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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형주 Jun 01. 2021

평균의 종말 - 새로운 시대

토드 로즈

이 책의 주요 전제는 언뜻 보기엔 단순하다. 즉 평균적인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것이다. 당신은 평균적인 사람이 아니다. 당신의 아이도 동료도 학생도 배우자도 평균적인 사람이 아니다. 이 말은 기분을 띄워주려고 꺼낸 빈말도 아니요, 겉멋만 부린 빈 구호도 아니다. 무시하려야 무시할 수 없을 만큼 수많은 실질적 귀결들이 뒷받침하고 있는 그런 과학적 사실이다.

1940년대 미국 공군에게 위기가 찾아왔다. 비행속도가 늘어나고 조종이 어려워지면서 조종 사고가 갑자기 늘어난 것이다. 조종석을 개선하면 사고율을 낮출  있다고 생각하고 설계를 위해 공군 4063명의 신체검사를 시행한다. 평균 신체 치수를 기반으로 조종석을 설계하면 사고를 줄일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방법은 다음과 같다. 다리 길이나 어깨 너비  10가지 신체 치수에 대해 평균값을 구하고,  값에서 편차가 30퍼센트 이내인 사람을 ‘평균적 조종사라고 가정하였다. 예를 들어 평균 키를 175센티미터로 한다면, ‘평균적 조종사 키를 170~180센티미터로 정하는 것이다. 조사 전에는 대부분의 조종사가  범위 내에 해당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결과는 놀라웠다. 10가지 신체 치수 모두 평균에서 편차가 30퍼센트 이내인 조종사는 ‘0이었다. 신체 치수 3가지로 한정하여 선택하더라도, 3.5퍼센트를 밑도는 수치가 나왔다. 여기서   있는 점은 이것이다. ‘평균적인 사람이란 없다는 . 누구는 다리가 길고, 누구는 손가락이 짧고, 누구는 허벅지가 넓다. 모든 사람은 제각각이다. 그런데도 평균을 계산해서 이에 개인을 맞추면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조종사 예시는  책에 나오는 수많은 예시  하나일 뿐이다.

 평균적인 사람은 없다. 그런데  지금까지 교육, 학점, 신체, 기업 인사팀 등등 다양한 분야에서 ‘평균값에 입각하여 사람들을 평가해왔을까? 그렇게 하는 것이 지금까지는 유리했기 때문이다. 산업화 시대에는 자신의 개성을 죽이고  그대로 기계부품처럼 일할  있는 많은 노동자가 필요했다. 때문에 ‘테일러 주의’, ‘포디즘등이 탄생한 것이다.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뿐만 아니라 교육도 마찬가지였다. 많은 인원을 효율적으로 교육시키고, 관리자가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으로 등급을 나누는 방식이 효율적이었다. 대학에서도 모든 학생들을  줄로 세워서 ‘학점이라는 기준으로 평가했고, 기업이나  대학 입장에서 그렇게 하는 것이 편리하고 쉬웠다. 개개인성을 무시하고, 같은 방식으로 경쟁하도록 하고,  줄로 세워서 평가하고, 등급을 나누어 분류하는 . 이것이 산업화 시대에 사람을 대하는 기본 방식이었다. 그러한 제도 아래에서 사람들은 ‘모두와 똑같이 행동하되 조금  잘하기위해 애썼고, 그것이 가능한 사람이 영재나 우등생이 되고 대기업에 입사했다. 산업화 시대의 가장 뛰어난 경영 컨설턴트인 ‘프레데릭 윈슬로 테일러 이렇게 말했다.

“우리의 조직에서는 인간의 창의력이 요구되지 않습니다. 그 어떤 창의력도 필요치 않습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오로지 시키는 대로 명령에 순종하고 시키면 바로바로 행동에 옮기는 태도입니다.”

하지만 시대가 바뀌었다. 기계부품처럼 일할 사람 대신 기계를 쓴다. 직원에게 들어가는 비용은 점점 커져왔고, 그러면서 다른 사람과 같은 사람보다는 개성과 창의성을 가진 사람이 요구된다. 여기서 이런 반론을 생각해볼  있다. 아직까지 단순 노동에서는 개개인성을 무시하고 시스템에 사람을 맞추는 것이 효율적인 것이 아닐까?


과연 그럴까? 아래는 책에서 인용한 코스트코의 예시다.

코스트코는 직원들에게 투자하는 한 방법으로 직원들이 스스로 경력을 발전시켜나가도록 힘을 실어주고 있다. 경영진은 직원들이 무엇이든 회사에 유익할 것 같다고 생각되는 기술을 제안하면 그 기술을 키우도록 도와주기도 하고 코스트코 내의 비어 있는 자리에 가서 일을 해보도록 장려하기도 한다. 심지어 그 자리가 현재의 직종과 성격이 크게 다른 부서의 자리라 해도 제한을 두지 않는다. 직원의 자율성을 위한 이런 노력이 더 효과를 발하도록 조직 내에서 파격적 승진을 감행하기도 한다. 실제로 코스트코의 주임들 가운데 70퍼센트 이상은 카트 정리 직원이나 계산대 직원으로 입사했던 사람들이다.​

지난 10년 동안 코스트코는 연간 9퍼센트의 속도로 성장했고, 현재는 미국에서 소매업계 부문 3위에 올라섰다. 이런 재정적 성공은 코스트코 직원들의 급여가 월마트 직원들보다 75퍼센트 정도 더 높은 데다 직원 혜택이 업계 최고 수준이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더더욱 인상적이다. 코스트코가 (그 효율성, 그리고 공급망 부문뿐만 아니라 인건비 부문에서의 경비 절감으로 유명한) 월마트 같은 회사보다 직원들에게 더 많은 비용을 쓰는데도 그렇게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원인  하나는 직원 충성심이다. 코스트코는 직원들 개개인의 생산성이 월마트 같은 경쟁사들에 비해 월등히 높을 뿐만 아니라 직원들이 웬만해선 회사를 그만두지 않는다. 월마트는 이직률이 40퍼센트에 가까운 반면 코스트코는 17퍼센트 수준이고  수치도 1 이상 근무한 직원들의 경우엔 6퍼센트대로  떨어진다.  조사에서 밝혀진 것에 따르면 신규 인원을 채용해 훈련시키는  발생되는 직원 교체의 잠재 비용(줄잡아도  직원이 받는 급여의 60퍼센트 정도) 감안하면 사실상 코스트코는 직원당 인건비를 월마트보다  지출하고 있다. 역설적이게도 월마트가 강점으로 내세우는 게임,  효율성의 게임에서 코스트코가 월마트를 이기고 있는 셈이다. 카트 정리 직원이나 계산대 직원. 일반적으로 지식이나 경력이 필요하지 않은 단순 노동으로 생각되는 직업이다. 이런 분야에서도 개개인성을 존중하는 방법이 개개인이 행복해지는 방법인 동시에 기업이 코스트를 줄일  있는 방법이라는 것이다. 물론 모든 분야에서 해당한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가지는 분명하다. 시대는 점점  변화하고 있다.

 이렇게 시대가 바뀌었지만 제도는 바뀌지 않고 산업화 시대에 필요한 역량을 우리에게 요구한다. ‘모두와 똑같이 행동하라, 하지만 조금  잘하라.’ 이제는 개개인성을 이해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하지만 어떻게? 평균을 활용하지 않는다면 개인을 어떻게 평가하고 선별할  있을까?  해답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반쪽짜리 책에 지나지 않는다. 다행히  책에서는 여러 대안을 내놓는다.

이 책의 저자는 다양한 연구를 통해 ‘개개인성의 세 가지의 원칙’을 유추해내고, 이것을 기반으로 대안을 제시한다.


1. 들쭉날쭉의 원칙: 사람은 다차원적이며  여러 차원들 사이에 관련성이 낮다. 따라서 일차원적 사고( ex) 학점과 같은 단순 점수) 통해서는 사람을 이해할  없다. 그러므로 다양한 면모를 복합적으로 살펴보아야 한다. 구글 입사팀의 조사 결과, 대학 입시 점수 (SAT 점수) 출신학교의 명성과 회사 내의 퍼포먼스에는 연관이 전혀 없었다. 그뿐만 아니라, 모든 업무 영역에서  하나의 변수가 중요한 지표가 되는 경우는 없었다. 다시 말해 기업이 입사 지원자의 많은 항목을 세부적이고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것이 필요하다. 입사 지원자를 위해서가 아니라 기업의 이익을 위해서. 구글이니까   있는  아니야?라고 생각할  있다. 그건 변명일 뿐이다. 규모가 작은 회사라면  회사에 맞는 채용방식을 만들어야 한다. 취업을 준비하는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자신의 들쭉날쭉성을 이해하고, 그에 맞는 지원 전략을 세우는 것이 필요하다.​


2. 맥락의 원칙: 개개인의 행동은 특정 상황(맥락) 떼어서 설명될  없다. ‘외향적인 사람 존재하지 않는다. ‘낯선 사람 사이에서외향적인 사람, ‘사무실에서외향적인 사람, ‘축구 경기장에서외향적인 사람이 존재할 뿐이다. , 사람에게 본질적인 특성은 없다. 맥락적인 특성만이 존재할 뿐이다. 따라서 직원을 채용할 때라면, 직원의 ‘본질 파악하는  대신 직원이 수행할 특정 직무와  직무가 행해질 맥락에 주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3. 경로의 원칙: 같은 결과를 내는 문제에 대해서도, 개개인에 따라 다양한 경로가 존재한다. 1970년에 다음과 같은 연구를 진행했다. 학생을  가지 그룹으로 나눴다.  그룹은 전통적인 방식,  정해진 커리큘럼으로 수업을 진행하는 방법으로 학습을 진행했으며, 다른 그룹은 자율적으로 학습 진도를 진행했다. 전통적 그룹에서는 20% 수업 내용을 완벽히 이해한 반면, 자율적 그룹에서는 90% 수업 내용을 완벽히 이해했다. 물론 지금까지 전통적 방식의 교육을 택한 이유는 분명하다. 교사  명이 수십수백 명의 학생을 관리해야 했기 때문이다.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다. 따라서 교육 제도는 근본적으로 변화해야 한다.  책에서는  가지를 말한다. 학위 대신 자격증, 성적 대신 실력, 자율 결정형 교육.


 한국은 교육 - 입시 - 대학 - 기업 이 너무도 견고하게 사슬처럼 묶여 있다. 학생의 교육은 입시 제도가 변하지 않는 이상 바뀌기 어렵고, 입시 제도는 대학이 바뀌지 않으면 그대로다. 대학은 기업의 채용구조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반대로 말해도 마찬가지다. 그 사이가 너무도 끈끈하게 엮여있다. 어디부터 손대야 할지 가늠도 하기 어렵다. 기업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이 어떨까. 지금의 기업 채용 제도에 대해 한 번 냉정히 살펴보는 것이다. 학점과 학교 명성이 퍼포먼스와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는가?  여러 대외활동, 스펙들이 업무 수행 능력에 도움을 주는가? 그저 사람을 분류하기 위해, 책임 회피를 위해 높은 스펙을 가진 사람들만을 뽑는 것이 아닐까? 그런 방식을 사용하는 기업이 살아남을 수 있는 시대는 점점 저물고 있다.

 시대는 변했다. 제도는 멈춰있다. 바뀌어야 하는 것은 명백하다.  번에 바뀌는 것을 바라지는 않는다. 적어도 일차원적으로 사람을 평가하는 제도가 효율적인지에 대해서  걸음 물러나 냉정히 바라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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