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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職變] 또 새로운 곳으로

직장인의 변곡점 - 영원한 건 아무것도 없다. 자리도 사람도.

by 등대지기 Feb 04. 2025

지금 여기는 : 1년 차,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18, 19, [20], 현재 (2025)  


    Previous Story....

 

    한국에 돌아와서 기획팀에서의 1년여 근무를 마치고 새로운 사업부로 배정받았습니다. 적자 사업부로의 전출 시 제게 회사에서 요구하는 역할은 합리화였습니다. 모든 합리화가 그렇듯 인프라, 조직 및 인력에 대한 조정이 필수적인지라 힘든 나날을 보냈습니다. 다행히 주변에서 묵묵히 도와주는 분들의 지지로 어렵게 버텨나가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2년 여가 지났고 큰 틀은 잡았다고 한숨 돌리고 있는 제게 조직은 또 새로운 변화를 요구 합니다. 

 

   그렇게 또 삶은 저를 새로운 국면으로 유도합니다. 1막이 닫히고 새로운 막이 열립니다.

  

    회사의 미래 먹거리 발굴을 위해 새로운 팀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새로운 아이템을 추가할 수 있는 상품개발 업무를 전담하는 팀을 만들기로 한 것까지는 저도 적극적으로 지지했기에 알고 있었고 그 과정의 중심에 저도 있었습니다. 저는 그 자리에 적임자가 누구인지 여러 분들과 상의하는 과정에 있었기에 다른 누군가의 일로 생각하며 제삼자의 눈으로 인선에 관여하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적임자를 찾아 윗선에 보고를 하는 자리에서 물살의 방향이 틀어졌습니다. 


    뭔가 판이 망가져 가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전문 용어로 '아사리 판'이 될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들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인사팀이 분주합니다. 들락날락 바쁘게 돌아가더니 늦은 오후 제게 면담 신청이 와서 뭔가 찜찜한 맘을 가지고 면담실에 들어갔습니다. 인사를 총괄하시는 상무님께서 그윽한 미소를 품고는 제게 다음과 같이 의사를 타진하시네요.

 

인사팀 : '팀장님이 새로운 조직을 맡아 주셔야겠습니다.'

저 : '제가요?''.............' (난감한 침묵)

인사팀 : '맡아 주시지요.'

저 : (잠시 침묵) '쉽지 않은 변화지만 조직에서 제게 새로운 역할은 주신다면 기꺼이 받아들이겠습니다.'

 

    대화는 몇 마디 나누지 않았지만 그 행간에 숨은 침묵도 일종의 대화라 할 수 있으니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이 아니었습니다. 

    물론 인선을 함에 있어 제가 하면 더 잘할 수 있으리란 생각을 하지 않은 건 아닙니다. 중국 법인에서도 주재원 생활을 했고, 해외 영업팀에도 근무를 해봤고, 내수 영업에 기획까지 해봤으니 해외 제품 소싱이나 비즈니스 확장을 위한 역할을 하기에는 제 스펙이 결코 나쁘지 않은 것 같았습니다. 

    다만, 제가 현재 맡고 있는 손익개선 프로젝트가 완전히 마무리되지는 않았다는 미명하에 갑작스러운 커다란 변화를 다소 두려워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여하튼 그렇게 또 새로운 조직으로의 전출이 곧 있을 예정입니다. 

 

    늘 새로운 곳에서의 생활은 제게 짙은 가르침을 주곤 했었습니다. 중국 법인에서 배운 많은 것들을 기반으로 본사에서 생활하니 전보다 훨씬 직장생활이 편해졌습니다. 본사에 돌아와 기획팀에서 근무하며 접한 경영개선에 대한 기본틀은 사업부로 돌아왔을 때 큰 자양분이 되었습니다. 지난 2년간 새로운 사업부에 홀로 덩그러니 떨어져 고군분투한 치열한 시간들은 제 그릇을 훌쩍 키웠습니다. 

 

    이번 페이지에서는 무얼 가르치려 하는 걸까요. 두렵기도 하지만 알 수 없는 설레임과 흥분이 이는 걸 보니  제가 적임자가 맞는 것 같습니다. 피도 솟는 것 같고 한 번 붙어보고 싶은 호승심도 일어납니다. 


    그래서 오늘 아침 일기장에 적었습니다. 담담하고 겸손하게 새로운 기회를 맞아들이기로 말이지요. 

 

    오늘부터 인수인계서를 작성하려 합니다. 새로운 페이지를 쓰려면 기존 페이지는 잠시 덮어두어야 하니 말이지요. 담담히 제 2년간의 생활을 정리해 봐야겠습니다. 정말 담담하게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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