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서 c. 클라크
지구 외의 다른 행성을 연구할 수 있게 되기 전까지는 지질학을 진정으로 이해하는 게 불가능했던 것처럼 신학이 유효하려면 외계 지성과 만날 때까지 기다려야 합니다. 인간의 종교만을 연구하는 한 비교종교학이라는 주제는 있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한 가지에 대해서는 대부분 동의했다. 스타글라이더가 태양계를 지나간 100일은 우주와 우주의 기원, 그리고 우주 안에서 인간의 위치를 바라보는 인간의 시선을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바꿔 놓았다. 스타글라이더 이후로 인류 문명은 결코 예전과 같을 수 없었다.
종교 활동을 하는 5등급 문명 3곳이 모두 2명의 부모를 통해 번식하며 어린 개체는 일생의 상당 부분을 가족과 같은 집단에서 보낼 것이라는 여러분의 추론은 옳음. 어떻게 이런 결론에 도달했는지 궁금함.
이 책이 그 유명한 아서 c. 클라크의 소설이며, 그 유명한 우주 엘리베이터에 대해 다루고 있다는 사실은 책을 읽기 전에 알고 있었다. 책을 읽기 전에 이 책의 내용에 대해 어느 정도 예상을 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아마 어느 똑똑한 사람이 우주 엘리베이터라는 개념을 만들고, 그것을 세우는 사건에 관한 이야기일 것이다,라고 생각했다. 물론 어느 방면으로는 맞다. 알베르 카뮈의 <페스트>가 페스트가 발생한 도시의 모습을 보여주는 소설인 것처럼. 하지만 <페스트>가 페스트가 발생한 도시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 만을 위한 소설이 아니듯이, 이 책 또한 우주 엘리베이터의 건설에 대한 것만을 보여주는 소설은 아니다.
만약 평범한 작가가 우주 엘리베이터라는 개념을 처음 고안했고 그것을 이용해 소설을 쓰겠다고 생각했다면, 이 책이 훨씬 더 짧아졌을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은 우주 엘리베이터로 시작하지 않는다. 스리랑카의 신화로 시작한다. 책 뒤에 첨부된 <자료 출처와 감사의 말>에 따르면, 실제의 신화에서 장소의 위치나 산의 높이 같은 몇 개를 수정한 것을 빼고는 실제 신화를 바탕으로 한 것이라 한다. 이 전에 읽었던 작가의 단편소설인 <90억 가지 신의 이름>에서도 스리랑카의 신화를 기반으로 소설을 쓴 것을 보면, 스리랑카에 대한 작가의 애정을 알 수 있을 듯하다. 그렇게 스리랑카의 신화로 시작해서 종교, 외계인의 존재, 화성 등 다양한 서브플롯을 엮어가며 이야기를 전개한다. 때문에 전개 방식이 복잡해져서 이해하기가 어렵기도 하고 그다지 명쾌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하지만 역시 이 거장은 그것이 하나의 흐름을 향해 배치했고, 그 흔적들이 곳곳에 보였다.
마지막 챕터의 이름이 “칼리다사의 승리”다. 나는 그다지 분석적으로 읽는 사람이 아니기에, 노골적인 마무리와 마지막 챕터의 이름이 아니었다면 모르고 지나갈 뻔했다. 이 책은 우주 엘리베이터에 대해 묘사하는 소설이면서, 광대한 우주에 무언가 흔적을 남기고 싶은 생명체에 대한 소설이다. 주인공인 모건은 아이가 없고, 조카를 보면서 그런 자신을 애석하게 여긴다. 하지만 이 우주 엘리베이터를 설계한 사람이 자신이라는 사실이 기록되는 것으로 그것을 대신하고자 한다. 하지만 우주 엘리베이터(탑)의 이름은 칼리다사의 탑이다. 스리랑카의 신화의 왕의 이름으로 지어지게 된 것이다. 우주에 흔적을 남기려는 한 생명체의 시도가 얼마나 덧없는 것인지 보여준다.
우주에 흔적을 남기려는 생명체의 시도는 곳곳에 보인다. 마지막 장면에서 ‘지하실’에 갇힌 한 교수가 죽음을 각오하고 장치를 가동해 실험을 성공하게 만드려고 한다거나 하는 사건들이 곳곳에 배치되어 있다. 그리고, 스타글라이더로 인해 종교의 위치가 흔들리게 되는 것이 가장 대표적인 사건일 것이다.
스타글라이더라는 외계의 존재는 성 토마스 아퀴나스의 논증에서 192가지의 오류를 찾아내고, 종교의식과 스포츠의 차이를 구분해내지 못하며, 지구에서 종교라고 부르는 행동양식은 “2명의 부모를 통해 번식하며 어린 개체는 상당 부분을 가족과 같은 집단에서 보낸” 문명에서만 발생했다는 사실을 지구에 알려준다. 이러한 외계 존재와의 통신으로 인해 지구의 기존 종교들은 크게 휘청거리게 된다. 절대적 신의 존재를 기반으로 하는 종교는 특히.
유한한 인생을 가지는 인간은, 그 유한성에의 도피 혹은 초월을 위해 종교를 가지게 된다. 하지만 위의 사건으로 인해 외계 문명에서는 종교가 거의 존재하지 않고, 지구에서 종교가 존재하는 이유는 “2명의 부모를 통해 번식하며 어린 개체는 상당 부분을 가족과 같은 집단에서 보낸” 문명이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스타글라이더가 알려주면서, 종교의 절대성은 무너진다. 우주 엘리베이터라는 거대한 건축물의 건설을 통해 자신의 이름을 영원히 남기고자 한 유한한 존재인 모건의 시도처럼, 종교를 통해 영원히 존재하고자 하는 수많은 종교인들의 시도들이 덧없는 것임을 보여준다. 명성에 걸맞은, 훌륭한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