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녀가 유치원 다닐 때까지만 해도 무지개 사랑에 빠져 있었다. 도화지에 무지개 그림을 그리는 것은 물론이고 스티커든 뭐든 무지개가 들어간 것은 다 좋아했다. 한복도 알록달록 색동저고리를 좋아했다. 그러던 것이 초등학교에 들어가고 나서부터는 조금씩 무지개 사랑은 잊히기 시작했다. 4학년이 된 지금은 무지개뿐만 아니라 그렇게 좋아하던 분홍색도 안 좋아한단다.
나도 어렸을 적엔 무지개만 보면 좋아서 어쩔 줄 몰라했다. 신비스럽고 황홀했다. 내 기억에 남아있는 무지개 신기루는 어린 시절 살았던 산골 동네에서였다. 동네 뒷산에 자그마한 옹달샘이 있었는데 거기서부터 무지개가 펴오르기 시작하였다. 그 무지개는 아주 멀리 뻗어 나가 마주한 먼 동네 산까지 이어 있었던 것 같았다. 무지개를 잡아보겠다고 정신없이 뛰어가다가 어디쯤에선가 스르르 사라지는 걸 보았다. 신비스러운 무지개가 뿌려준 설레던 마음은 안타까움과 서운함으로 변해 버렸다. 그 이후 살면서 여러 번 무지개를 보았을 것이다. 처음에 신비한 무지개의 아름다움에 매료되었던 것에서 나이가 들고 어른이 되면서부터 조금씩 무뎌져 갔다. 언제 어디서든 무지개를 보면 여전히 아름답게 느껴지고 좋긴 하지만 감흥과 설렘은 줄어들었다.
지난해 마지막날 딸과 통화를 하다가 새해에는 전자책과 에세이집을 내고 싶다고 했다. 딸은 뭔가 동기부여가 있어야 꾸준히 쓰게 되니까 브런치스토리에서 브런치작가 신청을 해서 글쓰기를 해보면 어떻겠냐고 했다. 브런치작가라는 말을 들어보긴 했지만 브런치북을 읽어본 일은 없다. 그거 괜찮겠다 싶었다. 요즘 트렌디한 거라면서 딸이 적극 권유를 했다. 딸이 신청하는 방법을 대충 알려 주었다. 한 번도 접해보지 않은 거였지만 딸과의 통화를 끝낸 후 더듬더듬 혼자 끙끙대며 신청을 하였다. 대개 사오일 후에 연락이 온다고 했다. 새해 공휴일이 끝난 다음날 메일을 열었는데 브런치작가 된 것을 축하한다는 메시지가 와있었다. 기뻤다. 어떻게 시작하는지도 모르기에 얼떨떨하기도 했다. 아무것도 모르면서 신청도 했으니 이것도 해보면 되겠지 하는 엉뚱하면서도 근거 없는 자신감마저 생겼다. 아무렴, 하면 할 수 있을 거야. 누구든 처음부터 잘할 순 없을 테니까. 처음이라 서툴지만 공부하면서 헤쳐 나가 보자고 스스로에게 다짐을 해본다. 새해 내가 받은 소중한 선물이거니 생각하고 감사해야겠다. 황혼 녘에 앉아서 무지갯빛 꿈을 야무지게 꾸면서 작은 설렘을 맛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