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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wi eun Dec 26. 2023

이틀 뒤, 또다른 파일럿이 손님으로 왔다! 카이소개로.

멋진 조종사를 연달아 만난, 그날의 카페일기.

흐렸던 수요일은 차분하고 꼭 클래식 같은 하루였는데, 어제는 아침부터 오전 내내 만석으로 자리를 가득 채워주신 손님분들 덕에 비 오는 날의 경쾌한 재즈 같은 하루였어요. 어쩐지 저도 어제는 꽤나 리드미컬한 하루였구요! 그날그날의 분위기라는 것이 있나 봐요. 그건 아마 그날의 손님분들이 공간을 채워주시는 에너지의 농도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리고 정말 정말 너무너무너무너무 행복했던 이 날들!!!
한 월요일 아침에 첫 손님으로 홀로 찾아오셨던 손님이 계세요. 너무 맑은 미소와 얼굴로, 호기심 가득한 질문들이 이내 쏟아지던 손님. 손님의 이름은 ‘카이’였고, 알고 보니 중국계 싱가포르항공사 파일럿이었어요! 눈이 어쩜 그리도 맑으신지…. 대화를 나누는 내내 정말 정말 저까지도 맑아지는 느낌. 그런 느낌이었어요. ‘마냥 맑다는 느낌이 이런 걸까?’ 싶었던 손님. 근데 또 직업은 조종사라니요! 그 반전에 또 너무 멋있는 거예요. 아직도 잊을 수 없는 카이의 순수한 눈빛과 호기심, 맑은 영혼과 같은 모습이 자주 아른거려요. 무해한 행복을 마구마구 전파하는 사람 같았어요. 원래는 싱가폴과 한국 비행은 서울에서만 직항이 있었는데 이제 부산과 싱가폴 직항도 생겼다구요. 그래서 비행을 왔다가 하루가 남아서 보내다 가시는 거래요. 잠시나마 여행의 순간은 여유를 가져다준다는 카이의 말이 너무 달콤했어요. 그리고 너무 즐거웠던 우리는 사진도 한 장 남겼구요. 긴~팔을 뻗고 카이가 해맑게 찍은 사진을 이번엔 제가 건네받았습니다.
그리고 휴무인 화요일이 지난 수요일.
오후에 한 부부분이 들어오셨는데, 정말 신기하게도 두 분을 보자마자 자꾸만 카이가 떠올랐거든요? (다시 생각해도 참 신기해요.) 얼굴만 봐도, 얼굴에서만도 느껴지는 부드러운 에너지 같은 게 연신 오로라처럼 느껴지던 두 분. ‘너무너무 좋은 사람들 같다!!!’ 어째서 그 잠시만으로도 그런 걸 느낄 수 있었을까요? 내내 저에게 향하던 인자하고 호의 가득한 미소를 거부할 수가 없었달까요!
근데 재밌는 말을 들었어요. 두 분이 나가시는 길에 제게 다가와 너무 좋은 공간과 멋진 장소, 달콤한 음식과 노래, 당신이 있어 좋았다고(어쩜 이렇게 얘기를 해주실까요) 해주시는 거예요!! 그리고 알고 보니, 손님께서도 싱가포르 항공사의 조종사, 파일럿이었어요!!!
카이가 싱가폴로 돌아간 뒤, 다음 비행이셨는데 카이가 부산에 도착하면 이곳을 꼭 들려야 한다고 그렇게 말했대요. 저와 함께 찍은 사진까지 보내면서요!! 그래서 너무 놀랍고, 신기하고, 반갑고 또 그렇게 신나 버린 거 있죠. 정말 신기하지 않아요? 비슷한 사람끼리 함께 한다는 말이, 이렇게 아름답고 맑고 따스한 사람들에게 적용될 땐 더 아름답게 느껴져요. 어쩐지 카이가 떠오른다 싶더니…!

두 분은 몇 시간 안 남은 부산에서의 시간을 뒤로하고 다시 싱가폴로 돌아가신댔어요.

이틀 동안 싱가포르 항공사의 너무 멋지고 아름다운 두 조종사 분을 만나니, 뒤돌아서서 저는 뭘 했게요_.
바로 세계지도를 펼쳐서 싱가포르를 찾아봤어요. 이렇게 멋진 만남을 가지면, 그 인연으로 인해 그 나라도 궁금해져요. 멋진 사람들을 만났으니, 그 나라도 멋지겠지. 생각하게 되구요.

두 사진은 영영 기억할 거 같아요. 말로 표현하기 힘들 만큼 예쁜 마음과 에너지, 아우라를 가졌던 두 분과 카이.

그 순간을 추억하고, 기록합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봐요!:)
2023.09.15  


카이를 만나고 이틀 뒤, 그 뒷날을 일기처럼 남긴 카페의 sns글귀였다. 나는 매번 이렇게 카페에서의 인상깊었던 순간이나 잊고싶지 않은 소중한 기억, 그리고 손님들과의 추억을 꼭 남기곤 하였는데 그 순간이 얼마나 귀중하고 특별한지 알기 때문이었다. 다시는 오지 않을 만남, 다시는 오지 않을 순간. 행복한 순간은 몇번이고 다시 돌이켜봐도 좋으니까-.



카이를 만나고 이틀 뒤, 조금 바삐 움직이던 시각, 한 부부분이 가게에 들어서셨다. 어떻게 이리 상세하게 기억나는지 모르겠지만 다시 이 날을 돌이켜봐도 그들의 모습이 선명하게 떠오른다. 문을 옆으로 열며 들어서는 순간, 꼭 반가운 사람을 만난듯이 웃어보이던 미소, 그리고 이 공간이 재밌다는 듯 이리 저리 고개를 사방으로 동-그랗게 둘러보며 가게를 구경하던 두분의 모습. 그 얼굴에 한시도 떼어지지 않던 환한 미소와 입꼬리.


아무래도 외향은 너무도 달라, 카이를 연상시킬 방법이 없는 거 같은데 자꾸만 그 모습에 카이가 겹쳐져 보였다. 누구에게나 '아우라'라는 것을 느낄 수 있는 것은 결단코 아니고, 특정한 사람에게서 간혹 자체적으로 뿜어져나오는 아우라를 느낄 때가 있다. 대개는 그 아우라라는 것이 외적으로 뿜어져 나오는 때가 많지만 나는 그 사람의 기질이랄까, 품격이랄까, 그런 것으로 아우라를 가장 많이 느낀다. 그런데 그 '아우라'라는 것이 '선한 품격'에서 나오는 '아우라'라고 한다면, 그게 무엇일지 예상이 가는가?


그러니 이게 말로 표현하자면 참으로 애매하고 설명하기가 어렵다. '선한 품격의 아우라', '착한'아우라.... 그런 설명은 내가 느끼는 바에 발끝도 못미치는 표현이니 적절한 표현은 찾질 못하겠지만 여튼 굳이 말로 표현을 하자면 그런 아우라. 마냥 착해서 나오는 아우라가 아니라 그 사람의 품격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단단한 아우라라고 할까. 그저 선한 것이 아니라 그 선함이 만나는 사람에게 전파되는 느낌이랄까. '이 사람, 정말 멋진 사람일 거 같아.' 직감적으로 후욱- 하고 내 마음에 들어차는 사람의 아우라랄까.

"그게 도대체 무슨 말이야?" 할 수도 있겠지만 그런 사람이 있다. 느낌만으로도 압도시키는 '착한데 멋진 사람'

절대 그냥 가지거나 의식적으로 풍길 수 없는 멋짐. 세월이 쌓아서 만들어낸 그 사람의 품격같은 거랄까..

그걸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부터, 곧장 느낄 수 있었다.




이미 와계시던 손님분들의 주문이 조금 밀려있어 양해를 구하고 메뉴판을 먼저 건네드렸다.

한참을 지나서야 응대를 해드릴 수가 있었는데, '그 기다림 쯤이야 오히려 즐겁게 기다렸어요.' 하는듯이 두분 모두 너무 환하게 웃으며 손을 저으셨다. 미안하다는 나의 말에 재차 괜찮다시며.


그리고 음식을 주문하셨고 두분은 달달한 프렌치토스트와 음료 두잔을 선택하셨다. 바빠서 그동안 쌓인 설거지며 정리들을 해나가는 사이, 이전에 오셨던 손님분들이 하나둘 자리를 뜨셨고 곧이어 두분도 자리를 일어나셨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조심해서 가세..." 요! 하려던 찰나, 두분이 살포시 내게 걸어오신다.


"달콤한 음식과 노래, 그리고 당신이 있어 좋았어요."


세상에. 난 그들에게서 달콤한 사랑의 세레나데를 선물받은 기분이다!!


"앗, 너무 감사해요!!!"


내가 일전에 이들이 가게에 들어설 때 카이가 떠올랐다는 말을 기억하는가.

정말로 접점이 없을 거 같은 외향인데 말이다.

그런데 웬걸.

알고보니 이들은 카이의 동료, 같은 싱가포르 항공사의 또다른 파일럿이었다!!!!


너무너무 신기해서 눈이 똥!그래져서는 놀라워한 나를 두고 두분이 즐겁게 이야기를 이어갔다.

카이의 비행 뒤로 다음 비행조종이었는데(싱가폴에서 부산으로 오는) 카이가 이 곳을 적극추천하며 나와 함께 찍은 사진까지 보내며 (카이에게 받은 사진까지 내게 꺼내보이셨다.. 크큭) 연신 칭찬을 하더라는 것이다. '꼭 가봐야한다고..!'


세상에. 그래서 지금 이렇게 멋진 파일럿 분들을 연달아 만나게 된거구나, 내가!!


그래서 두분이 처음 가게에 들어서실 때부터 꼭 나를 아는 것만 같은 미소를 내내 지어보이셨구나! 가게에 들어설 때에, 메뉴판을 건네 받을 때에, 음식을 기다리는 동안에도, 식사를 하고 끝낸 다음에도 말이다.


너무도 즐거운 인연이 아닌가.

나에겐 이 날의 만남도 너무너무 사랑스러운 장면처럼 한 켠에 남아있다.



분명 가끔 부산으로 비행을 하고 시간이 남을 때면 추억처럼 이 곳을 들려주며 인사를 할 것 같은 세 분을 다시는 마주하지 못하고 응대하지 못한다는 사실이 아쉽고 또 속상하다. 받아든 연락처가 없어, 내가 얼마 안있어 가게를 닫게 되었다는 사실을 알려주지 못해 헛걸음을 만들어드리면 어쩌나 그것도 걱정이 되고 벌써부터 그런 상상에 미안함도 깃들었다. 분명 카이는 엄청 많이 아쉬워할텐데....


내가 부산에서 싱가폴로 여행을 가는 날이 있더라도, 그래서 카이와 두분의 항공사 여객기를 타는 날이 있더라도 조종사를 만날 일은 없겠지. 그럴 우연은 없을 테지. 생각하니 그 상상도 꽤나 아쉽다.


그래도 이 기억이 내게, 우리에게 재미난 추억거리로 남았으니 그것만도 얼마나 값진 인연인가 또 생각해본다.


그리고...

내가 이 멋지고 아름다운 조종사 두분을 만났음에, 그 즐거움도 남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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