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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이드시선 Apr 09. 2022

플로라-프란체스코 멜치

모든 식물의 어머니!

매우 에로틱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신비로운 플로라입니다. 렘브란트의 플로라에서는 화관을 쓰고 화봉을 든 여신의 우아하고 화려한 아름다움을 드러냈다면, 이 작품에서는 생명을 낳는 여신으로서의 플로라를 묘사한 것 같습니다. 에르미타주 박물관에 있는 프란체스코 멜치(1493~1570)의 작품입니다. 이 그림은 오랜 복원을 거친 끝에 에르미타주 250주년을 맞이하여 드디어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그림의 주인공은 레오나르도 다 빈치(1452~1519)를 후원한 프랑스 국왕 프랑수아 1세(1494~1547)의 애인이었다고 합니다. 처음 이 그림은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작품으로 잘못 알려졌으나, 지금은 그의 수제자였던 멜치의 작품으로 인정되고 있습니다.

플로라 1634 렘브란트 에르미타주


멜치는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총애했던 제자로서 스승을 따라 프랑스로 갔습니다. 그는 스승의 재산관리자로서 스승의 생애 마지막까지 함께 했던 것입니다. 멜치의 작품은 현재 남아 있는 것이 거의 없어서, 세계 어느 박물관을 가보아도 찾아 보기 힘듭니다. 그런 그의 작품이 에르미타주에 있으니 에르미타주 박물관으로서는 자랑할 만 하죠. 

플로라를 보실 때 첫 느낌이 어떠셨습니까? 부드러운 스푸마토 기법, 절제된 우아한 색채, 앉아있는 여신의 입가에 지어진 부드러운 미소! 이전 방에 전시되어 있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마돈나 리타와 많이 닮지 않았습니까? 스타일면에서 플로라는 전형적인 레오나르도의 초상화를 떠올리게 하는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그래서 이 그림은 다 빈치의 작품으로 오해를 받기도 한 것이죠. 반대로 다 빈치의 마돈나 리타가 오히려 멜치의 작품이 아닐까 하는 의심을 받기도 했고요. 적어도 멜치가 마돈나 리타 작업에도 어느 정도 관여했을 것이라는 추측은 타당해 보입니다.  

신화에서 플로라는 서풍의 신 제피로스의 아내이자 모든 식물의 어머니였습니다. 먹을 것을 제공하고, 생명을 탄생시키는 이가 바로 플로라입니다. 그래서 벌거벗은 젖가슴으로 보여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멜치도 그 도상을 따랐구요. 플로라는 어째서인지 신비한 동굴 속에 있습니다. 동굴 속 돌 사이 사이로 다양한 풀과 꽃들이 덮여 있습니다. 우아하게 고개를 돌리며 그녀는 어여쁜 꽃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이 꽃이 아퀼레지아인데요, 영문으로는 콜럼바인입니다. 그래서 전에 이 그림은 콜럼바인으로 불리기도 했습니다. 

마돈나 리타 1490 다 빈치 에르미타주


여기에 세밀하게 묘사된 여러 꽃과 플로라의 자태는 알레고리를 담고 있습니다. 알레고리 작품에서는 늘 그렇듯이, 플로라 주변의 꽃들이 상징하는 바를 알면, 플로라가 어떤 존재인지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왼손에 살짝 잡고 있는 아퀼레지아의 꽃말은 승리의 맹세이며 다산을 상징합니다. 그 꽃이 보라색일 경우에는 버림받은 여인이라는 뜻도 있습니다. 오른손에 쥐고 있는 꽃은 자스민입니다. 자스민의 꽃말은 잃어버린 정조입니다. 왠일인지 러시아에서는 자스민차를 많이 마십니다. 저도 러시아 음식점에서 자스민차를 즐겨 주문하곤 했는데요, 꽃말을 안 이상 앞으론 재고해야 할 것 같네요. 여기서 잠깐 러시아 카페에서 차나 커피를 주문할 때 참고하시라고 차를 주문하는 풍경을 그려 보겠습니다.


"손님, 뭘로 하시겠습니까? 차 또는 커피?"

"음... 차로 주세요."

"홍차요, 녹차요?"

"녹차로 주세요."

"어떤 녹차로 드릴까요?"

"음... 어떤 차가 있죠?"

"자스민차, 쌀차, 일반 녹차..."

"에.. 그럼 자스민으로요."

"레몬 추가 하시겠어요? 아님 없이?"

"아... 없이요."

"설탕 필요하세요?"

"ㅎㅎ... 필요없어요."

"주문 감사합니다."

근데, 종업원이 바로 다시 옵니다.

"죄송하지만 손님, 자스민차가 다 떨어져서요."

"헐... 그럼 일반 녹차로 주세요."

"레몬 추가 하시겠어요?..."

"ㅎㅎ..."


짜증나는 주문과정이 이렇게 반복될 수 었어요. 당황하지 마시고, 주문 조건을 한번에 얘기하세요!


알레고리 해석을 이어가겠습니다. 플로라의 드러낸 젖가슴은 다산을 상징합니다. 모든 생명은 어머니의 젖을 통해서 유지되지요. 무릎 위에 있는 꽃은 아네모네입니다. 아네모네는 아프로디테와 아도니스의 신화 이야기에서 아도니스가 흘린 피에서 탄생한 꽃입니다. 따라서 아네모네의 꽃말은 재생 또는 슬픈 사랑을 의미합니다. 이상에 나타난 꽃들의 꽃말을 종합하자면, 남녀 간의 사랑의 결실로서 새 생명이 탄생한다는 뜻이 되겠습니다. 그것은 승리의 열매입니다. 하지만, 사랑의 이야기에는 해피엔딩만 있는 것은 아니고, 사랑하다가 버림받는 이도 있고, 비극적 사태로 끝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즉 사랑은 아름다운 한편, 그 사랑을 이루는 과정은 위험을 동반하기도 하는데, 삶을 영속적로 만들어 주는 위대한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겠습니다. 황홀경에 빠져 에로틱한 본능을 발산하는 플로라! 그녀가 만들어낸 환희의 봄에 꽃의 축제가 펼쳐지며, 그 안에서 많은 사랑의 이야기들이 만들어지고, 그 덕분에 생명은 지속되는 것이니 어찌 생명을 가진 자가 플로라를 칭송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플로라 1520 멜치 에르미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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