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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적글적샘 Mar 24. 2022

오늘 밤은 굶고 자야지, 박상영

교무실 책상 위에  다섯 권을 올려 놓는다. 오늘 무슨 일이 있어도,  기분이 선택하는   권을 골라 30페이지를 읽으리라 마음 먹는다. 오늘 선택한 책은 박상영의 <오늘 밤은 굶고 자야지>. 마지막 챕터만을 남겨둔 책이다. 제목은 <하루가  하루를 살아가게 한다>.


적절한 호흡으로 단어와 문장을 가볍게, 때로는 무겁게 집어 마음으로 꿀꺽 삼킨다. 무겁게 삼킨 문장은, 소화되는 데 꽤나 오랜 시간이 걸린다. 이 챕터의 몇 부분도 그랬다. 느릿하게 되새김질을 반복하는 소처럼, 읽었던 문장을 읽고 또 읽는다. 그리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저마다 비슷한 고민을 품고 살아가는구나’


10페이지 안되는 에세이의 몇 문장에서 내 지나간 삶을 마주하고, 따뜻하게 위로한다. 그래, 나는 목적지를 향해 곧게 뻗은 길을 걷는 사람이 아니다. 오늘의 길은 지금, 여기서 끝난다. 불확실한 미래에 확실한 현재를 저당잡히지 말자. 다짐하고 또 다짐해 본다.


<박상영, 오늘 밤은 굶고 자야지>


‘때문에 나는 이제 더 이상 거창한 꿈과 목표를, 희망을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내 삶이 어떤 목표를 위해 나아가는 '과정'이 아니라 내가 감각하고 있는 현실의 연속이라 여기기로 했다. 현실이 현실을 살게 하고, 하루가 또 하루를 버티게 만들기도 한다. 설사 오늘 밤도 굶고 자지는 못할지언정, 그런다고 해서 나 자신을 가혹하게 몰아붙이는 일은 이제 그만두려 한다. 다만 내게 주어진 하루를 그저 하루만큼 온전히 살아냈다는 사실에 감사하기로 했다. 그런 의미에서 나와 같이 하루를 살아가고 있는 당신, 어떤 방식으로든 지금 이 순간을 버티고 있는 당신은 누가 뭐라 해도 박수받아 마땅한 존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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