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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중규 Aug 07. 2020

기억 속 포항

우리는 나이를 먹으며 차츰 유년의 기억을 잃어버린다.

나 또한 대부분의 시절을 망각해버렸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 한 켠에 꿋꿋이 남아있는 기억이 있다. 그 기억의 대부분은 포항에서의 것으로 내가 유독 포항을 각별히 생각하는 것도 그러한 이유에서이다.


어린 시절, 포항에서 일 년 간 살다시피 했었다. 고작 일 년이지만 어찌 된 것인지 내가 기억하는 유년의 대부분은 포항에 머물러 있다. 주말이면 어른들과 함께 바다낚시를 하던 기억, 친척 동생들과 미끄러운 물고기의 몸을 쓰다듬으며 놀라던 기억, 구룡포 앞 바다에 빠져서 죽을 뻔했던 기억. 
그리고 어느 여름밤, 밤하늘에 수놓인 숱한 별들을 보았던 호미곶에서의 기억까지


어떤 책에서 사람은 행복보다 불행을 더 오래 기억한다고 하던데, 아직까지 남아있는 기억들은 어찌 이렇게 행복하기만 한 것인지. 너무 강력한 행복은 망각마저 초월할 힘이 있는 걸까.


그런 포항에 몇 해 전에는 큰 지진이 나서 많은 시민들을 불안에 떨게 했다. 그곳에 유년의 기억을 간직한 나 역시 불안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었다. 뉴스를 보며 포항시민들의 불안에 함께 가슴 졸이며, 내 기억이 그런 것처럼 그들이 다시 행복해지길 바랐다.


그러던 시간이 흘러 몇 해 전의 일들은 기억에서 잊혀졌고, 또 다시 내게는 유년의 기억만이 남아있다.


그리고 사 년 전, 내일로 여행을 중 들렸던 포항에서의 사진 한 장.


그해 여름은 뜨거웠던가 따듯했던가. 행복했던가 불행했던가. 공허했던가 충만했던가.

이 또한 잘 기억나지 않지만 다가오는 여름에는 다시 한 번 포항에 가야겠다. 왜인지 그곳에 가면 행복한 기억을 만들 수 있을 것만 같다.



영일대 해수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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