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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영희 Jan 08. 2025

공원 길 걸으며 나눈 인사

 집 가까이에 산책하며 걸을 수 있는 공원이 있어서 좋다. 아침 일찍 동네 친구 마리아와 아네트랑 만나서 걸을 때도 있고 낮에는 나 혼자 걷기도 한다. 아침 일찍 친구랑 함께 걸을 땐 숲속으로 난 먼 길을 택하고 혼자 걸을 땐 마을 가까운 쪽의 짧은 길을 택해서 걷는다. 매일 평균적으로 5,000보는 걷는 셈이다.


 이 공원은 원래 골프장을 하던 곳이다. 팬데믹 때 골프장이 잘 안 되었던지 팔려고 내놓았다는 소문을 들었다. 팬데믹이 끝나갈 무렵에 동네 한 바퀴 걷다 보니 골프장이 시 공원으로 바뀌어 있었다. 시에서 사가지고 주민들을 위한 공원으로 들어 놓은 것이었다. 그 덕에 전엔 바라만 보던 그린을 언제든 이용할 수 있게 되어 얼마나 좋은지 모른다.

 오늘은 날씨가 무척 쌀쌀하다. 한낮이 되어서야 걸으러 나갔다  공원엔 호수도 몇 개나 있고 산책길도 몇 갈래로 되어 있다. 그날 기분 따라 갈랫길에 서서 선택하면 그만이다. 오늘은 나 혼자다. 날씨가 추워져서 걷는 길이 한적하다. 날씨는 차가운데 하늘은 어찌 그리 명한지. 싸한 슬픔마저 느껴질 큼 푸르다. 여유로이 날아가는 새떼들도 구경하고 엄동설한에 돋아난 들풀과도 눈맞춤 하는 둥 해찰하며 야트막하게 둔덕진 길 옆을 걷고 있을 때다  반대쪽에서 운동복을 입은 남자가 성큼성큼 걸어오고 있다. 모르는 사람인데 그냥 고개 숙이고 스쳐 지나가 버릴까, 아님 인사를 건넬까 망설이다가 "날씨가 춥네요" 하고 간단히 인사를 했다. 그 남자도 두 팔을 앞으로 포개고 미국 사람들 특유의 어깨를 으쓱하며 춥다는 듯한 제스처를 하며 인사하고 지나갔다. 한적한 공원 길에서 간단히 나눈 몸 언어와 인사가 추위도 살짝 녹여 주는 것 같았다.


 얼마를 걸어가다가 이번엔 금발 머릿결이 우아하게 빛나는 아줌마를 만났다. "하이" 하였더니 날씨가 좀 따뜻해진다며 밝은 미소를 머금고 지나간다.


 공원 자연 탐방길에서 스쳐 지나간 사람과의 짧은 몸짓과 인사가 삽상한 듯 차가운 날씨에 덧입혀져서 기분 좋게 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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