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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적글적샘 Sep 10. 2021

차별과 배제의 글 쓰기

설득하는 글 쓰기 수업을 하면서 관심이 가는 사회적 주제를 자유롭게 고르도록 했다. 몇 가지 예시를 주긴 했지만, 고2 남학생의 삶에서 나오는 진짜 관심사가 궁금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내 신념과는 다른 학생들의 생각을 마주하게 될 때마다 무척이나 당혹스럽다. 촉법소년 제도 폐지, 난민 수용 반대, 정시 제도 확대, 차별금지법 반대, 동성결혼 반대 등등.

그렇다고 내 신념을 기준으로 학생이 선택한 주제를 거부할 수는 없기에 학생의 논리를 듣고, 글을 써 나갈 수 있는 방향을 차분하게 지도한다. 그러면서도 배제와 혐오의 시선이 담긴, 날이 선 언어를 어떻게 다뤄야 할지 고민이 된다. 그 글에 베이게 될 누군가의 마음이 걱정된다. 옳고 그름의 기준은 상대적이라는 수준에서 눈 감고 넘어가야 할까. 자신의 신념을 펼치면서 논리적 비약으로 가지 않게 적당한 수준에서 지도해야 할까. 아니면 삶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이 있음을 가르쳐줘야 할까.

남은 시간 동안 경상도, 부산, 남자 고등학교라는 빳빳하고 거친 환경에서 자라난  아이들의 굳은 마음을 조금  살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조금  부드럽게  세상을 포용하는 사람으로 자라났으면 하는 작은 바람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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