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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적글적샘 Feb 06. 2022

글 쓰기 동아리를 마무리하며

글쓰기 동아리를 운영하고 싶다고 생각한 계기는 우연히 듣게  홍승은 작가의 강연 때문이었어.  강연은 다른 사람이  글을 읽고, 자신의 감상을 나눠주는 ‘합평 어떻게 하는지를 배우는 시간이었지.  자리에서 실제로 누군가의 글을 읽고,  감상과 타인의 감상을 듣는 시간을 가질  있었어.  장면이,  감동이 아직까지도 선명하게  올라. 누군가의 글에는 딱딱하게 응어리진 과거의 상처가, 누군가의 글에는 선명하게 채색된 행복이 가득했어. 모두들 자신의 글과 목소리로 각자의 삶을 빚어내고 있었어. 그리고  공간엔 서로의 삶을 마주하는 사람들의 세세하고 세밀한 감정의 결이 가득했지.

문득 국어교사로서 글 쓰기를 그렇게도 시켰건만, 글로 빚어진 너희의 삶을 자세히 들여다본 적은 없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 너희의 실수와 오류를 지적하고 바로잡아 주는 게 글 쓰기 교사로서의 역할이라 생각했어. 무엇이 고민인지, 무엇을 후회됐는지, 무엇으로 기뻐했는지 전혀 귀 기울이지 못했지. 서툰 언어로 빚어낸 너희의 삶을 완성작으로 바라봤어야 했는데, 차마 그러질 못했어. 가르치고 이끌어야 한다는 신념을, 그 부담을 조금만 내려놨더라면 하는 후회를 하곤 해. 학교에서는 그 부담을 내려놓기가 참 쉽질 않더라.  

나는 작년에 꽤 많은 글을 썼어. 브런치라는 사이트를 통해 내 지나간 삶을 단단하게 조각했지. 기억을 헤집어 글감을 찾고, 희미하게 남은 감정을 선명하게 채색해 정연한 언어로 표현하면서 나를 찬찬히 들여다보게 됐어. 그러면서 구석에 어둡게 웅크려 있던 나를 보게 됐어. 무겁게 가라앉아 있던 아픔을 띄우는 데는 큰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도 알게 됐지.

사람은 누구나 상처를 받으며, 그리고 그 상처를 숨기며 살아가. 후회와 아쉬움은 늘 우리의 발목을 잡지. 그런데 토해내지 못할 슬픔이란 없어. 다만 참으며 살아갈 뿐이야. 치유로서의 글 쓰기라는 거창한 이름을 붙이지 않아도 될 것 같아. 이번 동아리 활동을 통해 조금이나마 너희 마음속 구석에 가라앉은 웅크린 말들을 끄집어낼 수 있는 용기를 가졌으면 해.

목표와는 달리 글을 쓰고, 감상을 나누는 시간을 자주 갖지 못했지. 게으른 나의 잘못이기도 하거니와, 자주 바뀌는 학사일정, 시험이라는 현실의 벽이 있기도 했어. 내 욕심이 학업으로 지친 너희들을 괴롭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도 있었어. 그래도 되돌아보면 그 시간들이 모두 행복했어.

좁디좁은 2-3반 교실에 둘러앉아 조곤조곤 이야기를 나누던 시간들이, 좁은 모니터에 얼굴을 숨긴 채 나지막한 목소리로 자신의 글을 읽고 감상을 나누던 시간들이 좋았어. 근처의 독립서점에 가서 책을 고를 때도, F1963에 가서 선선하게 부는 바람을 들이마실 때도 행복했어. 너희 모두에게 그 순간이 행복한 기억으로 간직됐으면 좋겠다.

가끔씩 글을 쓰렴. 스스로를 쓰다듬는 사유와 돌봄의 시간이 충분해야만, 과거라는 돌부리에 넘어지지 않고 앞을 향해 갈 수 있단다. 글 쓰기가 너희에게 그런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어. 너희의 앞날을 응원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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