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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wi eun Dec 11. 2023

스물 다섯의 일기

우리 엄마 1.




여덟 살의 기억이면 지금껏 살아있을 법도 한데, 희한하게 나는 정말이지 엄마가 기억나지 않는다. 아주 희미하게나마 기억하던 엄마의 얼굴도, 모습도, 추억도 이제는 그것이 나의 환상인지 실제 기억인지조차 모르게 되어버렸다. 기억이 바래고 바래서, 또 오랜 시간 기억하면서 스스로가 왜곡시키기도 하고 사라져 가는 것을 붙들어 매려고 또 다른 스토리의 살을 붙여 지금의 기억이 되었는지 모른다.

그래서 나는 이 시간들을 좋아하고 사랑한다.
 
엄마에 대해 또렷이 기억하는 이들의 기억 속, 실제 했던 엄마의 얘기를 듣는 이 시간들.





죽음을 몰랐던 나에게 엄마를 미처 애도하지 못한 채 떠나보내고 남겨진 건 불분명한 정체성, 혼란과 혼돈의 카오스, 오랫동안 뜻 모를 부재로 생겨난 만성적인 두려움 같은 것들이었다.

나는 늘 두려움을 안고 살았고 두려움에 갇혀 살았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을 실제 했던 꽃 같은 엄마를 떠올리며 하나 둘 지워나가는 것.


참 좋은 사람이었다며 엄마를 회상하는 사람들의 하나같은 표정들을 보는 것.

좋은 사람의 딸로 태어났다는 증명 의식.

그들의 묘사와 함께 내 마음속으로 그려보는 엄마의 포근함과 온기, 따뜻함을 느껴볼 수 있는 것.

그렇게라도 나의 엄마를 기억하고 상상하며 애도할 수 있게 된 이 시간들.

어릴 땐, 엄마의 죽음에 대해 혹은 엄마의 살아생전 모습에 대해 누군가가 얘기해 주거나 건네 들을 기회가 없었다. 엄마가 죽고 오랜 시간 동안 물리적으로 내 주위엔 가족이라고는 일주일에 한 번 들어올까 말까 한 아빠밖에 없었으니 당연할 터이고, 엄마의 죽음도 이해하지 못하는 내 앞에서 엄마를 회상한다는 것이 무의미하다고 어른들이 여겼을지도 모른다.


그런 나에게 언젠가부터 ‘이제는 컸으니,’라는 말로 사람들의 기억과 입을 통해 나는 엄마를 마주 대할 기회가 생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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