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오스트리아, 체코에 독일과 슬로바키아를 살짝
드레스덴 투어가 있는 날이다. 프라하에서 두 번의 투어를 신청했는데 모두 같은 업체에 신청했다. 소규모에 숙소 픽업이라 부모님과 함께 하는 여행에는 적격이라 판단했다. 체스키에 이어 드레스덴도 7명이서 진행되었는데 드레스덴 투어에 함께 한 사람들은 다 별로였다. 인사를 해도 받는 둥 마는 둥, 말을 걸어도 대답을 하는 둥 마는 둥. 나중에는 그냥 대화를 포기했다. 그나마 가이드가 괜찮은 사람이라 다행이었다. 이번 가이드도 지난 체스키 투어를 함께 했던 에이미였다. 일찍 조식을 먹고 8시 18분에 호텔에서 픽업되어 곧장 드레스덴으로 향했다. 중간에 독일 검문소에서 여권 검사를 했는데 신기한 경험이었다. 잘못 걸리면 모두가 내려서 몸수색까지 하고 짐검사까지 할 수도 있다는 말에 걱정을 했는데 다행히 그 정도까지는 아니고 여권만 모두 회수하여 검사했다.
드레스덴에 도착해 도시가 멀리서 보이는 히든스폿에서 사진을 찍고 구시가지 광장으로 향했다. 그곳에서 드레스덴에 대한 설명을 들었는데 마틴 루터와 종교 개혁에 대한 설명과 제2차 세계 대전 폭격에 대한 이야기도 들었다. 가이드의 자세한 설명 후 성당과 도시를 둘러보자 새삼 느낌이 남달랐다. '군주의 행진'이라는 벽화와 츠빙거 궁전도 관람했다. 점심은 가이드가 미리 예약해 둔 아우구스티너 식당에서 슈니첼, 독일식 소시지를 먹었는데 오랜만에 먹어서인지 정말 맛있었다.
식사 후 독일 dm에서 이것저것 쇼핑할 거리가 많아서 조금 일찍 움직였는데 가이드가 동행해 주어서 수월하게 필요한 물건을 구매할 수 있었다. 각종 영양제, 선크림 등 선물할 거리들을 구매하고 다시 광장으로 돌아와 유명하다는 초콜릿 아이스크림을 먹었는데 살면서 먹어 본 초콜릿 아이스크림 중에 제일 맛있었다.
드레스덴을 출발하여 작센 스위스라고 불리는 바스티아 국립공원에 갔다. 마치 스위스와 같다는 평을 들을 정도로 자연환경이 아름다운 곳이라 하여 기대되었다. 멋진 기암괴석과 푸르른 나무들, 강 주변의 마치 스위스의 마을과도 같은 풍경들을 보았다. 산책 삼아 짧게 트레킹을 하자 기분이 좋아졌다. 프라하로 돌아오는 동안 부모님은 짧게나마 독일을 다녀왔다는 사실에 매우 흥분하여 계속해 투어 내용을 복기하셨다.
dm에서 쇼핑한 물건들을 정리하고 저녁은 역시나 한식으로 먹기 위해 조금 많이 걸었다. 프라하에는 생각보다 한식당이 많은데 그중에 맛있다고 가이드가 추천한 곳으로 갔다. 그곳에서 김치찌개와 해물파전을 먹었다. 맛있게 먹고 나오면서 사장님께 현금인출기에 대해 여쭤보았다. 체코는 유로를 사용하지 않는다. 체코 현금이 필요할 것 같아서 1000 코루나를 현금인출기에서 뽑아 숙소로 돌아왔다. 힘든 투어 일정은 모두 다 끝났다. 이제 남은 일정을 쉬엄쉬엄 다녀야겠다고 다짐했다.
여행이 이틀 남았다. 이틀 동안 마음껏 자유롭게 프라하를 즐기기로 했다. 물론 미리 다 계획을 세워놓긴 했지만. 아침 7시 30분쯤 일어나 씻고 조식을 먹었다. 오늘은 가이드의 조언을 참고하여 비셰흐라드에서 프라하의 전경을 감상하고 토요일에만 열린다는 파머스 마켓에 가기로 했다. 교통권을 끊어 지하철을 타고 비셰흐라드 역에 내렸다. 날씨가 좋아서 마을 주변을 감상하여 산책하듯 정상까지 걸었다. 프라하를 한눈에 내려다보고 근처 국립묘지에 가서 작곡가 드보르작, 화가 무하의 무덤을 보았다. 산 아래 길로 천천히 내려와 파머스 마켓에 도착했다. 때마침 와인 축제도 하고 있었으나 아침부터 술을 먹기는 그래서 구경만 했다. 과일 가게에서 체리와 아스파라거스를 구매했다. 코코넛 주스로 구매하여 엄마, 아빠와 나눠 마셨는데 오전 내내 걷느라 생긴 갈증이 단번에 가셨다. 그리고 그 유명하다는 바질토스트를 구매하기 위해 나는 서둘러 뛰었다. 줄을 서서 구매한 토스트는 기다린 만큼 정말 정말 맛있었다. 너무 맛있어서 사진 한 장 찍지 못하고 후다닥 먹어버려서 아쉬웠다. 두 개 살걸. 지금도 아쉽다.
이른 점심을 배부르게 먹고 블타바 강을 따라 걷다가 댄싱 하우스를 발견했다. 다양한 포즈로 사진을 찍으며 댄싱 하우스를 구경했다. 시내 쪽으로 방향을 틀어 테스코에서 소고기와 닭날개를 샀다. 그리고 한인 마트까지 들러 라면, 김치, 아이스크림 등을 샀다. 하루 종일 걸었더니 조금 피곤하여 숙소에 돌아와 조금 쉬다가 사 온 음식들로 저녁을 먹었다. 일몰을 보기로 했지만 어차피 해는 늦게 질 것이므로 좀 더 숙소에서 쉬다가 맥주, 콜라, 피크닉 매트 등을 챙겨 일몰 포인트까지 걸어갔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같은 곳으로 이동하고 있었고 도착했더니 정말 많은 사람들이 일몰을 즐기기 위해 모여 있었다. 우리도 자리를 잡고 돗자리를 폈다. 주변은 젊은이들이 떠들썩하게 맥주를 마시고 대마초를 피는 소리로 시끄러웠다. 우리 역시 맥주를 마시며 마음껏 일몰을 즐겼다. 붉은 해가 순식간에 땅 아래로 가라앉았다. 우리는 숙소로 돌아왔다. 여행이 끝나간다는 것을 점점 더 실감했다.
다음날, 프라하의 마지막 날. 그러니까 온전히 여행할 수 있는 마지막날. 다음 날에는 곧장 공항으로 가야 하니까. 느지막이 일어나서 조식을 먹고 천천히 나갈 준비를 했다. 여행을 시작했을 때만 해도 5월이었고 때마침 스위스였기에 덥지 않았는데 6월 중순이 된 프라하는 꽤 더웠다. 무하 박물관에 가기로 했는데 공식 무하 박물관은 새로 개관을 했고 대부분의 작품들은 한국에 가 있어서 정작 오리지널 무하 박물관에는 작품들이 없었다. 아니 내가 한국에서 왔는데 무하 작품들은 한국에 있고 나는 프라하에 있다니. 꽤 비싼 티켓이었는데 많이 아쉬웠다. 여하튼 전시를 관람하고 화장실까지 야무지게 사용하고 근처 카페에 가 커피를 마시면서 더위를 좀 식혔다.
여행 막바지라 오늘은 쇼핑을 하기로 했다. 바타 매장에서 엄마, 아빠 운동화를 구매했다. 점심은 숙소로 돌아와 어제 사놓은 소고기와 닭날개를 구워 먹었다. 너무 덥다 보니 대낮에 나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점심을 먹고 더위가 가실 때까지 조금 쉬다가 4시쯤 다시 나갔다. 크리스털 매장에 가서 엄마가 사고 싶어 했던 보석함을 구매했다. 그리고 천문시계를 한 번 더 감상했다. 안젤라또 매장에 가서 젤라토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조금 쉬다가 역사가 오래됐다는 팔라디움 백화점에 갔다. 마뉴팍트라에서 맥주 샴푸를 비롯한 선물할 거리와 내가 쓸 제품들을 구매했다. 백화점에서 나왔더니 날씨가 심상치 않았다. 하늘이 어두컴컴한 것이 금방이라도 비가 올 것 같았다.
프라하 첫날에 갔던 코젤로브나 본점에 가서 꼴레뇨와 구운 감가, 맥주를 먹었다. 여행의 마지막 밤 식사는 현지식으로 먹기로 해서 선택한 곳인데 탁월했다. 음식도 맥주도 모두 맛있었다. 식당을 나오니 아니나 다를까 비가 오고 있었다. 나는 어플로 택시를 불렀다. 거기서 코루나를 모두 다 썼다. 친절하고 센스 있는 기사를 만나 다행이었다. 숙소에 도착해 하루를 정리하고 짐 정리를 했다. 여행이 끝나간다. 아니 진짜 끝났다.
다음 날 10시에 체크아웃을 하고 숙소에 짐을 맡긴 후 팔라디움 백화점에 다시 한 번 방문했다. 미처 못 산 기념품도 구매하고 밥도 먹기로 하였다. 말 그대로 너무 많이 돌아다니지 않기. 조금 쉬다가 공항 가기. 나름의 여유를 가지고 오전 시간을 즐기기로 했다. 백화점에서 쌀국수를 먹고 커피 한 잔을 하며 휴식을 취하다가 다시 숙소로 돌아가 짐을 찾았다. 오후 2시쯤 택시를 불러서 프라하 공항으로 갔다. 공항에 도착해서 우선 텍스 프리부터 받았던 기억이 떠오른다. 복잡하지만 하라는 대로 착실하게 해서 텍스 프리 신청을 완료하고 체크인을 하고 면세점을 한 바퀴 돌았지만 딱히 살 게 없어서 초콜릿과 아빠 선글라스를 샀다. 그리고 비행기를 타고 한국으로 돌아왔던 기억. 비행기 안에서 뭔가 되게 불편해서 잠도 못 자고 책도 못 읽고 버둥댔던 기억. 도착했는데 한국은 또 왜 이리 더운지. 그래도 도착해서 곧장 공항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던 기억. 그리고 그렇게 여행은 마무리되었다.
23일간의 여행 동안 아빠의 잔잔한 꼬라지와 엄마의 카페 극혐 태도는 계속되었지만 그래도 나쁘지 않았다. 나의 초인적인 인내심이 나름 빛을 발했다고 볼 수 있겠다. 그럼에도 중간중간 나의 멍청 비용들이 아까웠고 더 잘 다녀올 수 있었을까 하는 아쉬움. 그래도 지금까지 두고두고 좋았다고 말하는 엄마와 아빠를 보며 고생은 했지만 잘했다고 나름의 평가를 내려본다.
내년 1월, 여동생과 스페인을 간다. 5월 여행을 같이 못 간 동생도 챙겨야지. 휴직도 이제 끝나가니 내년 새 학기 시작 전 마지막 여행이 될 것 같다. 그리고 또 언제 해외여행을 또 갈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지금 환율이 미친 수준이라. 일단 벌어놓은 돈을 휴직 기간 동안 모두 탕진했으니 개처럼 열심히 일부터 해야지. 엄마, 아빠 사진으로 포토북도 만들고 영상도 만들어야지 다짐했던 건 어디로 사라졌는지, 사진 정리부터 차근차근하면서 연말을 마무리해야겠다.
2025 부모 해외 연수 보고서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