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돈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고, 슈퍼카를 보면 ‘정비소로 들어가거나, 정비소에서 나오는 것이어라아’ 하는 것이 나같은 범인(凡人)의 의식이다. 나는 돈으로 자랑질하는 게 영 마음에 걸린다. 남이 하는 것도 내가 하는 것도.
물론, 내가 인스타를 하는 이상 비싼 걸 사거나 뭔가를 하면 자랑을 할 수도 있다. (자기합리화1) 근데 이렇게 간접적인 돈자랑은 TV속 연예인들 집 구경하는 걸로 단련이 됐을 거라 믿는다.(합리화2) 이건 그냥 시각적 자극일 뿐이다.(합리화 결론)
하지만 숫자로 환산된 돈 얘기가 나오면 좀 얘기가 다르다. 나는 100만 원을 버는데 쟤는 1억 원을 번다고? 그럼 9900만 원만큼의 수치화 된 객관적 아픔이 명치를 시게 때린다. 아까 자랑한 물질 자랑과는 다르다. 예를 들어 내가 모닝을 모는데 도로에서 롤스로이스 고스트를 봤다고 억장이 무너지진 않는다. 얘들도 굳이 돈으로 환산을 할 순 있지만 우린 그냥 이 감정을 이미지로 받아들이고 떠나 보내니까.
지금 말하려는 주제가 돈이라 내가 그랬듯, 누군가에겐 불편한 이야기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꽃값만 1억 별나라 결혼식 뉴스에 익숙해 졌길 바라며, 또 요새 병원비를 안다는 건 유용한 정보일 수도 있으니까 그냥 심심풀이 땅콩으로 흘려보내길 바란다. (참고로 나는 10만 원 넘어가는 귀티작렬 꽃다발을 받아본 적도 없다. 크흑...기억이 안 나는 거라고 해 줘...)
제목의 251은 이번에 쓴 내 병실 선호도다. 입원날이 정해지면 병원에서 몇인실을 원하냐고 묻는데 반드시 5인실, 2인실, 1인실을 선호 순으로 써 내야 한다. 난 2인실, 5인실, 1인실 순으로 기입했다.
아름답고 길이길이 빛날 우뤼 대한민국에서는 ‘중증환자 산정특례제도’란 것이 있다. 본인부담이 진료비가 높은 중증질환에 한해 본인부담률을 경감해 주는 제도다. 암환자도 수혜를 받는다. 그래서 의료보험이 적용되는, 5인실은 입원료가 무려 하루 5천 원 대로 떨어진다. 더 상급병실은 사치로 간주하는지 병원이 책정한 금액을 본인부담으로 다 낸다. 2인실은 9만 원 대, 1인실은 무려 40만 원 대다.
미지스럽고 공포스러운 암 수술비에 대한 인식을 재고하고자 참조차 다른 비용도 써 보겠다. 내 진료비 중 가장 단가가 센 1,2등이 흉강경 폐엽절제술에 들어간 ‘처치 및 수술료’와 ‘치료재료대’다. 공단부담금이 각각 580만 원, 440만 원이다. BUT! 나의 본인부담금은 고작 30만 원, 23만 원, 이제 덜 무섭죠?(로봇수술을 해야 하는 케이스면 비급여가 될 수 있어 천 단위가 넘어갈 수 있다)
다시 룸 초이스의 결과로 돌아오자. 수술 전날 병원에 도착하니 2인실 병상이 없다고 5인실로 넣어졌다. 와아, 사치 못하네? 큰일이다 싶었다. 침대에 누워 있어야 하는데 여자들 수다 소리가 조잘조잘 들리면 너무 짜증난다. (확실히 내 짧은 병원 경험 상으론 적어도 병원에서 수다는 여자들이 더 잘 떤다...인정) 아니나 다를까, 내 옆자리엔 빌런 아줌마가 있었다. 목소리가 저음인데도 이상하게 톤이랑 말투가 너어무 듣기 싫은 사람이었다. 아줌마는 건너편 병상의 다른 평범한 아줌마와 쿵짝이 잘 맞았다.
그래서 내 옆자리에서 자신의 병원 전원 이력부터 집반찬까지 꼭 손수 다 만들어서 가족들 챙겨준다는 가정사까지 많은 걸을 주고 받았다. 그 소리가 듣기 싫어서 각종 검사만 하는 입원 첫날은 밖으로 나돌았다.
“이 병원도 의사가 영 시원치 않네... 내 증세가 계속 잘 낫지가 않아요. 그래도 보호자 없이 다닐 수 있고 그런 게 어딥니까”- 어..보호자 없으면 못 움직이는, ‘아아악’소리 달고 다니는 내가 바로 옆에 있는데. 헤헤. 내 수술날 수다도 참으로 유쾌했다.
내가 편협하게 묘사를 하긴 했지만, 사실 이 아줌마는 자기 나름대로 지킬 건 지키려는 사람이었다. 엄청난 데시벨로 언성을 높혀 얘기하는 것도 아니고, 야밤에도 대화의 끈을 붙들고 있지도 않고. 그래서 ‘조용히 좀 해주세요’ 소리를 할 수가 없었다. 뭔가 대단한 병은 아니지만 잔잔바리로 사람 괴롭게 만드는 증세가 있으신 분이 이 병원 저 병원 돌다가 여기까지 흘러들어 와 장기입원을 하고 있는데 예민하게 굴기가 싫었다.
5인실에서 보낸 나흘의 시간동안 나와 내 보호자는 2인실이 나오면 바로 좀 배정해 달라고, 병실 이동이 있는 듯 할 때마다 어필을 했다. 5인실의 각종 소음과 비좁은 공간은 나의 심신 회복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5인실은 다섯 개의 병상 구역을 커텐으로 구획을 나눠 쓴다. 사생활 보호를 위해 커텐으로 우리 공간을 막고 있으면 내 앞날도 침침하니 막혀있는 것만 같았다. 그래서 밥 먹는 것 정도의 행동을 할 때는 그냥 열고 먹었다. 아 먹는 거 구경하던 말던.(사실 아무도 안 본다)
참으면 복이 오나니. 4박을 하고 나니 드디어 2인실이 비었다. 그런데 더 대박인 건 창가 자리가 난 것이다. 이미 구린 문가 자리에 박힌 돌님이 계셨는데도 창가 자리로 옮기지 않았나 보다. 희한해! 대단해! 최고야! 5인실에선 우리 방?이 왼쪽부터 1.환자 침대, 2.수액폴대 들어갈 정도의 자리, 3. 보호자 침대 딱 세구역밖에 없는데 여기선 1. ‘무엇이든 놓으세요 주인님’, 창문 선반 2.약 20cm의 빈 공간 3.환자 침대, 4. 수액폴대 자리, 5. 보호자 침대 자리로 평수가 넓어졌다.
5인실에 있을 때 우리의 영역 확장에 대한 기대는 없었다. “우리...2인실 가봤자 사실 자리 좁고 불편한 건 똑같을 거야... 소음이 좀 준다 뿐이지” “그래도 그게 어디야? 저 소리 진짜 듣기 싫어...”평수에 대한 기대는 버렸었는데 대박이 났다. 뷰도 환상이다. 앞이 시원하게 뻥 뚫려있다. 온갖 근심이 저만치 날아갈 것만 같다.
2인실에 오니 과거보정까지 됐다. 웬일로 늦은 시간에 수술이 끝나고 들어오는 환자가 있었는데 병동에 들어오면서부터 ‘씨발 뭐발’ 거리고, 간호사가 필요한 처치도 못하게(이 부분이 제일 어이 없었음) 저리 가라고 하고. 막 기운 빠진 몸으로도 의료진을 물리적으로 위협하는 돼먹지 못한 아저씨가 오자 그제서야 빌런 아줌마는 평범한 사람이었구나 싶었다.
아니 근데 5인실에서 2인실로 생활이 많이 편안해 졌는데, 여기 오니 또 1인실이 가고 싶었다. 아니 왜 또오? 일단 옆 사람이 신경 쓰여서 말을 제대로 할 수가 없다. 보호자 침대가 5인실, 2인실은 가죽의자 재질 정도라 수면시간마다 보호자 체력을 소진시킬 것만 같다. 1인실에는 편한 휴식을 듬뿍 취할 수 있는 소파도 마련됐다. 방에서 무려 ‘어슬렁’거리며 사색에 잠길 수도 있다. 피곤해서 여력도 없지만 밤마다 영화도 소리 짱짱하게 켜놓고 볼 수도 있다. 여튼 1인실이 5성급 호텔 1박 가격인 만큼 이점이 많긴 많다.
수술 후에는 서 있는 것 다음으로 앉아 있는 자세가 제일 고통이 없었다. 보호자 침대는 접으면 의자로 변신하는데 이 변신 의자에 앉으면 쿠션감과 엉덩이 높이에 불편함을 느꼈다. 제일 편한 의자는 1,2층에 있는 의자라서 거기까지 내려가서 앉을 수 밖에 없었다. 1등석...아니지 1인실에만 있음 그 불편도 해결된다.
퇴원까지 딱 하루 이틀만 남았다는 보장만 됐어도 1인실로 옮기고 싶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하지만 말 뿐이었다. 1인실로 옮긴 후 퇴원이 자꾸 미뤄지면 2인실 간다고 마음이 바뀌어도 사람이 차 있음 강제로 1인실에 있어야 한다. 내 사정에는 사치 항목인 입원비만 수백이 쌓일 수 있다.
사전에 원무과에 물어본 바로는, 나같은 케이스인 사람들이 일주일 내로 입원을 했을 때 들어가는 병원비는 2백만 원 대였다. 천운으로 사보험을 미리 잘 들어놔서 암 진단금으로는 무려 수천만 원이 들어올 예정(보험사가 제발이지 악랄하게 시비털지 않으면)인데도 5성호텔 연박은 무리였다. 태어나 가장 아플 때 이런 안락함 못 누려서 아쉽긴 하지만 뭐 괜찮다. 나란 사람, 호텔의 허망함 아니까, 호캉스한다고 누적치로는 많이 자 봤으니까. 막상 내 꺼 되면 다 시시한 거야. 호텔만치도 못한 병원에서 방값으로 돈 안 뜯겼다. 내가 이겼어, 만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