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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공원 호숫가의 냉이꽃 무리

by 힐링작가 김영희

요즘 달라스 날씨는 변덕이 심하다. 추웠다, 더웠다 하는 날씨에 사람도 식물도 적응하기 힘들다. 아침엔 춥더니 낮엔 따뜻해져서 점심 먹고 산책에 나섰다.


꽃배나무 꽃은 어제보다 한결 흐드러지게 피었다. 이 꽃은 부지런한 사람만이 즐길 수 있다. 언제 필까 꽃망울 보고 기다리다가 며칠 딴 데 정신 돌리고 있다가 보면 어느새 활짝 피어 있다. 벌들이 꽃 주위를 맴돈다. 벌들이 꽃을 얼마나 기다렸을까.


동네에 잇닿은 공원 산책길로 접어드니 들꽃들이 반긴다. 노란 민들레는 언제 다 지고 흰 꽃씨들만 대롱대롱 매달려 있다가 바람결에 호로록호로록 날아간다.


호수 근처에 다달으니 보라색 들꽃 사이 하얀 꽃들이 한들거린다. 무리 지어 피어난 작고 앙증스러운 하얀 꽃들이 귀엽다. 미국 공원 산책길에서 냉이꽃 무리를 만난 것이다. 쭉 뻗어 올린 꽃대 위 하얀 꽃들은 가벼운 바람에도 한들한들 춤사위를 펼친다.


냉이는 한국 시골에나 가야 볼 수 있을 거라 생각된다. 미국 공원 산책길에서 무리 져 있는 냉이꽃들을 보니 반갑다. 가까이 다가가 꽃 모양도 살펴보고 사진도 찍었다. 생각 같아서는 냉이 캐다가 냉잇국 끓여 먹고 싶다.


참 이상하게도 미국의 냉이는 모양이 한국 거랑 비슷하긴 한데 뿌리도 가늘고 향도 없다. 봄내음 향긋하게 맡을 수 있는 냉이가 좋아서 한 번 집 뒤뜰에 난 냉이를 캐서 된장에 넣어 봤다. 아무 맛도 향도 없었다. 한국에서 씨를 사 와서 몇 번 심어 봤지만 싹이 나지 않았다.


산책길에서 냉이꽃을 보는 것만으로도 만족하다. 냉이꽃에 어린 고향의 봄은 그리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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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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