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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적글적샘 Feb 18. 2022

한겨레 21과의 독자 인터뷰

한겨레 21 처음 읽게   2007 어느 , 군대 휴가 복귀날이었다. 부산에서 대전행 KTX 타기 직전 부산역  편의점에서 간식거리를 고르고 있었다. 그때 삼성의 순환출자 방식을 비판하는 한겨레 21 표지가 눈에 띄었다. 당시 삼성의 환출자를 비판하는 언론의 목소리는 매우 소수에 불과했다. 삼성은 국가를 먹여 살리는 기업이었고, 삼성을 비판하는 것은 국가의 경제 성장을 가로막는 장애물처럼 여겨지던 시기였다. 대전을 향해 빠르게 달리는 KTX에서 한겨레 21 2시간가량 정독했다.  이후 매주 한겨레 21 사서 보았다. 기존의 언론에서는 전혀 주목하지 않는 소수자의 이야기가, 한겨레 21에는 담겨 있었다. 내가 현재의 정치적 정체성을 가지게  것도, 다양성에 주목해  학기   읽기를 꾸준히 진행하는 것도, 아마도  지난 청춘의 경험이 오롯이 녹아 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언젠가는 한겨레 21 정기 구독해야지라고 생각했다. 2012, 직장인이 되어  월급을 받자마자 제일 먼저 했던 것이 바로 한겨레 21 정기구독이었다. 그리고 정기구독을  지도 10년이 지났다.   시간 동안 설날, 추석 퀴즈 대잔치 코너에  번도 응모하지 않았는데 2021 추석, 처음으로 응모를  보았다. 엽서 마지막에 하고 싶은 말을 적는 칸이 있었는데,  길게 고민 고민하다 적었다. '일주일 중에 한겨레 21 읽는 시간이 제일 행복하다'라고. (물론 살짝의 과장이 있지만)  그런데 며칠  해당 문장을 감명 깊게 읽은 기자님에게 독자 인터뷰를 하고 싶다는 연락이 왔다! 너무 기뻐서 속으로 야호!라고 외쳤지만,  전화를 받았을  너무 바빠서 속마음을 드러내지 못했다. 아래는 인터뷰 기사. 중언부언 말한  같은데, 깔끔하게 정리해 주셨다. 감사합니다 기자님!



소수자 목소리를 계속 담아 주세요!

2주 연속 단박인터뷰에 '선생님' 독자가 등장하게 됐다. 직업의 다변화를 꾀해야 하는 것 아닐까 잠시 고민했지만, 계획대로 직진! 이유는 언제나처럼 퀴즈 큰 잔치 엽서에 또박또박 적은 애정 어린 응원 메시지 때문이다. 김형성(25) 독자는 2021년 추석 퀴즈 큰 잔치 때 '일주일 중 제일 행복한 시간이 <한겨레 21>을 읽는 시간이에요'라며 수줍은 고백(?)을 담아두었다. <21> 구성원 모두 진~한 감동에 휩싸였음을 꼭 알리고자 전화를 걸었다.


엽서에 적어준 메시지에 힘이 많이 났다. 어느 학교에서 근무하나.

부산의 한 남고에서 일한다. 올해 담임을 맡진 않았지만 수업은 2학년 대상으로 한다.


맡은 과목은

국어를 담당하고 있다.


남고 분위기는 어떤가. 상상이 잘 되지 않는데.

사실 요즘 만나는 분들한테 선생님이라고 이야기하면 "애들 가르치기 힘들지 않냐, 예의 없고 버릇없지 않냐"라고 하는데 잘 모르겠다. 내 눈에는 여전히 귀엽고 어리고 되게 착하고 좋은 애들인데(웃음). 주변 사람들은 뉴스에 나오는 단발성 기사들을 보고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다.


요즘 10대의 '문해력'이 위기라고 한다. 국어 선생님이니 비슷한 고민이 있을 것 같다.

모든 문제의 원인을 개인에게 돌려 '너희는 왜 못해?' 이렇게 생각하는 건 쉽다. 하지만 사실 시대가 바뀌지 않았나. 텍스트나 문자화된 글을 읽는 시기를 넘어 각종 매체와 영상이 난무하는데 예전과 똑같은 문해력을 요구하는 것도 과한 것 아닌가. 문해력의 정의도 달라질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한다. 그러다가도 수업하면서 아이들이 글 못 읽으면 속상하기도 하고, 고민이 많다.


<21>도 어떻게 하면 (글에 친숙하지 않은) 젊은 독자들을 만날 수 있을까 고민스럽다.

<21> 기사를 수업 때 많이 활용했다. 특히 소수자 얘기에 관심이 있어서, 장애인, 성소수자, 이주민 관련 이슈로 수업할 때 <21> 기사를 쓴다. 물론 주간지다 보니 기사도 길고 아이들이 조금 어려워하지만, 천천히 읽어가면서 설명해주곤 한다.


가장 '애정'하는 꼭지는 무엇인가. 

'류승연의 더불어, 장애' 칼럼을 좋아했다. 소수자 관련 목소리가 <21>에 끊임없이, 정기적으로 나왔으면 좋겠다. 다른 주간지에선 그런 기사를 읽기 힘들다.


관심 분야에 '젠더'를 선택했던데.

지난 학기에 최승범 작가님의 책<저는 남자고, 페미니스트입니다>을 갖고, '한 학기 한 권 읽기'를 몇몇 모둠에 시켰다. 내가 그 책을 읽으면서 공감을 많이 해서 아이들도 잘 읽을 거라 생각했는데, 꼭 그렇진 않더라. 공감을 못하는 부분에 큰 반감을 드러내길래, (아이들이) 페미니즘을 왜 이렇게 싫어하는지 고민돼 '젠더'를 택했다.


마지막으로 지면에 꼭 남기고 싶은 말은

10년 동안 기부하는 마음으로 구독했다. 진보언론의 재정이 걱정되기도 하고(웃음). <21> 구독자가 많이 늘었으면 좋겠다!


박다해 기자(doal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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