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들어갈 곳이 없는 책장에 새로 산 책들을 꾸역꾸역 욱여넣는다.
올해 초, 이케아를 뒤적이다 헐값에 구매한 3단짜리 책장도 어느새 빈자리를 찾아보기 힘들다.
테트리스 게임을 하는 것 마냥 빈자리를 찾아 이리저리 뒤적이다 책 한 권이 눈에 들어왔다.
3년 전, 정확히는 2022년 겨울에 여러 저자분들과 함께 공동출판했던 책이었다.
어느새 무뎌진 복합적인 감정들 덕에 다행히 오늘은 책을 꺼내 들었다.
그와 동시에 직접 쓴 33페이지에 달하는 부끄러움을 마주하기가 두려워 잊고 살던 무언가가 동시에 떠올랐다.
두, 세 달에 한 번씩 인세가 들어올 때면 코 끝을 찌르는 그 당시의 냄새들.
네 가지 챕터로 구성된 글의 내용은 25살의 나를 고스란히 담고 있었다.
보기 싫던 모든 걸 담고 있어서 책을 꺼내 들기 싫었는지도 모르겠다.
지금 봐도 참 못났다.
결핍으로 채워져 있던 나였다.
이전에는 바라볼 수 없었던 바닥 끝까지의 김형준을 책을 쓰며 마주했었다.
한 글자, 한 글자 두드리던 키보드 자판은 나를 콕콕 찔렀다.
자판을 타고 눈앞으로 마주하던 다양한 ‘나’라는 존재는 참으로도 아팠다.
외면하며 살아오던 모든 것들이 그제야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었다.
버려야 할 것들로 가득 찬 투성이 속, 그럼에도 변하고 싶다는 감정 하나 덕분에 글을 완성했다.
글을 완독함과 동시에 꾸역꾸역 올라오는 오글거리고 간지러운 무언가.
그래도,
이제는 견딜만한 거 같다.
책을 덮고 원래 있던 자리가 아닌 가장 눈에 잘 보이는 위치에 책을 꽂아 넣었다.
이제는 마주할 수 있다.
3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과분할 정도로 많은 경험을 했고, 성취도, 실패도, 낯부끄러운 기억도 생겼다.
마라탕을 2만 원어치는 먹어야 배가 찬다는 걸 알게 되었고, 데친 브로콜리는 입맛에 맞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에세이로만 가득 차 있던 책장에는 여러 소설과 인문학 책이 가득 채워졌다.
3번의 도전에도 실패한 총균쇠 완독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2022년의 고약했던 냄새는 더 이상 내게서 나지 않는다.
고민은 취향이 되었고,
나에게서 나던 고약한 냄새는 향기로 탈바꿈했다.
다시 3년이 흘러 2028년의 나에게서는 어떤 향기가 날지 나도 모르겠다.
적어도 한 가지 바람은,
공방에서 조향 하듯 살아가면 좋겠다.
한 방울, 한 방울.
냄새가 향기가 되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