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職四] 새삼스레 첫 마음

정장을 입고 출근하는 젊은 직장인 친구를 보며

by 등대지기

初心 - 첫 마음


보통 처음 먹었던 바르고 단단한 마음을 얘기하는 표현으로 많이 쓰이는 것 같습니다.

첫 사랑, 첫 키스. '첫'이 들어가면 뭔가 설레이는 느낌이 듭니다.




가끔씩 가는 세종시 출장이 있어 KTX를 타러 서울역으로 향하는 지하철 안.


저만치 서 있는 어색한 검은색 정장에 검정 구두를 신고 목을 꽉 조인 넥타이를 맨, 딱 봐도 회사 생활을 갓 시작한 것 같은 젊은 친구가 서 있습니다.

그 풋풋한 모습에 제 신입사원 시절 생각이 났습니다. 아무것도 모르고 설쳐 대던 천둥벌거숭이 같은 제게 선배님들은 늘 관대했던 것 같습니다. 그 당시야 회사에 불만도 많고 피도 끓어서 좌충우돌하던 시기였는데도 말이지요. 그런 선배들의 배려 덕에 그나마 사람구실 하고 사는 것 같습니다.


너무 편해졌습니다.


머리를 쓸 일은 많아졌지만 몸은 정말 많이 편해졌습니다. 다들 마주 보고 앉아 있는데 팀장이랍시고 책상을 꺾어서 앉아 있고, 어지간한 일은 제가 하지 않아도 해 줄 사람들이 많이 생겼습니다. 현재는 팀원이 9명이니 저 포함 10명 중에선 나름 상위 10%의 지위를 누리고 있습니다.


몸이 편해지니 마음도 느슨해집니다. 제가 먼저 인사해야 할 사람보다 제게 인사하는 사람이 훨씬 많아지고부터 조금은 풀린 듯한 느낌을 이따금씩 받습니다.


누군가 제게 시키는 일보다 제가 시킬 일이 더 많아지다 보니 자꾸 나태해집니다.

더 큰 고민을 하라고 월급도 더 주고 여러 혜택을 주는 건 감사활 일이지만


자꾸만 사측의 생각에 코드를 맞춰 가는 제 모습을 보면서 적잖이 실망스럽기도 하고 당황스럽기도 합니다.


그래서 다시 첫 마음입니다.




어색한 정장의 친구가 연신 지하철 창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면서 넥타이를 매만지고 있습니다.

예뻐 보입니다.

어딘가로 일을 하러 가는 그의 옆얼굴에서 결연한 의지가 보입니다. 덕분에 저도 다시금 리프레시합니다.


그 친구의 앞날에 좋은 일들이 더 많길, 물론 늘 좋을 수만은 없겠지만, 그래도 조금은 덜 힘들길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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