으면 좋겠다.


3. 노동의 가치가 폄하되는 시대를 살면서  일을 사랑하는 마음이 부족했다 싶다. 재테크라는 말로 포장된 불로소득을 부러워하며 정작 내가 사랑하는  직업과 일을 너무 하찮게 생각하지 않았나 후회된다. 건강하게 살며, 끝없이 자기 발전해서, 끝까지 도태되지 않는, 현명한 사람으로 살고 싶다. 그렇게 내 일을, 내 삶을, 나 자신을 사랑하며 늙고 싶다.


4. 100만 원 받는다고 100만 원어치만큼의 일만 하면 딱 100만 원짜리 사람이 된다. 가치를 올리고 싶은 만큼 내 시간을 투자하자. 좋은 남편, 좋은 부모라는 선택지를 버린 만큼, 남는 에너지를 나를 위해 투자하자.


5. 식당에 갔는데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제자를 만났다. 볶음밥을 서비스로 받았다. 볶음밥이 너무너무 맛있었다. 그래, 졸업한 제자가 나를 보고 웃으며 맛있는 볶음밥을 서비스로 줄 만큼, 나도 꽤 좋은 선생님이었나 보다. 앞으로 사이다 서비스도 추가로 받을 수 있는 더 좋은 선생님이 되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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