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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적글적샘 Feb 13. 2022

학생과의 인터뷰

학년 말 발간되는 교지에 내 인터뷰가 실렸다. 인터뷰하는 학생의 질문이 참신해서 즐겁게 인터뷰를 했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실제 발간된 교지의 말투가 전부 어색한 구어체다. 아무래도 인터뷰이의 말을 그대로 옮기기만 하고, 정연하게 다듬지 못한 듯싶다. 약간의 아쉬움(?)이 남지만, 고생한 교지 편집부 학생에게 고마움을 전하며 교지에서 했던 인터뷰 내용을 살짝 다듬어 기록해 둔다.  


1. 국어교사가 되기로 마음먹은 특별한 이유나 계기 같은 게 있나요?


- 이 질문을 굉장히 많이 받는데 대부분의 선생님이 학창 시절에 좋은 선생님을 만나, 선생님에 대한 꿈을 가지게 된 경우가 많다고 들었어. 불행하게도 나는 학창시절에 존경할 만한 선생님을 한 분도 만나지 못했어. 그래서 선생님을 보면서 교사의 꿈을 키우지는 않았어. 대신 수업 시간에 발표 수업이나 모둠 활동을 하면 항상 모둠장이나 발표자를 했었는데 그때 선생님들이 칭찬을 정말 많이 해 주셨어. 그때 내가 알고 있는 걸 남에게 가르쳐 주는 일이 내 적성에 맞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서 선생님이라는 꿈을 가지게 되었어. 당시에 가장 잘하고 좋아했던 과목이 국어였지. 그래서 국어 선생님이 되기로 마음먹었어.


2. 저희 학교 학생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 개개인별로 특성이 다 다른데 하나의 집단으로 묶어서 좋다, 나쁘다 이렇게 이야기하는 게 조금 망설여지네. 하지만 진짜 좋은 아이들이라고 생각해. 내가 이렇게 느낀 이유가 있어. 아이들이 인사를 너무 잘해! 복도에서 나와 한 번도 수업을 해보지 않은 학생들도 반갑게, 살갑게 인사해 주는 모습이 너무 보기 좋더라. 나도 먼저 인사를 건네고 싶은데, 아직까지는 나도 좀 꼰대스러운 면이 있어서 그런지 망설여지더라고. 그런데 학생들이 먼저 인사를 해 주니까 나도 즐겁게 인사할 수 있는 것 같아. 너무 고마워.


3. 매일매일 패션이 바뀌시는데, 평소 패션에 관심이 있는 편이신가요?


- 엄청 있지. 군대 가기 전까지는 엄마가 사주는 옷만 입는 사람이었어. 군대에 가서 주변 친구들과 패션 잡지를 보면서 패션이나 자기 관리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까 패션에 관심이 많아지더라. 직장인이 된 이후에는 월급의 많은 부분을 옷 사는 데 투자할 정도로 한창 옷에 빠져있던 적도 있었어. 지금은 절제를 하면서 적당히 튀지 않을 정도로 입자를 목표로 하고 있어. 패션이 매일 바뀐다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매일 바뀐다고 생각하니까 되게 신기하기도 하네.


4. 인생을 알차고 즐겁게 사시는 것 같은데, 선생님만의 '인생을 재밌게 사는 비결' 같은 게 있을까요?


- 아마 학생들이 내 인스타를 보고 내 삶이 재밌고 알차다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아. 사실 인스타라는 SNS가 좋은 모습, 행복하고 즐거운 모습만 골라서 남들에게 전시하는 공간이잖아. 그런 것들만 보면 인생이 행복해 보이겠지만, 실제 삶은 보이는 것만큼 즐겁지 않은 것 같아. 그래도 만약에 인생을 즐겁게 사는 비결을 묻는다면, 지금 내가 하는 것처럼 본인에게 소중한 기억들을 하나하나씩 모아서 사진이든, 글이든 자신만의 방식으로 남겨 두라고 말하고 싶어. 나중에 추억을 회상하기에도 좋고, 지나간 삶을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지 않을까?


5. 매 수업 시간마다 수업을 정말 열심히 준비하시는 것 같은데, 보통 수업을 준비할 때 어떤 마음가짐으로 준비하시나요?


- 이 질문받고 그래도 내가 수업 준비를 열심히 한 게 보람찬 일이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됐어. 열여덟 살의 나를 생각해 봤을 때, '내가 만약에 열여덟 살 때 이 수업을 들었다면, 나는 뭘 알고 싶어 했을까?', '그때 선생님이 이런 것들을 알려줬더라면 사회를 보는 눈이라든가, 국어 공부를 하는 체계적인 방법을 좀 더 빨리 깨달아서 공부를 더 잘할 수 있지 않았을까?' 이런 생각을 굉장히 많이 하는 편이야. 사교육을 받지 않아도 내가 주는 자료를 가지고 체계적으로 공부할 수 있도록 많은 것을 주는 게 수업 준비할 때의 목표야. 학생들이 부담을 느낄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되돌아봤을 때 '그 선생님 수업이 참 괜찮았다' 이런 생각이 들도록 하는 수업을 계속하고 싶어.


6. 코로나가 발생하기 전과 발생한 후의 삶이 어떻게 변하셨는지 궁금합니다.


- 엄청 많이 바뀌었어. 한 가지만 이야기하면 유흥을 좀 덜 즐기게 되었어. 나도 직장인이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편이라 주말에는 항상 친구들과 술 마시고, 클럽 가서 노는 걸 정말 좋아했어. 그런데 직업이 교사다 보니 그렇게 하다 보면 여러 가지 안 좋은 상황이 생길 수 있겠다 싶더라고. 그래서 스스로 자제를 하게 되었지. 지금은 다른 방법으로 지친 심신을 달래고 있어. 여가 시간을 보내는 방법, 이게 코로나 이후에 가장 달라진 부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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