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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wi eun Dec 11. 2023

런던에 가야 할 일이 생겼다.

멋졌던 만남, 그리고 the vincent rooms 레스토랑

22년 7월 4일. 카페를 오픈한 지 사 주째가 되던 어느 월요일의 오후.

 날을 기억하고자 사진첩을 들추어 시간을 확인해 보니, 사진에 남겨져있는 시각은 오후 여섯  사십 . 그리고 뚜렷하게 기억하는  날이 어쩐지 정겹다. ​

가오픈을 시작했던 6월 8일부터 8월 6일 토요일까지 두 달간은 영업시간을 아침 여덟 시부터 저녁 일곱 시까지 두고 장사를 했었다. 평소 나는 워낙 아침의 시간을 좋아해, 이른 아침 집에서 따뜻한 커피를 내려 책을 읽거나 일기를 쓰거나 혹은 운동을 하거나, 혹은 카페에 들러 하루의 일과를 나만의 시간으로 시작하는 것이 나에겐 큰 행복이자 나 자신을 지켜내는 소중한 의식과 같은 것이었다. 매일같이 반복되는 조금은 무기력해지는 일상 속에서 나 자신을 잃지 않고 오롯하게 나와 나 스스로만이 대면하여 온전한 내 시간을 집중해서 마음껏 누릴 수 있는 유일한 시간. 하루의 시작을 알리는, 새로운 날의 출발을 알리는 아침이 나에겐 너무도 소중했기에, ‘내가 카페를 차리게 되면 꼭 나와 같은 사람들이 출근 전, 혹은 일상에서의 잠시간, 오롯하게 나에게 집중하고 여유를 가져다줄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다’ 늘 생각해 왔었다. 그리고 그렇게 생각해 온 것들이 너무도 당연하듯 오픈시간을 정해주었고, 나는 이른 아침 여덟 시에 카페를 오픈하게 되었다.


이 자리가, 그런 상상 속에 만들어진 자리였다. 이른 아침,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기 위해 발걸음을 옮긴 누군가를 위해- 그리고 정말 많은 이들이 홀로 책 한권을 끼고서 자리한 곳.


그리고 영업을 끝내는 마지막 시간은 곧장 정하지를 못하였는데 이유인즉슨, 어느 정도 가게를 운영해 봐야 어느 시간대에 사람들이 많이 찾아오는지 알 수 있고, 그것에 대한 어느 정도의 분석이 되었을 때 완벽하게 시간을 정하는 게 맞다는 판단에서였다. 직원이 있거나 큰 가게가 아닌 데다, 혼자서 운영을 시작하기로 마음먹었으니 내 체력이 최대한으로 허락되는 건 저녁 일곱시쯔음이 적당할 거라 생각했고나는 그렇게 저녁 일곱 시를 영업마감시간으로 정했다.

그렇게 두 달 동안은 영업시간을 아침 여덟 시부터 저녁 일곱 시까지로 정하여 운영을 해왔는데, 여름 성수기에 가게를 열었던 나는 그 두 달 동안 쓸 수 있는 모든 체력들은 거의 다 끌어내 동원해 쓰고 있었다. 그리고 바쁜 날이면 꼭 세-네시쯤 되어서 재료가 다 떨어진다는 것을, 조용한 날이면  꼭 세시쯤부터 손님분들의 발길이 뚝, 끊어진다는 것을 두 달 동안 가게를 운영하면서 충분하게 느낄 수 있었다. 그리하여 길고 긴 고민 끝에 8월 8일 월요일부터 (그 당시엔 정말 매우 매우 큰 결심이었다! 이것을 최종결정하기까지 무수히 많은 고민들을 지속했으며, 더 옳은 선택인지를 수없이 자문했으며, 그 길고 긴 고민에서 확신이 들어찼던 순간에는 일말의 고민 없이 용기를 내야만 했다. 앞으로의 가게를 위해, 그리고 가게를 더 좋은 방향으로 운영해 나갈 나 자신을 위해! *가게의 퀄리티를 유지하자면 영업자의 체력을 유지하는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가게 영업시간을 단축하기로 마음먹었고, 공지와 함께 나는 그 후로 아침 여덟 시부터 오후 네시까지의 영업시간을 지속했고, 이렇게 영업시간을 단축해서 운영해 온지도 벌써 일 년이 더 지나게 되었다.

그러니까, 내가 이 날을 기억하면서 (좀 더 정확하게 기억하기 위해 사진첩의 날짜와 시간을 먼저 확인하였다.) 시간을 확인하였을 때, ‘그래, 그런 시절도 있었지. 이 시간까지 영업을 하던 날도 있었지.’ 하고 그 나날이 떠올라 미소가 번지는 것이다.

이 날은 신기하게도 첫 손님들부터 오전 내내 외국손님분들로 만석이 되었던 날이었는데, 그 시간들을 거쳐 오후는 꽤나 조용했다.

‘오늘은 이렇게 고요하게 하루를 마무리하는구나’ 생각하며 라스트오더였던 여섯 시가 되기 십분 전쯤, 조금 서둘러 마감준비를 하려 움직이려던 그때 휴대폰으로 전화가 한 통 걸려왔다. ‘네이버가 곧 전화를 연결해 드립니다….’ 네이버 플레이스를 통해 걸려온 전화였다. 그 말인즉슨, 카페몽상가로 걸려온 손님의 전화라는 뜻이다..!

“거기, 카페몽상가인가요?”

“네, 맞아요!”

“거기 혹시 비건음식이 있는 건가요?”

“네, 있어요.!”

“영국에서 손님들과 같이 잠시 부산에 왔는데, 비건인 손님이 먹을 수 있는 게 없어서 열심히 찾고 있었어요. 저희가 총 네 명인데 여섯 시쯤에 도착할 거 같아요. 가면 될까요?”

“그럼요. 조심해서 오세요~!”

그래서 곧장 설거지에 들어가려던 움직임을 멈추고 재료들을 다시 한번 재정비하며 훑어보았다. 그리고 어떤 손님들을 만나게 될까, 두근거리며 손님들을 기다리고 있던 때, 여섯 시쯤에 맞춰 손님 네 분이 가게에 들어서셨고, 특히 한 손님께서 정말이지 에너지가 넘치는 모습으로 나를 맞아주셨다.

​​


매일같이 가장 먼저 만들던, 나의 유기농비건통밀100%브레드.
그리고 수제당근라페샌드위치


외국손님분들이 가장 좋아하셨던 와사비토푸샐러드_. 탄탄한 홈메이드 손두부에 정성이 들어가지않는 재료가 없었다. 식재료는 철에 따라 그때그때 구성이 바뀌기도 하며.

과카몰리와 비건통밀브레드, 당근라페샌드위치, 쉬림프샐러드, 와사비토푸샐러드와 커피, 따뜻한 티를 주문하셨고 네 분 일정상 시간이 꽤나 빠듯해 보이셨다. 그래서 주문을 받고 늦지 않도록 빠르고 분주하게 부엌을 돌아다녔고 이내 음식을 모두 내어드릴 수 있게 되었다. 식사를 하면서 손님분들 모두 정말 맛있다며 여러 말들을 건네주셨는데, 알고 보니 에너지가 넘쳤던 손님께서는 런던에서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계신 분이셨다! 레스토랑뿐만 아니라 런던에서 요리학교를 운영하며 학생들을 가르치고 계신 분이기도 하셨는데 열정 넘치는 모습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온몸과 표정으로 취할 수 있는 표현은 다 가지고 얘기해 주시는 듯, 당근라페샌드위치와 토푸샐러드가 너무 맛있다며 두부는 직접 만든 것인지, 손두부인 건지, 소스는 어떻게 만들어진 건지 여러 가지를 물어오셨고 비건통밀빵도 입맛에 딱이라며 이 음식들을 런던에서 팔아도 너무 멋질 거 같다며 이렇게 신선한 음식을 먹으면 기분이 좋다는 말까지 덩달아 건네오셨다. 그중 비건이었던 손님은 한국출장 중에 함께 오게 된 런던손님이셨는데, 한국에 와서 보니 먹을 수 있는 음식들이 너무 한정적이었고 들릴 수 있는 가게가 없더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이곳을 찾게 된 것이 너무 반갑고 행복하다며 공간에 대한 칭찬도, 음식에 대한 애정도 너무 사랑스럽게 표출해 주셨다.  그것이 너무 감사하고 신이 났던 나는, 손님과 ‘비건’에 대해, 그리고 ‘음식’에 대해, 영국과 한국의 식문화에 대해 정말 많은 대화들을 주고받았다. 대화 내내 모두가 에너지 넘치는 시간들이었고 그것이 꽤나 즐거우면서 유익하고 센세이셔널했던 나는 그렇게나 신이 났던 것이다. (새로운 인연을 통해 내가 알고 있던 세상이 더 넓어지는 경험은 언제나 환상적이고 설레인다. 모르던 세상을 하나 더 알게 되는 것은 기쁨이고 여행이다. 그 순간을 이 날, 마음 맞는 사람과 함께 더없이 가득 즐겼던 것 같다. 대화 속에서 손님도, 나도 즐거움이 점점 더 배가 되는 것을 느꼈다. 서로가 서로에게 시너지가 되어 줄 수 있다는 것은 또 얼마나 큰 기쁨인가!)


건설적이고 에너지 넘치던 기나긴 대화들을 지나, 손님분들은 다음 일정을 위해 급히 자리를 일어나셨고, 나가시는 길에 내게 명함 한 장을 건네주셨다. 정말 예상치 못하게 받아 든 명함이었다.

“다음번에 런던에 놀러 오게 되면 꼭 한번 들려요!”

“정말 그럴게요! 런던에 가게 되면 꼭 들릴 곳이 하나 더 생겼네요!!!”

그리고 늦어진 퇴근길이 전혀 고되지 않고 되려 설렘만 가득하던 저녁날이었다.

명함을 손에 꼬옥 쥐고 몇 번을 보았는지 모른다.

[풍선이 순식간에 하늘 위로 붕붕 떠올라 가듯이ㅡ 들뜨고 설레고 가슴이 두근거려서 주체할  없을 만큼 신이 났던  날의 ,  날의 감정,  날의 순간이 주던 기나긴 설레임이 아주 진하고 생생하게 남아있다. 그래서  날의 나를 떠올리면 어쩐지  순수하고도 깨끗한 설렘과 두근거림이 가득했던 내가 흐뭇해져서,  이날의 행복감이 너무도 뚜렷해서 지금의 나마저도 기분이 좋아지는 것일 테다.]


내가 이 날 그렇게 신이 났던 건, 식문화에 대한 가치관이 비슷한 손님을 만난 덕분이기도 했고, 알고 봤더니 전혀 다른 나라에서 요리학교와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있는 손님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 신기하고 놀라웠던 이유이기도 했고, 그런 분들이 내 음식과 이 공간에 대해 매우 호의를 표했다는 사실에 감격스러워서 이기도 했다.

그렇지만 그 무엇보다도, 가장 날 신나게 했던 건 이 모든 즐거움을 함께 나눴던 손님분들이 런던에서 오셨다는 사실.

남편과 내 친구들은 이미 한참 전부터 알고 있던 사실인데, 내가 가장 꿈꾸고 로망하던 도시가 영국, 그중에서도 런던이었기 때문이다.

몇 년 전, 하던 일을 그만두고 돈도 조금은 모아두고 시간적인 여유가 생기게 되었을 때, 가장 먼저 계획한 일이 ‘런던 한 달 살기’였다. 비행기 일정과 숙박, 그리고 한 달 동안 생활하며 다닐 수많은 서점과 카페들을 모두 계획해 두었던 것을 결국 코로나로 인해 모두 무산되어서 여태까지도 한번 가보지 못한 것인데, (결국 훗날 나는 손님분들의 지지에 힘입어 한 달간의 가게휴업을 내고 런던으로 향했다. 런던, 스위스, 이태리로.) 그것이 나에게 더 여운을 남겨준 듯이 나는 여전히, 아주 자주 런던을 그린다.

내가 사랑하는 빈티지문화가 가장 짙게 배어있는 곳이라는 점, 내가 사랑하는 서점들이 정말 많이 있다는 점, 컬러를 사랑하는 나에겐 더없이 멋드러져보이는 빨간색과 파란색의 조합이 도시 곳곳에 묻어있다는 점, 그 외에도 내가 이 도시를 한 번도 가보지 않았음에도 사랑하게 된 이유들이 수도 없이 많다. 내가 사랑하는 수많은 영화들이 대부분 영국영화라는 점, 그 배경이 되는 도시가 하나같이 꼭 런던이라는 점 등등이 나를 끊임없이 이곳에 대한 환상과 호기심과 사랑을 품어주었다.

그래서였을까,

런던에서 온 손님들과 나눈 이 대화들은 나를 더없이 설레게 했고 멋지고 즐거운 또 하나의 상상그림을 펼치게 해 주었다.

언젠가 런던에 가게 되면 이번엔 ‘요리사이자 가게 주인이 아닌’ 내가 이방의 ‘손님’으로 찾아가, 한국이라는 먼 나라 그중에서도 부산이라는 도시 속 자그만 카페에서 만났던 런던의 ‘손님’을 ‘요리사이자 주인장’으로 맞이하며 그들의 음식을 맛보게 된다면 그건 더없이 멋진 일일 거라고 확신했다! 상상만 해도 신나는 일 아닌가! (이 날 이후 내가 이 상상을 실제로 얼마나 자주 했는지! 이 상상이 나를 얼마나 많은 순간 설레임 속에 빠져들게 해 주었는지!)

그리고 나는 여전히 가끔 이 순간이 생각날 때면, 상상한다.

‘언젠가 런던에 여행을 가게 되었을 때, 이 명함을 손에 쥐고 구글맵을 따라 레스토랑에 가보아야지.

그리고 그곳에서 다시 손님을 만날 수 있게 된다면 몽상가에서의 만남을 추억해야지. 그리고 그 순간을 다시 멋지게 기억해 두어야지. 멋진 음식과 공간에서 사진도 꼭 남겨두어야지.

그렇게 멋진 여행의 순간을 런던에서 맞이해야지.’ 하고.



그리고 이 날 이후 나는 정말 많은 영국친구들을 몽상가에서 만났고, 내가 런던으로 가게 되었을 때는, 아쉽게도 결론적으론 이 레스토랑에는 들리지 못하게 되었지만 내가 이방의 손님이 되어 런던의 작은 골목골목 카페 사장님들과 깊고 얕은 인연들을 주고받기도 하였다. 훗날 아기를 임신하게 되어 가게를 혼자 운영하는 것에는 무리가 있겠다는 판단 하에 폐업을 결정했을 때는, “please don’t tell me you are closing your business..! Is everything ok with you?” 라며 진심의 아쉬움과 걱정을 드러내며 내게 연락을 주어 감동을 주기도, 씁쓸하면서 그 마음에 고마운 내 마음 얹어 스리슬쩍 행복한 미소를 만들어주었던 곳이 런던의 자그만 카페였다.

그러고 보면… 지구, 우리의 세상은 참으로 넓고 광활하게 크지만 결국 다 어떤 남모를 끈들로 연결되어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우리의 삶이라는 것이 결국은 다 하나하나 연결되어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

그럼에 있어서 몽상가는 참으로 많은 연결고리가 되어주었구나, 많은 나라들과 많은 사람들 사이에 멀고 먼 거리가 아주 가깝게 느껴지는 곳이 여기였구나, 싶다.



[런던에서의 이야기]


가게를 운영한지 일년이 조금 덜 되었을 쯔음, 너무도 힘든 일이 있었다. 가을부터 시작된 건물 누수문제로 몇 번이나 전기가 떨어지기도 했고 잔잔한 공사를 진행해야 했던 날들을 지나쳐, 급기야 부엌 천장이 다 무너지고 그로인해 비싼 커피머신기마저 고장나 대공사와 대대적인 수리가 필요했던 시기, 어떻게든 아프고 힘든 일이 있어도 힘든 소리 한번 없이 꿋꿋하게 일주일 중 하루 휴무를 고집하며 바쁜 성수기도 다 지나와 쉬는 날없이 달려왔던 나인데 이런 일들로 긴 시간 휴업을 해야만 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가 힘들었고 어떻게든 해결하려던 나는 급기야 가게에서 쓰러지기까지 했었다. 계속해서 상황을 회피하던 건물주의 안일함과 무책임함이 나를 짓눌렀고 상황이 악화될만큼 악화되었던 것이다. 카페를 홀로 운영하며 정말 많은 순간들을 다 헤쳐왔지만 이때만큼은 심적으로 대처하기가 너무 많이 버거웠었다. 그리고 몇 개월이 지나 나는 말그대로 '방전'혹은 지칠대로 지쳐있는 상태였고, 그런 상태로 손님분들을 마주하거나 일을 대하고 싶지 않았다. 생기있는 상태로 가슴이 팔딱팔딱 뛰며 마음을 다해 일을 대하는 것이 언제고 내가 가장 가치롭고 의미있다고 여기는 태도였으니까_.


그래서 나는 한달이라는 꽤 길고 당돌한 선택으로 (그리고 그런 내 선택에 지지를 보내준 손님분들의 힘을 입어) 가게를 잠시간 닫고 먼 유럽, 영국과 스위스 이태리로 향했다.

홀로 멀고 먼 타국에서 시간을 보내면서 아주 많은 생각들을 하게 되었고, 내 마음을 들여다보고 치유해주는 시간을 가지게도 되었으며, 가게에 대해 조금은 여유를 가질 수 있는 마음가짐도 가지게 되었다.






런던에 도착해서 4일간은 도심에서 조금 떨어진 주택가에 에어비앤비로 한 가족의 집에 딸린 방 하나를 쉐어하며 그 동네에서만 지냈다. 정말 그 동네의 주민이 된 듯. 그리하여 그간은 동네에 있는 마트, 공원들, 작은 카페들을 전전하며 책을 읽고 생각을 하고, 걸으며 자연만을 벗삼아 지내었는데 그때에 아침에 들리던 작은 카페 중 한 곳이 이 곳, cup tales 이다. 이른 아침에 문여는 정답고 아담한 곳인데 아이들을 등교시키고 어머님들이 모여 서로의 안부를 묻기도 하고, 출근길에 마실 커피를 사는 이웃분들도, 노트북을 하러 온 동네 젊은이도, 강아지를 산책시키다 커피 한잔 손에 들러 오며 안부를 전하는 이웃이 오고가는 정다운 곳이었다. 그 모습이 참 아늑하고 정겨워, 한 자리 차지해 앉아선 고요히 커피를 마시며 그 모습들을 눈에 담고 있었는데, 내 성격이 어디 못가는 지라 어느새 내가 손님들, 직원, 사장님과 같이 대화를 나누고 있는게 아닌가.

나는 한국에서 왔으며, 현재 부산이라는 도시에서 작은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었고 우리는 정답게 서로의 sns를 주고 받기도 했다.

그리고 그로부터 약 6개월이 지나 임신을 했고, 카페 운영을 지속시키기에 무리가 있을거같다는 판단하에 폐업을 결정했을 땐, 그 소식을 듣고 곧장 연락을 주던 곳도 이 곳이었다. "제발 문닫는다는 말은 하지 말아줘..! 다 괜찮은거야?"

그 한문장에 모든 마음과 진심을 느껴받을 수 있었으니 내심 한켠 씁쓸했던 마음에 미소가 피어오르기도 했다.

말 한마디 한마디에서 느껴지는 마음에 참으로 귀중한 인연을 런던에서 가져왔구나, 생각했다.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언젠가 또 런던에 들리게 된다면 이 사랑스런 동네의 자그만 카페에 또한번 들려 안부를 전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당신은 이렇게 사랑스런 카페를 오래오래 이어가고 있으니 그 멋진 기운을 받아가는 것만해도 나에겐 행운이라고!


그때엔 아이와 함께 하지않을까?

그때에도, 나는 새로운 카페를 다시 열고 있을까?




아침 조깅을 벗삼던 런던에서의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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