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Choi Guevara May 19. 2018

누구에게나 처음은 힘들다.

"당신에게 첫 여행은 기억입니까? 추억입니까?"


배낭여행 이야기를 시작하기에 앞서 개인적인 삶에 대해서 말씀드리고 싶어서 이렇게 글을 남깁니다.



기억도 나지 않는 생후 10개월의 아기가 생애 첫걸음마를 때고, '엄마'와 '아빠' 같은 간단한 단어를 말하는 순간은 모든 이들이 공유할 수 있는 공통분모의 시간이다.


이후, 가정이라는 제한된 공간에서 벗어나 유치원에 들어가고 그곳에서 사람 간의 조금씩 관계를 습득한 후, 

초등학교에 들어가서는 국가가 정한 교육과정과 함께 교실 내에서의 작은 사회와 필요한 규범 등을 배운다. 

 

어린 시절의 나는, 이러한 과정을 충실히 이행했었던 꽤나 괜찮은 아이로 기억한다. 어머니가 학부모 모임에 참석하셨었지만, 어려워진 가정형편으로 초등학교 중반 무렵 어머니가 1년 동안 일을 나가시는 시간은 책이 아닌 모니터 속 컴퓨터 게임에 몰두할 수 있었던 최고의 시간이었고, 당연히 성적은 떨어졌다.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다니며 나는 그저 평범했던 학생으로 기억한다. 


그렇게 지내던 고등학생 시절, 잠시 2~3개월 동안 공부가 하기 싫은 시절이 있었다. 교과서와 참고서를 들여다보는 것보다 책을 읽으며 다양한 식견을 넓히고 싶어 닥치는 대로 읽었었다. 자기계발서부터 성공한 CEO들의 자서전은 학교와 집, 그리고 학원이 하루 루틴의 전부인 고등학생에게는 신선한 충격이었고, 나도 졸업하고 저런 사람들처럼 살아보고 싶다는 단순한 생각을 하게 된 것 같다.


수능을 끝나고 그냥 여행이라는 게 가고 싶었다. 그래서 고등학교 졸업식을 막 끝내자마자 내 인생 첫 해외여행을 떠나기로 마음먹었지만 당시 해외여행도 안 가봤었고, 당연히 여권도 없었다.


아르바이트로 모은 50만 원을 가지고 중학교 동창과 일본 후쿠오카로 생애 첫 해외여행을 떠났다.

당시, 여행 계획은 수학여행이나 수련회 출발 전 가정 통신문에서나 보던 종이 쪼가리였고, 환율의 개념은 뉴스에서나 나오는 재미없는 경제학인 줄만 알았던 일본은 20살 자유로운 영혼들의 맥주와 담배 한 모금으로 날아갔던 3일간의 기억으로 회상된다. 


이후, 대학이라는 곳에 들어갔고, 20살의 대학교 1학년의 한 새내기는 캠퍼스라는 울타리가 낯설게 느껴졌다.

보건계열이라는 정해진 커리큘럼, 졸업과 동시에 비슷하게 사는 모든 이의 삶들이 어쩌면 싫었을 수도 있다.  

물론 훌륭하신 교수님들이시고, 한 분야의 전문가로서 존경드려야 할 분들이다. 하지만, 내가 생각했던 꿈과 가치와는 조금은 맞지 않았었다. 


왜 인지는 정확하게 아직까지도 잘 모르겠지만, 20년 동안 사용한 오래된 내 책상의 유리 아래에는 세계지도가 있다.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책상을 쓰기 시작했으니, 학창 시절 동안 나도 모르게 각 나라의 지리와 수도를 자연스럽게 습득했고, 교과서에 나오는 다양한 인종의 사진을 넘기며, 교과서 밖의 경험을 하고 싶었다.

또, 책상 옆에 있던 지구본을 돌리며, 세상 밖으로 나가고 싶었다.  


이런 마음가짐은 캠퍼스라는 울타리와 멀어지기 시작했던 시발점이 되었고, 학교를 간다는 핑계로 피시방을 전전했다. 시간이 되면 아르바이트를 가는 삶을 시작했고, 결과는 400만 원이라는 학자금 대출과 함께 학점 0.59라는 부끄럽지만, 지금은 자랑스러운 점수로 남아있다.


이미 7년이라는 시간이 흘러서 그럴까...

당시 내가 왜 인도로 정했는지에 대해서는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는다.  

안타깝게 폐지된 프로그램이지만, 온 국민의 토요일 저녁을 책임졌던 프로그램 무한도전을 사랑했다.

남는 게 시간이었던 20살, 무한도전의 인도 편을 다시 보고 향한 게 아닐까 다시 기억을 끄집어낸다.

수능이 100일 정도 남은 시점, 인도로 향하는 비행기 표를 발권했고, 수능을 다시 준비하는 동시에 배낭과 필요했던 여행 용품을 아르바이트 월급으로 사며, 쇼핑의 재미까지 알 수 있었다.


수능을 보고, 집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배낭을 싸고 당일 부산에서 서울에 있는 친구 집에 KTX를 타고 올라갔다.

기차에서 수능 가채점을 하면서, 이제는 보건계열을 그만둘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고, 앞으로 다가올 인도에서의 시간을 잠시 생각했었다. 이틀 뒤 인천공항으로 향했고, 이 시간의 기억은 추억이라는 단어로 내 가슴속에 새겨진다.


아직도 기억나는 한 문구가 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난 고등학교 2학년 당시 미친 듯이 책을 읽었었다. 그 시절 무라카미 하루키라는 작가를 알게 되었고, 그의 신간 소설 1Q84를 읽으며,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정확하지는 않지만 잊히지 않는 문구가 있다. 1Q84 1권(4月~6月)의 한 챕터에서 나온 문장으로만 기억되는 이 문구는 18살의 삶을 주마등처럼 스쳐갔다.

당신의 삶 속에서 가장 첫 번째 기억은 무엇입니까?



그리고 당신에게 여행은 기억입니까? 추억입니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