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착하지 않은 소녀의 거짓말 <착한 소녀의 거짓말>

책, J.T. 엘리슨

by 너무강력해

정말 거짓말 잘할 것 같은 소녀의 얼굴이 표지를 장식하고 있다. 푸른 눈에 오뚝한 콧날 그리고 아주 돋보이는 붉게 칠한 입술은 교활함을 넘어 사악함까지 돋보이게 만든다. 다른 나라에 출간된 표지를 확인해 보지 못했지만 우리나라 표지가 단연코 최고라는 생각이 든다. 소녀의 얼굴로 작품의 느낌을 전달하고 내용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하다.


스릴러라 그런지 스릴이 넘친다. 표현이 이상한가. 정말 그렇다.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거짓인지 알 수 없는 모호함과 열일곱 살 소녀의 아슬아슬한 외줄 타기가 손에 땀을 쥐게 한다. 또한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이야기 전개로 독자는 눈을 떼기 힘들다. 나 또한 작가의 마법 같은 솜씨에 사로잡혀 책장을 쉽게 덮을 수 없었다. 그냥 최종장까지 내달렸다.


작품이 배경이 되는 구드 학교에는 여러 비밀 클럽들이 존재한다. 학교 당국의 묵인하에 소녀들이 자신들만의 룰을 가진 소규모 모임을 만들어 활동한다. 소녀들 누구나 그 클럽에 가입하고 싶어 하는 것으로 보아 클럽의 위상을 확인할 수 있다. '아이비바운드' 라는 클럽의 이야기가 자주 나오는데 클럽 내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행위들은 매우 충격적이다. 한밤의 납치와 괴롭힘, 환각제와 술을 먹이고 몸에는 옻칠을 한다. 특히 달군 인두로 몸에 클럽의 인장을 새기는 장면은 놀라움의 끝을 보여준다. 작가의 학창 시절 경험이 담겨 있다는 이 비밀 클럽 이야기는 꽤 분량을 차지하는데 다소 무리한 점이 있다. 주인공 애쉬의 거짓말과 진실이 서서히 드러나는 과정에서 비밀 클럽이 걸리 적 거리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꽤 흥미로웠다. 학교 규칙이나 법의 영향을 받지 않고 자신들이 정한 규칙과 질서가 적용되는 모임. 어쩌면 그 시절 우리 모두는 그랬지 않은가. 우리에게는 우리들만의 룰이 중요했다. 나는 나의 10대가 떠올라 무척 즐거웠다.


마지막까지 진실이 무엇인지 모호하다. 주인공 애쉬의 시점에서 이야기가 전개되기 때문에 독자는 애쉬의 말에 휘둘릴 수밖에 없다. 정말 이복동생 애슐린의 부모를 죽인 것은 애슐린 본인인가. 카밀라와 베카는 누가 그랬는가.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거짓인가. 이 점이 이 소설의 매력이다. 독자를 마지막 순간까지 묶어 둔다. 마지막 장을 덮고 나서도 모호하고 애매하다. 몇 번 책장을 다시 뒤적여도 명쾌하지 않다. 착한 소녀는 어떤 거짓말을 한 것인가.


10대 소녀들이 어마어마한 중범죄를 저지르고 무사하다는 설정은 소설에서나 가능하다. 현실에서는 불가능하다. 그러나 소설이 현실 같으면 누가 보겠나. 비현실적이면서도 현실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작가의 마법에 독자들은 현혹되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유능한 마법사를 좋아하고 항상 기다리고 있다. J.T. 엘리슨 같은 마법사를.

keyword
작가의 이전글짧으나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