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부모 해외 연수 보고서 7

스위스, 오스트리아, 체코에 독일과 슬로바키아를 살짝

by 고내

쇤부른 궁에 가기로 한 날이라 일찍 일어나 준비를 했다. 조식은 7시 30분부터라 서둘러 먹고 어제 미리 사 둔 샌드위치와 피크닉 매트, 음료 등 쇤부른 궁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낼 생각에 매우 들떠서 출발했다. 9시 15분 입장 티켓을 예매해서 조금 일찍 나섰다. 오후에 비가 온다고 해서 조금 걱정했지만 오전 날씨는 매우 맑았다. 트램과 지하철을 두 번 정도 갈아탄 후 쇤부른 궁에 도착했다. 클래식 티켓을 일부러 구매했는데 특별하게 좋진 않았다. 꽤 비싼 값을 지불하고 예매했는데 아쉬웠다. 한국어 오디오 가이드를 받아 방 40개를 모두 관람하였다. 화려하고 눈부신 장신구와 어마어마한 크기의 방들을 하나하나 꼼꼼하게 구경했다. 중간에 중국인 가이들의 관광객들을 떼로 몰고 다녀서 어쩔 수 없이 기웃기웃 구경할 수밖에 없었는데 그게 아니더라도 관광객이 매우 많은 곳이었다.

쇤부른 궁은 정원이 매우 아름다운데 무슨 행사를 하는지 무대를 설치해 놓아서 정원을 하나도 볼 수 없었다. 그 부분이 매우 아쉬웠다. 글로리에떼 근처에 매트를 깔고 피크닉을 할 수 있다는 후기를 봐서 기대를 하고 꽤 높은 경사를 힘들게 올라갔지만 그 어디에서 돗자리를 깔만한 곳은 없었다. 땀은 나고, 가방은 무겁고, 자리는 없다. 짜증이 머리끝까지 났지만 참고 벤치에 앉아 준비해 온 샌드위치와 음료를 먹었다. 너무 힘들어서 입맛이 없었지만 이따 또 걸어서 내려가야 하니까 억지로 입에 넣었다. 글로리에떼 전망을 보는 데 유료였지만 클래식 티켓을 구매한 덕에 전망대에 올라갈 수 있었다. 비엔나 전경을 멀리서나마 구경하고 내려와 젤라토를 사서 벤치에 앉아 먹었다. 더위가 조금 가시는 것 같았다.

숙소로 돌아와 샤워를 하고 조금 쉬다가 엄마와 아빠가 사우나를 가고 싶어 해서 보내고 나는 방에서 휴식을 좀 더 취했다. 오후에는 본격적으로 비가 내렸다. 비가 내리는 거리를 멍하니 구경하다가 일찍 잠들었는데, 하 이때라도 내가 눈치를 챘더라면 멍청한 짓을 피할 수 있었을 텐데. 역시 난 비엔나랑 맞지 않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등골이 서늘했다. 기분이 뭔가 싸한 것이 이상했다. 잠도 덜 깬 상태에서 서둘러 모차르트 공연 티켓을 확인했다. 정확하게 어제 날짜가 찍혀있었다. 망했구나. 피가 차갑게 식는 기분이었다. 두통과 복통이 몰려왔다. 일요일에 토요일 공연 티켓을 손에 들고 침대에 넋을 잃은 채 앉아있자 엄마와 아빠가 위로를 건넸다. 귀에 하나도 들어오지 않았다. 1인당 109유로를 주고 좋은 자리로 예매한 공연이었다. 그렇게 열심히 계획하고 준비하면 뭐 하나. 구멍이 숭숭 뚫린 계획인 것을. 눈물이 날 것 같았지만 너무 어이가 없고 속상하니 눈물조차 나오지 않았다. 일단 일요일은 공연이 없었고 월요일 공연은 자리가 없었다. 부랴부랴 마이리얼트립에 들어가자 전날 예매가 가능했다. 세 자리를 겨우 예매하고 확정을 기다렸다. 예매 확정 메시지를 받고 기력이 쇠하여 모든 기운이 다 빠져나간 기분이었다. 엄마와 아빠가 나를 강제로 끌고 조식을 먹였다. 그래 여행은 계속되어야 하니까. 나는 억지로 빵을 입에 밀어 넣었다.

"은해야, 돈으로 해결될 수 있는 건 큰 문제가 아니야."

그래, 멍청비용으로 인해 큰돈이 공중분해되긴 했지만 캐리어를 분실하거나 여권을 분실하거나 누가 다친 게 아니니까. 난 속상한 마음을 커피로 달래며 오늘 일정을 확인했다.

오늘은 벨베데레 미술관에 가는 날이었다. 미리 예매한 시간에 맞추어 미술관까지 걸어갔다. 숙소에서 가까워서 걸어가는 데 문제는 없었지만 비가 와서 조금 불편했다. 10시 45분에 입장하여 거의 두 시간 가까이 관람했다. 볼거리가 워낙 많은 미술관이라서 작품들 하나하나 정성을 다해 관람했다. 이후 한식당 '수라'에 가서 김치찌개, 뚝불, 돌솥비빔밥을 먹었다. 비 오는 날 한식 국물을 먹으니 마음이 정돈되는 것 같았다.

빌라 마트에 가서 장을 보고 Oberlaa라는 유명한 카페에 가서 케이크와 커피를 마셨다. 비가 와서 사람들이 카페에 많이 몰렸으나 다행히 자리가 있었다.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고 다시 숙소에 돌아와 엄마와 아빠는 다시 사우나에 갔다. 그 이후 나는 또 멍청비용을 한번 더 날리게 된다.

슬로바키아의 브라타슬라바라는 도시에 당일치기로 다녀오기로 하였다. 그래서 난 당연히 왕복 3인 티켓을 구매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브라티슬라바에 나처럼 당일치기로 다녀오는 사람들을 위해 스페셜 티켓이 따로 있었다. 브라티슬라바 왕복은 물론 도시 내에서 사용할 수 있는 대중교통까지 한 번에 해결되는 저렴한 티켓이었다. 난 그것도 모르고 가는 티켓, 오는 티켓 각각 따로 구매했다. 금액은 거의 두 배였고 시내에서 사용할 대중교통 티켓까지 추가하면. 하, 한번 더 검색해 보고 확인한 후 예매했다면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았을 텐데. 난 부랴부랴 티켓을 취소하고 스페셜 티켓으로 변경하려고 했으니 이미 발권이 완료된 티켓이라 변경도, 취소도 되지 않았다. 오미오 어플의 고객센터, OBB 고객센터 등 모든 곳에 알아봤으나 같은 대답만 들을 수밖에 없었다. 결국 난 또 우울함을 가득 안고 어쩔 수 없이 예매한 티켓을 가지고 브라티슬라바에 갈 수밖에 없었다.

9시 45분 기차라 조식 먹고 준비하여 나갔는데 그날따라 날씨가 너무 추워서 다시 방에 들어와 옷을 챙겨 입고 나갔다. OBB 고객센터 가서 티켓 교환을 시도해 보았으나 역시나 실패하고 시간 상관없이 아무 때나 기차를 탈 수 있다는 답변만 듣고 플랫폼으로 발길을 돌렸다. 브라티슬라바는 비엔나와 워낙 가까워서 금방 도착했다. 내려서 작고 소박한 기차역을 구경하고 있는데 갑자기 데이터가 먹통이 되어서 매우 당황했다. 휴대전화를 껐다 켰더니 다행히 복구되어서 한숨 돌리고 바로 버스를 탔다. 올드타운에는 우리가 알고 있는 유명한 동상들이 많다. 나폴레옹, 인사하는 사람, 추밀 등 유명한 동상들을 구경하고 사진을 찍으며 브라티에 왔다는 것을 실감했다. 유명하다는 양조장 식당에 가서 맥주와 함께 점심을 먹었는데 가격이 매우 저렴하고 맛있었다. 슬로바키아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숙박을 하기도 한다던데 물가가 저렴한 것도 한몫하는 것 같았다. 파란 성당까지 구경하고 다시 기차역으로 돌아와 오후 3시 15분 기차를 타고 비엔나로 돌아왔다. 저녁 생각이 없어서 조금 이따 먹자고 했더니 그때부터 아빠의 꼬라지가 시작되었다. 아빠는 제시간에 밥을 안 먹으면 큰 일 나는 줄 아는 사람이다. 하지만 그때는 제 시간도 아니었고 그저 조금 이따 먹자는 말이었는 데 있는 짜증 없는 짜증을 내기 시작하더니 그때부터 여행을 망치려는 사람처럼 패악질을 부렸다. 어쨌든 숙소 가서 조금 쉬다가 저녁 6시쯤 아빠 먹이려고 빵이라 초밥이랑 사과주스 사 왔더니 이번에는 안 먹겠다고 고집을 부렸다.

이러든지 저러든지 내버려두고 8시 모차르트 공연을 보기 위해 7시쯤 호텔에서 나왔다. 빈 음악협회에 도착하여 티켓을 바꾸는데 사람이 정말 많았다. 겨우 티켓 교환을 하고 입장했는데 좌석이 무대 바로 옆자리였다. 오히려 좋아! 아빠는 기분이 좀 풀린 듯 사진을 찍어달라고 난리였다. 공연은 인터미션 포함 두 시간이었고 성악과 바이올린 협주곡 등 우리가 아는 곡과 모르는 곳이 적절하게 섞여서 매우 즐겁고 재미있었다. 눈앞에서 성악가의 무대를 본 부모님은 매우 흥분하며 좋아하셨다. 물론 숙소 돌아와 아빠는 또 꼬라지를 부리긴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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