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오스트리아, 체코에 독일과 슬로바키아를 살짝
비엔나에서의 일정이 끝나고 체코로 이동하는 날이다. 개인적으로 체코 프라하에 대한 기억이 좋아서 마지막 도시로 정하면서 기대가 컸다. 오전 11시 10분 기차라 여유 좀 부리려고 했는데 역시나 일찍 일어나 버렸다. 조식을 먹고 짐을 꼼꼼하게 챙겨 정리했다. 프라하에 가서 할 것들, 먹을 것들, 이것저것 정리하다가 10시쯤 호텔에서 체크아웃을 했다. 기차역이 워낙 가까워서 금세 도착했는데 바람이 좀 불어서 쌀쌀했다. 비엔나 중앙역에 OBB라운지가 있길래 갔더니 1등석만 이용할 수 있는 곳이었다. 하마터면 혜택이 있는데도 이용하지 못할 뻔했다. 그곳에서 커피도 마시고 콜라고 마시고 과자와 견과류도 먹었다. 그러다가 기차가 30분 정도 연착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더불어 플랫폼 변경 소식까지. 불안한 마음에 우선 짐을 챙겨 바뀐 플랫폼으로 이동하려는데 몇 분 더 연착되어서 결국 11시 43분 정도에 기차를 타고 출발을 하게 되었다.
프라하까지 4시간을 달려 오후 4시쯤 도착했다. 프라하 숙소는 예전에 친구가 갔던 적이 있던 숙소로 기차역에서 길만 건너면 도착하는 곳에 있다. 체크인을 하고 방에서 짐을 풀었는데 방은 넓고 좋았으나 욕실이 너무 좁았다. 코젤로브나라는 흑맥주가 유명한 식당에서 식사를 하기 위해 숙소를 나와 조금 걸었다. 날씨도 좋고 거리도 좋아서 오랜만에 온 프라하가 그저 반가웠다. 식당에서 꼴레뇨, 비프버거, 흑맥주를 시켰는데 양도 많고 맛도 있어서 즐겼다. 계속 꼬라지가 나 있던 아빠도 저녁이 맛있었는지 얼추 기분이 풀린 듯 보였다. 완전 배가 부른 상태로 식당을 나와 프라하 거리를 걸었다. 숙소로 가는 길에 dm에 들러서 아빠 면도기도 사고 거리도 구경을 했다. 숙소에 도착해 방을 제대로 둘러보는데 테라스가 엄청 넓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다음날 투어가 있어서 일찍 하루를 마무리했다.
체스키크룸로프라는 도시 투어를 예약한 날이다. 체스키는 아기자기한 중세도시, 동화 같은 도시라는 수식어로 유명한 곳으로 숙박을 하는 경우도 있는 프라하 근교의 작은 소도시이다. 교외로 나가야 해서 아침부터 서둘렀는데 아침 식사가 7시 30분부터 마음이 조금 급했다. 8시 13분에 숙소 앞 픽업이 온다고 해서 얼른 먹고 1층 로비 화장실에서 양치질까지 마쳤다. 작은 봉고차에 총 7명이 탑승하여 투어가 진행되었다. 에이미라는 여성 가이드를 중심으로 체스키 투어가 시작되었는데 체스키까지는 꽤 거리가 있어서 가는 길에 흘루보카라는 마을에 있는 흘루보카 성에 들렀다. 작고 아기자기한 예쁜 성이었다. 사진도 찍고 성에 대한 자세한 설명도 들었다. 정원도 예쁘게 꾸며져 있어서 어디서 사진을 찍든 멋지게 나왔다. 6월이라 꽃들도 많이 피어있어서 엄마가 매우 좋아하셨다.
중간에 휴게소도 들렀다. 체스키에 도착하여 공용주차장에서 내렸다. 다리를 지나 거대한 성문을 통과하자 말로만 듣던 체스키크룸로프가 눈에 들어왔다. 소문대로 아기자기하고 예쁜 마을이었다. 날씨가 좋아서인지 어디서 사진을 찍어도 잘 나왔고 풍경도 기가 막히게 아름다웠다. 성과 성당, 광장, 이발사의 다리까지 유명하다는 관광지는 모두 다 둘러보았다. 점심은 유명하다는 동굴 식당에서 먹었는데 육류가 유명한 체코답게 고기 메뉴는 모두 맛있었고 맥주는 말할 것도 없었다. 마을을 좀 더 둘러보고 4시쯤 주차장에서 가이드와 다시 만났다. 그러다 투어 일행 중 한 명이 휴대전화를 잃어버렸다. 모두가 당황하여 어떻게 하지 걱정을 했는데 정말 다행히도 전화를 하자 누군가 전화를 받아 아까 방문했던 성 안에 있는 인포메이션 센터 휴대전화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유럽에서 휴대전화 분실은 못 찾는다고 봐야 하는데 하늘이 도왔다고 생각했다. 무사히 휴대전화를 다시 찾아 우리는 다시 출발할 수 있었다.
돌아오는 길 중간에 휴게소를 들렀는데 아까 휴대전화를 잃어버렸던 분이 기다리게 해서 미안했다며 음료수를 돌렸다. 사실 무사히 찾아서 우리가 더 다행이라 여겼는데도. 찾아서 다행이다. 우리가 더 다행이다. 그렇게 여겼는데도.
숙소에 돌아와서 컵라면에 와인, 맥주를 마셨다. 차로 숙소 앞까지 데려다주는 투어였는데도 꽤 피곤했다. 그래도 투어와 투어 사이에 여유를 두어서 수월한 일정이 되도록 계획했기에 부모님도 크게 부담을 느끼진 않으셨다.
투어 다음날은 자유 일정이다. 프라하 성을 가기로 했다. 7시 20분쯤 일어나서 씻고 조식을 먹었다. 12시 근위병 교대식을 보기 위해서 시간을 맞춰 이동하기로 했다. 9시 30분쯤 숙소를 나서 화약탑과 구시가지 광장을 지나 천문 시계를 보았다. 천문 시계는 운이 좋으면 정시에 시계가 움직이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우리는 성을 가는 게 급해서 일단은 그냥 지나쳤다. 카를교를 지나 프라하 성을 향해 계속 걸어가는 데 그날따라 모든 곳에 사람이 미어터졌다. 프라하에 있는 모든 학교에서 체험학습이라도 온 것 마냥 온갖 군데에 학생들이 꽉꽉 들어차 있었다. 프라하 성까지는 오르막길이라 조금 숨이 찼다. 12시까지는 시간이 조금 남아서 입장 후 화장실을 먼저 갔다가 입구에서 근위병 교대식을 보기로 하였다.
정말 운이 좋게 자리를 잘 잡아서 근위병 교대식을 코 앞에서 볼 수 있었다. 그날따라 땡볕이었는데 그늘에 앉아서 볼 수 있게 되어 다행이었다. 오랜만에 본 근위병 교대식은 여전히 멋있었고 부모님도 신기하시며 만족해하셨다. 근위병과 함께 사진까지 야무지게 찍고, 프라하성을 본격적으로 관람하기 위해 티켓을 구매했다. 성비투스 대성당, 구왕궁, 황금 소로 등 성 안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면 관람했다. 전망대에서 프라하 시내도 한눈에 내려다 보였다. 점심은 성 근처에 있는 스트라호프 수도원 양조장에서 스테이크, 생선구이, 맥주를 먹었다. 예전에 친구와 방문했던 곳으로 입구를 못 찾아 헤맸는데 이번에도 살짝 헤맸다가 곧장 찾아 입장할 수 있었다. 여전히 맛있었고 여전히 분위기가 좋았다.
다시 성으로 들어와 마저 이곳저곳을 구경하고 성 뒷길로 천천히 내려왔다. 가는 길에 굴뚝빵, 아이스크림, 과일주스를 사 먹었는데 주스는 정말 노맛이었다. 다시 카를교를 지나 구시가지 쪽으로 이동했다. 5시에 천문시계가 움직이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천문시계가 움직이는 것을 보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몰리지만 그곳에서 가장 재미있는 건 천문시계의 움직임이 끝나고 전세계의 언어로 "이게 다야?" 라는 말을 들을 수 있다는 점이다. 시계탑 꼭대기에 올라갈까 말까 고민했는데 쓸데없이 비싸서 포기하고 대신 한식을 먹기로 했다. 명품 거리 근처에 '바삭 핫도그'라는 집에서 꼬마김밥, 떡볶이 등을 포장하여 숙소에 와서 먹었다. 숙소에서 조금 쉬었다가 야경을 보기 위해 다시 재정비를 하고 외출 준비를 했다. 저녁 8시 반쯤 숙소를 나와 카를교를 향해 걸었다. 사람이 정말 많았다. 그런데 아무리 기다려도 해가 지지 않았다. 아무리 낮이 길어졌다고 이 정도라고? 10시가 넘어도 하늘이 어슴푸레해지기만 할 뿐 깜깜해지지 않았다. 그래도 어두운 하늘 아래 보이는 프라하성의 모습을 정말 아름다웠다. '프라하에 꼭 다시 돌아올 거야.' 다짐하며 우선은 숙소로 돌아왔다. 다음 날 독일 드레스덴까지 가는 투어가 예정되어 있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