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gwi eun Dec 05. 2023

 "magical place!!" 마법 같은 공간이야

동화 같은 순간. 베네수엘라와 콜롬비아, 프랑스친구들.

한글날이었던 22년 10월 9일 일요일. 이 날은 잔잔하게 손님분들이 이곳저곳 테이블 자리를 메꿔주던 날이었는데, 꽤나 아늑하고 따뜻한 순간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나는 날마다 그날그날 손님분들의 온도와 분위기에 따라 같은 공간이 늘 다른 색깔을 입어 변모하는 것을 지켜봐 왔는데, 몇 사람만 있는데도 따뜻한 온기로 공간 전체가 채워지는 날도 있고, 유독 단체손님분들이 많은 날은 시끌벅적하고 웃음소리 끊임없이 채워지는 파티 같은 공간이 되는 날도 있다. 모르는 이들끼리 꼭 입을 맞춘 것 마냥 홀로 온 손님분들로 테이블이 다 채워지고 그 테이블 위마다 책이 올려져 있어, 꼭 북카페가 된 것만 같은 날도 있고, 유독 외국손님분들이 끊임없이 찾아와 여기가 한국이 아니라 외국인 것만 같은 착각이 들 때도 있으며, 처음 보는 손님분들인데 유독 그날따라 손님분들과 친구처럼 하나가 되는 그런 날도 있다. 카페를 운영해 나가면서 가장 즐거운 부분 중 하나도 이런 부분이 아닐까 싶다. 같은 공간이, 늘 다른 공간이 된다는 것. 그리고 그것은 손님분들로 인해 다른 색이 입혀진다는 것.

결국 이 공간의 주인은, 손님인 것이고

이 공간을 만들어나가는 것 역시, 손님인 것이다.

그래서 내가 늘 새롭게 변모하는 이 공간을 그날그날 잊지 않으려 기록하고, 추억하고, 되새기고, 마음에 담아두는 이유이기도 하지 않을까?

여튼 이 날은 꽤나 차분하고 고요하면서도 테이블 곳곳에 손님분들로 가득 채워져 있었고, 모두들 살포시 흘러나오는 재즈와 클래식 소리에 맞춰 정다우면서도 작은 소리들로 대화를 이어가고 있던 와중이었다.



그리고 이내 반가운 두 손님이 가게에 들어오셨고, 두 분은 셀린언니와 언니의 남편분.

두 분을 처음 만났던 7일, 15일, 그리고 셀린언니와 밖에서 만났던 첫날 22일, 언니집에 초대되어 저녁식사를 했던 28일. 그리고 10월 9일, 일요일. 가게에서 세 번째 보던 이 날은, 전보다 좀 더 두툼해진 옷차림이었고 두 분은 늘과 같이 에너지가 넘치는 모습이셨다.

이 날 두 분을 만나 뵈어서 반가웠던 이유 중 하나는, 한동안 내가 계속 만들어보고 있었던 비건말차쿠키를 이 날 아침에 만들어두었던 것이고, 꽤나 맛있어서 만들고 먹어보면서 ‘이걸 셀린언니가 맛보면 참 좋아할 텐데.’ 속으로 몇 번이나 생각했던 것이다. 그리고 두 분께 하나의 디저트를 더 내어드릴 수 있다는 사실이 기뻤다. (두 분이 드실 수 있는 음식이 한정적인 것이 늘 마음에 걸렸으니..) 늘처럼, 토푸샐러드와 타프나드토스트를 주문하셨고, 쿠키를 발견한 셀린언니는 너무도 반가워하며 식사 후에 후식으로 드시길 원하셨다. 그리고 하나를 미리 챙겨두지 못한 게 아쉬웠던 이 날은, 하루언니가 저녁 식사를 다 끝내기 전까지 그 사이 쿠키가 모두 동나버린 것이다. 미리 빼두었어야 했는데... 그렇게 금방 나갈 거라고 생각을 미처 못했던 탓이었다. 그래서 서로 내내 아쉬움을 드러내며 쿠키는 다음으로 미뤄야만 했는데, 그렇게 “아이, 아쉬워~!! 나 식사 다 하고 후식으로 먹으려 했는데!!” “으악. 그러니깐요. 이게 이렇게 그 사이에 다 나갈 줄 생각도 못했어요. 하나를 미리 빼놓을 걸..” 하며 아쉬움을 주고받던 찰나, 학생으로 보이던 외국손님 다섯 분이 가게 문 앞에 들어섰다. 그리고 한 분이 내게 메뉴판을 부탁했고, 손에 쥐어드린 메뉴판을 한참 서서 보고 계셨다. 보통 외국손님분들은 자리에 앉기 전에, 문 앞에서 메뉴판을 먼저 확인한 뒤 가게에 들어오거나 나가거나 선택을 하시는 경우가 많은데, 아마도 음식을 확인하고 결정할 모양이다, 싶었다.

그리고 그 모습을 지켜보던 셀린언니를 보았다.

그러더니 언니가 불쑥 영어로 그들에게 무언가를 건네 말했고, 손님들은 이내 웃으며 무언가 대답을 하며 메뉴판을 좀 더 살펴보다가 다들 가게로 들어섰다.

말차비건쿠키. 고급 말차가루를 가득 넣어 만든 건강한 쿠키.


-

총 다섯 명.

나중에 여쭤봐서 알게 된 사실로, 두 분은 베네수엘라, 두 분은 콜롬비아, 한 분은 프랑스에서 오셨던 학생이었다. 교환학생으로 한국에 약 두 달 동안 오게 된 것인데 흥미로운 점은 모두 한국에서 만나게 되었다는 사실이었고 교환학생으로 오게 된 학교도 모두 다르다는 것이다. 이건 정확한 기억이 아닐지도 모르는데, 살포시 기억을 되살려보자면 연세대, 고려대, 성균관대 등등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그렇게 서울에서 처음 만났던 다섯 명은 우연한 기회로 다 같이 제주도여행을 하게 되었고, 뜻이 잘 맞아 그 조합대로 부산까지 여행을 오게 된 것이었다.

그렇게 다섯 손님은 자리를 착석해서도 한번 더 메뉴를 체크했고, 한 분씩 메뉴를 주문하기 시작했다.


나는 주문이 들어오면 그 즉시 조리를 시작하는 터라, 이렇게 다섯 손님이 식사주문을 한꺼번에 하게 되면 홀로 조리하는 나로썬 엄청나게 분주해지기 시작한다. (주문도 받고, 조리도 하고, 서빙도 하고, 캐셔도 하는 말 그대로 1인 카페니까!) 경험상, 외국손님분들은 여러 명이 자리한 한 테이블에 식사가 하나씩 차례로 나오게 되면, 본인의 식사가 맨 처음으로 나오더라도 먼저 먹으며 기다리지 않고 맨 마지막 식사가 나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모든 식사가 나왔을 때야 비로소 다 함께 식사를 시작한다.(사실 이것이 의리적이긴 하나, 음식을 내어드리는 요리사로써는 가슴이 아프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따뜻한 식사를 결국 하지 못하고 다 식어서 먹게 되는 경우도 있기에. 물론 내가 그만큼 시간의 격차를 줄이는 것이 최상이겠지만 아직은 혼자 하느라 한계가 있다는 것이 또 아쉬운 점이기도 하다. '열심히 해서 언젠가는 직원을 두고 함께 하는 날이 오려나..? 그런 날이 정말 왔으면 좋겠다!' 또 한 번 생각했다.) 그래서 마음이 더 분주해지는 터.


외국식문화를 생각하면 또 하나 생각나는 것이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보통 여럿이서 식당에 오게 되면 종류별로 주문을 하고 나눠먹는 편이지만 외국에서는 꼭 1인 1메뉴를 지키는 편이고, 각자 먹고 싶은 음식을 주문해서 플레이팅이 꼭 한 사람 앞에 하나가 놓여져서 쉐어하지 않고 먹는 편이라는 걸 여러 손님분들을 보며 알았다. (그래서 메뉴가 다양하게 있더라도 각자 먹고 싶은 메뉴를 시키기에 같은 메뉴가 한 테이블에 총 다섯 개나 올라가는 경우도 있다. 나에겐 늘 흥미로운 모습인데, 보통 우리는 여러 명에서 식사를 할 때 가장 큰 장점이 다양한 음식을 시켜서 먹을 수 있는 거라 생각하니까! 재미난 식문화 중 하나다. 이렇게 카페에서 일하며 다양한 문화를 알게는 건 또 얼마나 흥미롭고 즐거운지.)

다섯 분의 주문을 하나씩 다 받아내고, 분주하고 바쁘게 움직이던 차, 손님들은 테이블에 다시 자리해 이야기보따리들을 하나씩 풀어놓기 시작했다. 그리고 옆자리, 커피를 마시며 시간을 보내고 있던 셀린언니가 문득 옆에 앉았던 손님에게 말을 건다.

프랑스어로 !

어느덧 대화는 다섯 명에서, 일곱 명으로 확장되어 갔다.

그리고 이 모습은 흡사 전날과 같은 상황이었는데! 그것이 나는 너무도 흥미롭고 즐거웠던 것이다. 전 날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또 할 테지만, 간략하게 설명하자면 이 전 날도 그런 일이 있었다. 미국에서 온 할머니, 할아버지가 계셨고 한참 뒤 나의 단골 손님이자 서울에 사는 미국인 손님 니짜와 태완씨가 미국에서 놀러 온 친구 한 명을 데리고 가게에 들른 것이었다. 그리고 각자 대화를 하다가 어느새 세명과 두 명이 함께 대화를 하기 시작했고, 한동안 그렇게 다섯 명이 대화를 주고받아서 꼭 이 공간이 사랑방이 된 것만 같은 날이 있었다.

그러한 날이 이틀 연속 지속되니 그것이 신기하기도 하고 따뜻하기도 해서 또 얼마나 재미나고 즐겁던지. 그 아늑한 분위기와 기억들이 생생하게 살아난다.

​전날은 영어로 다 같이 하나가, 이날은 프랑스로 다 같이 하나가 된 것이 아니던가.


알고 보니, 다섯 명이 대화하는 도중에 프랑스어가 중간중간 들렸던 것이고, 그것이 반가웠던 셀린언니는 프랑스어를 하던 친구에게 말을 걸었고 그 손님은 프랑스에서 온 학생이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이었다. 그렇게 둘이 프랑스어로 대화를 주고받던 게 다른 콜롬비아와 베네수엘라 친구들에게까지 이어졌고 한동안 또다시 활력 넘치는 대화들로 공간이 가득 채워졌다.

음식을 하나씩 내어드리고 음료도 하나씩 모두 내어드리고, 식사가 모두 끝나갈 즈음 나도 함께 대화를 하게 되었는데 그들은 나에게 너무 좋은 말들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당신, 너무 사랑스러워요! 이 공간도 너무 좋고, 아름다워요!" 대략 그런 칭찬들을 가득해주었는데, 그것에 셀린언니가 동참하여 더 거드는 것이 아닌가! (나중에 알고 보니 셀린언니가 나와 카페에 대해서도 꽤 많은 말을 했더랬다. 이 공간이 얼마나 유쾌하고 즐거운 일들이 가득한 곳인지, 부끄럽지만 내가 얼마나 사람을 좋아하는지, 그리고 이 카페의 하루하루를 주인장인 내가 글로 담고 있는데 그게 얼마나 진정성 있고 멋진지 모른다고. 푸하하- 생각해 보니 자기 칭찬은 곧 죽어도 듣질 못하는 셀린언니가 이렇게도 내 얘기를 했다는 사실이 웃기면서도 내심 남모를 흐뭇함이 피어오르기도 한다. 언니도 이런 면이 있었어!!!)

그 관심과 시선이 부끄럽고 민망하면서도 기분이 좋아, 한껏 들떠있던 나 역시도 기억한다.

그래서 나도 꽤 많은 대화를 나누게 되었고, 나는 (아마도 셀린언니는 결단코 먼저 얘기를 꺼내지 않았을) 얘기를 꺼내었다. “이 언니, 프랑스에서 디올에 일했어!”

“oh, really???!?”

그리고 셀린언니는 이내 나를 슬킷 보더니, 그런 말을 왜 하냐는 눈치를 짧고도 강렬하게 보낸다. 셀린언니는 그런 사람이니까. 나라도 셀린언니를 자랑하고만 싶었던 것이다. 그래서 나도 웃으며 “제가 말해버렸어요! 언니가 얼마나 멋진 사람인지!” 하고 너스레를 떨었고, 이내 셀린언니에게 질문 공세가 쏟아질 땐 _ 마지못해 대답을 주던 언니의 눈빛이 또다시 빛나기 시작했다.(사실 디올에서 일했다는 사실만이 아니다. 셀린언니가 학창 시절과 젊은 시절 프랑스에서 쌓아오고 지내온 커리어는 정말이지 어마무시한데, 결단코 그것을 내비치길 원하지 않는 것이 셀린언니다. 그런 셀린언니의 인생을 은밀하게 알게 된 나는 얼마나 행운아 인가 싶기도 하다! 언니의 커리어를 알아서가 아니라 그 많은 시간들을 거쳐오면서 겪은 언니의 수많은 경험들과 그로 인한 언니의 인생관과 가치관이 변해가던 과정, 그리고 현재의 것. 그것들을 느낄 수 있고 어떤 부분은 공감할 수도 있고 나 또한 그러한 삶을 상상해 볼 수 있었다는 것은 참으로 귀한 경험이니까- 그리고 무엇보다 나는 현재 셀린언니의 삶을 너무도 응원하는 사람이니까.)

그렇게 한참 대화와 웃음의 시간들을 끊임없이 주고받던 긴 식사시간이 끝나고, 모두가 자리를 일어났는데 그때 셀린언니가 내게 다가와 말을 건넸다.


“귀은씨, 재밌는 일이 생겼어요. 우리가 이 친구들 여행을 잠깐 투어 해주기로 했어요. 그래서 우리 지금 다 같이 달맞이로 가요. 조현화랑갤러리를 들렸다가 비비비당에 갈 생각인데 어때요? 괜찮을 거 같아요?”


“오! 그거 너무 멋진데요!! 너무 좋아할 거 같아요. 좋은 곳들이잖아요. 근데 두 분 안 힘드시겠어요?”


“괜찮아요. 이제 어디로 가냐고 물어보니, 아무런 계획도 없이 부산을 와서 어딜 갈지 아직 정하지 못했대요. 이렇게 왔는데 여행이 아쉽잖아요. 이럴 때 도와주는 거죠.”

그렇게 신나고 반가운 인사들을 가득 주고받고 멋지고 활력 넘쳤던 다섯 분의 손님과 셀린언니, 남편분까지 일곱 분의 손님이 새초롬한 종소리를 내며 가게를 나섰다. (아, 몽상가의 입구문은 옆으로 여는 슬라이스 도어인데, 내가 설거지에 집중할 때면 손님이 들어오고 나가는 소리를 듣지 못해 새초롬한 소리를 찰랑찰랑 내는 자그마한 종들을 문에 달아놓아서, 손님들이 들어오고 나갈 때면 쾌청한 종소리가 딸-랑 하고 나는 것이다. 나는 이 소리가 좋다. 나에겐 이제 마냥 정겨운 소리로 느껴지는 종소리. 종소리가 어쩌면 이리도 깨끗하고 맑은지.)

맨 오른쪽 친구가 프랑스친구, 그리고 둘둘씩 베네수엘라, 콜롬비아에서 온 친구들이었다. 똑똑하고 밝은 친구들!


행복하고 뜻깊은 만남과 연은 꼭 이리 남겼다. 소중한 추억이 될거란 것을 아니까 -


그렇게 손님분들을 모두 보내고, 이틀 뒤_

휴무인 화요일이었던 이날은 셀린언니가 커피 한잔을 하자며 약속을 건네와 셀린언니, 그리고 또 다른 멋진 베이커리 사장님과 함께 만났던 날이었다. 두어 번 가본 적 있는 달맞이의 크고 따뜻한 카페였는데 이곳에서 비건브런치와 커피 한잔을 먹으며 네 시간을 순식간에 지나쳐오며 대화를 나누었다. (네 시간이 이렇게 빠르게 흘러가던가?)

그리고 이 날, 정말 재밌고 흥미롭고 신기하고 벅찬 일화를 하나 들었는데, 훗날 그것은 나에게 잊혀지지 않는 선물 같은 추억이 되기도 하였다.

그 일화인즉슨, 이러한데.

셀린언니와 남편분께서 몽상가에 들려, 베네수엘라 콜롬비아 프랑스에서 왔던 학생들을 만났던 날, 여행계획이 없던 손님분들을 잠깐이나마 투어 시켜주겠다고 달맞이로 향한 그날.

다 같이 택시를 타고 달맞이로 가, 갤러리에 들려 전시를 관람하고 비비비당이라는 유명하고 멋드러진 한국전통찻집에 가서 차도 한잔씩 마시며 시간을 보냈는데 다들 너무도 좋아라 했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시간을 보낸 뒤, 셀린언니와 남편분은 집으로 가려했는데 마침 그들이 묵고 있던 숙소도 근처여서 함께 숙소와 집 쪽으로 향했고, 그렇게 헤어짐이 아쉬웠던 외국학생들이 모두 셀린언니네집에 초대받길 원했던 것이다. 잠시간 망설였던 셀린언니는 흔쾌히 그렇게 하기로 했고, (언니는 결단코 아무나 집에 들이지 않는다! 그래서 언니가 그들을 흔쾌히 초대했다는 말을 듣고서, 언니도 정말 그들이 좋은 친구들이라고 생각했구나! 느꼈다. 그 상황이 또 얼마나 사랑스럽게 느껴지던지!) 그들은 모두 언니의 집에서 새벽 내내 와인을 마시며 대화를 이어갔다고 했다. 먼 이국에서부터 챙겨 온 아끼던 와인 한 병을 언니에게 선물로 건네었고, 가지고 있던 와인들도 챙겨가, 새벽 네시가 다 되어서까지 밤새 대화를 나누었는데 패션과 뷰티 쪽으로 깊이 일했던 셀린언니와 우리나라 가장 큰 대기업에서 높은 커리어를 쌓고 계셨던 남편 두 분이 함께 하니, 학생이었던 그들의 질문이 끊임이 없었던 모양이다. 내가 아는 셀린언니와 남편분은 알고 있는 것을 최대한 성심성의껏 열정 넘치게 대답해 주실 분들이었고, 역시나 상상과 다르지 않게 그런 시간들이 결국 새벽까지 이어졌던 것이다. 그것이 힘들지는 않았냐는 나의 질문에, 두 분 다 너무 즐거웠다고 하셨다.

“그 친구들 정말 똑똑하고 멋진 친구들이에요. 그 나이에 얼마나 호기심이 많고 궁금한 게 많겠어요. 우리가 알려줄 수 있는 것들은 열심히 알려줬고, 우리도 즐거운 시간들이었어요.”

그리고 다음날에도 만나, 템플을 투어 시켜주고, 노을을 함께 봤으며 사진을 찍는 취미가 있던 언니의 남편분께서 그들을 사진으로 남겨주었고 다음날 헤어지는 마지막 순간에는 다들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그 모든 과정들을 들으며 머릿속으로 그려보니, 나도 꼭 함께 여행을 다녀온 것만 같았다. 얼마나 큰 즐거움이고 행복이고 소중한 인연이었을까?

그리고 며칠 뒤 카페계정에 그들에게 인사를 건넸고, 그들은 엄청나게 긴 텍스트로 정성을 다해 인사말을 건네왔다.

"Magic place!"

그리고 그중에서도, “magic place”라는 문구가 내내 내 눈에서, 머릿속에서, 마음속에서 사라지지 않아 깊은 여운으로 남았다.

언니에게 그 긴 여행기를 들었을 때, 언니가 그 얘기도 해주었던 걸 기억하고 있었는데 다시 한번 친구들에게 그 문장을 건네 듣게 된 것이다.

“귀은씨. 그들이 귀은씨 얘기도 많이 했어요. 정말 좋은 사람인 거 같다고. 그리고 이렇게 우리가 만난 것도 결국 몽상가 덕분이잖아요? 몽상가에 들리면 꼭 이렇게 재미난 일이 일어나요. 그리고 그들은 몽상가를 ‘magical place’라고 말했어요. 귀은씨랑 남편분 얘기도 나누구요. 그래서 저도 귀은씨 얘기를 좀 했어요. 다들 우리가 원래 알던 사이냐고 묻길래, 나도 카페에 들려서 손님으로 알게 된 사이라고 말했죠. 너무 즐겁지 않아요?”

좋은 손님과, 좋은 손님이 몽상가를 통해 깊은 인연을 맺었고, 각자의 나라로 돌아간 그들은 카카오톡을 만들어 셀린언니와 남편분까지 초대해 단체톡방도 만들었다고 한다. 그리고 여전히 그 대화창에서는 서로의 안부가 오고 가고 궁금한 질문들이 올라온다고 한다.

얼마나 즐거운 일인가.

그리고 이 즐겁고 재미난 일화로 인해 나는 이곳이 정말이지 마법 같은 공간이라고 느껴져서, 꼭 동화 속에 들어온 것만 같았다.


만화같고 동화같은 일들이 앞으로도 더 일어날 것만 같은 마법같은 기운들을 느끼면서ㅡ.


이전 02화 프랑스에서 온 10년 차 비건생활 부부, 그 멋진 인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