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근희 Oct 13. 2015

웨딩 스냅사진 촬영기

귓가에 햇살을 받으며 석양까지 행복한 여행을.

10월 10일. 갑작스럽게 스냅사진을 맡게 되었다.


신세를 많이 지기도 하였고 반쯤은 전속모델로 생각하고 있었던 사진 동호회 회원인 누나인지라 숙취에 흔들거리는 머리를 부여잡고 역시 해장에는  아이스커피!라는 생각을 하며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흡입하며 장소로 향하였던 것이다.


구이와 격포를 넘나들며 사진을 담아내었다.   

사진을 찍으면서 누군가와 함께하고 그 사람들의 삶을 담아내는 작업은 언제나 새롭고 고마운 일이다.   

누군가의 영혼까지 담고 싶다라는 내 사진에 대한 생각은 이런 과정을 통해 조금씩 이루어나가고 있지 않을까



 낸 골딘의 사진집에서 발견했던  "이  사진은 한 인간이 다른 한 인간에게 가장 가까이 다가간 경우를  보여준다"라는 문장은 사진에 대해서 정말로 잘 표현한 문장이라 생각한다.  파인더로 보이는 창을 통해서 사람과 사람 사이의 마음의 창을 열고 한 발자국 다가가는 그 과정은 참으로 매력 있다. 




누군가의 행복한 모습을 담아낼 수 있다는 것이 어쩌면 사진을 하면서 내가 얻었던 가장 큰 선물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다.   사실 행복만큼 슬픔과 아픔도 누군가의 인생이지만 아직은 그런 것까지 담아내기에는 나의 마음의 그릇이 크지 않기에 먼저 즐거운 일들로 채워나가고 싶다.  


그러다 보면 언젠가는 누군가의 마음의 문을 열고 그 상처를 보듬어줄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  누군가가 마음의 문을 열어 자신의 이야기를 나에게 들려주는 그러한 날이 올 때에 부디 내가 준비가 되어 있기를. 




어찌 찍다 보니 누나의 웨딩 스냅사진인지 화보 사진전이 되어버렸는지 헷갈리는 사진들이 되어버렸다. o_0

역시 익숙한 대상을 담는 것이 쉽고, 셔터를 누르는 타이밍도 익숙한 타이밍이라 그런 것이었을까. 

왠지 형에게 미안한 마음이 드는 건 기분탓일...것이 아니고 미안해야 하는구나!  (깊은 깨달음)


누군가의 삶의 영역에 내 맘대로 발을 들여다 놓고 감 내놔라 말라 할 수는 없는 것 아닌가. 그런 면에서 사진을 찍는 입장에서 갑질을 하는 사람들은 정말로 무례한 사람들 아닌가.  사진은 소통인데 호통으로 "찍어"내는 작가들이 있더라. 다행히 이번에 오신 분은 그런 분은 아니고 신경을 많이 써주셔서 스냅사진을 찍는 입장에서도 한결 가볍게 촬영할 수 있었지.




그나저나 사진을 보정하면서 느낀 건 누나에게 참 고맙다는 생각이었다.

좋은 모델을 만나는 건 참 힘든 일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또한 공적인 자리를 넘어 일상까지, 자신의 삶의 영역까지 초대하여 함께하게 해준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님을 알고 있기에 감사하다.


그래서 이 글을 누나에게 헌정하려 한다. 




헌정이기 때문에 내가 마음에 드는 사진들 위주로! 

그나저나 참 부럽더라. 서로를 바라보는 시선과 입가에 맴도는 미소가 꾸밈없이 밝고 맑더라구. 


 그래서 더 담아내는 재미가 있었던 사진이었다.




귓가에 햇살을 받으며 석양까지 행복한 여행을.
웃으며 떠나갔던 것처럼 미소를 띠고 돌아와 마침내 평안하기를.    그리고 행복하기를. :)


   


매거진의 이전글 전주 호동골 꽃밭.  흐드러진 풍경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