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무실 책상 위에 책 다섯 권을 올려 놓는다. 오늘 무슨 일이 있어도, 내 기분이 선택하는 책 한 권을 골라 30페이지를 읽으리라 마음 먹는다. 오늘 선택한 책은 박상영의 <오늘 밤은 굶고 자야지>. 마지막 챕터만을 남겨둔 책이다. 제목은 <하루가 또 하루를 살아가게 한다>.
적절한 호흡으로 단어와 문장을 가볍게, 때로는 무겁게 집어 마음으로 꿀꺽 삼킨다. 무겁게 삼킨 문장은, 소화되는 데 꽤나 오랜 시간이 걸린다. 이 챕터의 몇 부분도 그랬다. 느릿하게 되새김질을 반복하는 소처럼, 읽었던 문장을 읽고 또 읽는다. 그리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저마다 비슷한 고민을 품고 살아가는구나’
10페이지 안되는 에세이의 몇 문장에서 내 지나간 삶을 마주하고, 따뜻하게 위로한다. 그래, 나는 목적지를 향해 곧게 뻗은 길을 걷는 사람이 아니다. 오늘의 길은 지금, 여기서 끝난다. 불확실한 미래에 확실한 현재를 저당잡히지 말자. 다짐하고 또 다짐해 본다.
<박상영, 오늘 밤은 굶고 자야지>
‘때문에 나는 이제 더 이상 거창한 꿈과 목표를, 희망을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내 삶이 어떤 목표를 위해 나아가는 '과정'이 아니라 내가 감각하고 있는 현실의 연속이라 여기기로 했다. 현실이 현실을 살게 하고, 하루가 또 하루를 버티게 만들기도 한다. 설사 오늘 밤도 굶고 자지는 못할지언정, 그런다고 해서 나 자신을 가혹하게 몰아붙이는 일은 이제 그만두려 한다. 다만 내게 주어진 하루를 그저 하루만큼 온전히 살아냈다는 사실에 감사하기로 했다. 그런 의미에서 나와 같이 하루를 살아가고 있는 당신, 어떤 방식으로든 지금 이 순간을 버티고 있는 당신은 누가 뭐라 해도 박수받아 마땅한 존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