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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근희 Oct 18. 2015

 안개 낀 날의 회상

마음의 결을 어루만지고 돌아온 날.

전주 도립미술관에서 "아시아 현대미술전"을 한다기에 벼르고 있다가 문득 기회가 되어서 출발하였다.

출근하는 길이나 또는 버스를 타고 가는 길에 꼭 마주치는 꽃집이 하나 있다.


아름다움은 판매하는것보다 공유하는것.


매번 갈 때마다 참 마음에 드는 곳인데.  감성이 묻어나는 꽃집이랄까, 아침마다 나와서 꽃에다 물을 주시고 꽃은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활짝 피어난다. 사람들이 무심히 지나갈지라도 개의치 않고 피어나 오고 가는 이들을 맞이하는 저 꾸밈없는 수수함이 좋더라.  


그리고 보이지 않는  주인아주머니의 배려.  아름다움은 판매하는 것이 아닌 서로에게 공유할 때 더한 아름다움이라는 것.  



물가에는 포근함이 잔뜩 피어있었다.

분명히 홈페이지에는 입장료 같은 건 쓰여있지 않았는데 막상 들어가려고 하니까 입장료를 받더라. 5천 원이라는 큰 돈은 아니었지만 내가 도착한 시간은 2시. 5천 원을 내고 즐기기에는 시간이 너무 적었다. 


사실 예술에 대해 돈을  아까워하는 것 자체가 참 미안한 일인데 미리 홈페이지에라도 공지를 해줬더라면 아침 일찍 가서 만끽하였을 텐데 시간이 너무 아쉽더라. 


그래서 발걸음을 돌려 저수지 쪽을 돌아다니기로 하였다.  안개가 많이 껴서 나름 더 운치가 있고 포근한 사진이 나오지 않을까 하는 마음.


전원단지로 조성된 구이저수지는 예전의 적막하고 고요했던 운치는 느낄 수 없었지만, 안쪽으로 좀 더 들어가니 여전히 이곳은 바람 부는 소리와 바람에 물결이 살며시 밀리는 고요함 가운데 풀벌레가 찌르르 노래하는 곳이었다. 




이외수 선생님이 말씀하셨던가.  김제동이었나.


"모든 사물에는 저마다의 결이 있다."




물결, 바람결, 숨결, 잎새의 결.

바람이 수면을 매만질 때마다 드러나는 물결은 마치 질감을 가진듯한 느낌이었다.

고요한 가운데 잔잔한 생물인양 고요히 오랜 세월 세상을 응시하였겠지.  


종종 이렇게 여행을 떠나면 말없이 세상을 응시하곤 했다.

바람소리에 귀를 기울여보고 지나가는 구름도 좀 살펴보고 손바닥에 머문 흙도 좀 만져보고

손끝에 닿는 풀잎들도 매만져주고 코끝을 스치는 풀내를 잠시 들이마시기도 하고


문득. 

나는 외향적이면서도 내향적인 성격을 가졌다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사람들을 만나서 힘을 받기도 하고.  이런 여행에서도 참 많은 힘을 받는다.  

이 여행의 흔적과 자연의 느낌 하나하나가 발끝부터 나를 채워 지탱한다는 느낌이랄까. 아니 이런 표현은 너무 거창하지.  그냥 마음이 고요하게 가라앉아서 어지러웠던 것들이 가라앉는 느낌.


또 세상을 살아가다 보면 가라앉았던 것들이 흔들려 떠오르겠지만 수면에 완연히 떠오르기 전까지는, 고요함을 유지할 수 있을 테니.  그리고 떠오른 것도 시간이 지나면 이렇게 다시 가라앉겠지.


예전에는 낚시도 참 좋아했었는데.   물고기를 잡는것이 아니고 나를 물가에 흘려보내기 위한 핑계였지만




어린 시절부터 꿈꾸던 집이 하나 있었지.

전원주택. 마당 있는 집. 


마당 안에 텃밭을 가꾸고 대파, 고추, 양파 심고.  원두막 짓고 누워서 책 읽는 것.

강아지 두 마리 키우고. 닭도 키우고. 병아리 쫑쫑쫑 노니는 거 구경도 하고

집 옆에 카페 하나 지어서.  흘러온 이들 머물다 가고 작가, 음악가 와서 쉬었다 갈 수 있도록.

저녁이면 친구들과 맥주 마시고 칵테일 만들어 마시는 그러한 삶.


집은 3층으로 짓고. 1층과 2층을 관통하는 서재를 하나 만들어 동네 아이들이 와서 놀다 갈 수 있게 만들고

날 좋은 날 물가에 앉아서 통기타 치기도 하고. 물고기 한 마리 잡아와 저녁밥상에 올리고 밤이면 옥상에 누워서 별 구경하면서 잠드는 그러한 생활.  달빛에 막걸리 마시며 잔에 나를 기울여보기도 하고 말이지.


이런 곳에 앉아서 통기타 뜯고 낚시도 하고 살고 싶은데.



사진보다는 생각을 많이 하고 돌아온 날.

고요함을 가득 채우고 싶었던 날.

셔터 소리가 유난히 컸던 저수지.  풀벌레 울음소리 귓가 머물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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