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없었던 것을 꿈꾸다

3D 프린팅혁명을꿈꾸었던청년들

by 이윤원




“이제 그만할까요?”



생애 첫 직장이자 첫 사업. 그래서 세상에 없는 것을 만들고자 했습니다. 그렇게 사업을 벌인 지 2년째에 접어든 2016년. KBS 별관 뒤 허름한 빌딩 4층에서 저희는 ‘실패’와 첫 번째 소개팅을 갖게 됩니다.


그로부터 2년 전, 30대 대표와 20대 창업 멤버 2명으로 구성된 저희들은 3D 프린팅 제조혁명 이야기에 푹 빠져 있었습니다. 비록 3D 프린터를 다뤄본 적도 없었지만, 이미 인터넷과 박람회에서 보고들은 정보들만으로 이 산업의 미래에 대한 확신에 차 있었지요. 아직 창조경제란 단어가 일상이던 시절, 그때는 그런 시기였습니다.



future-feat.jpg ‘3D 프린터로 돈이 복사가 된다고!’ ©MakerBot



당시 3D 프린터를 제조사들과 실리콘밸리 스타트업들이 그려 보인 4차 산업혁명의 미래는 찬란해 보였습니다. 그 화려한 소문에 눈이 먼 저희 세 사람은, 몇 번의 회동 만에 3D 프린팅을 기반으로 한 오픈마켓 서비스를 개발해보기로 뜻을 모았습니다. 그렇게 이상원 대표가 재직 중이던 모기업의 투자를 받아, 산업용 3D 프린터 1대를 달랑 들고서 ‘에이드 3D 프린팅 스토어'를 기획하기 시작합니다.


장비는 단출했지만 저희의 비전은 평범한 3D 프린팅 교육서비스를 만들거나 모델링 포털을 만드는데 머무르지 않았습니다. 바로 D프린팅을 매개로 디자이너와 고객이 1:1로 연결되어 물건을 사고파는 신개념 디자인 마켓 플레이스를 그리고 있었습니다. 그건 아직 세상에 없는 것이었고, 그래서 꽤나 특별했죠.



언젠가 ‘아침에 시작한 컵 디자인으로 점심쯤에는 3D 프린팅을 하고
그 컵에 커피를 내려 마시는’ 미래가 올 거니까요.


혁신의 판타지에 홀린 세 명의 청년은, 지금 생각하면 30년은 빠른 미래를 단, 1년 내(!) 현실화하겠다고 굳게 다짐하고 있었습니다. 단 두 달 간의 기획 정리 기간을 거친 후 단박에 법인을 설립하였습니다. 일사천리로 진행 된 창업은, 저와 제 친구에게는 원래 입사 예정이었던 회사와 진로까지 마다하고 내린 결정이었습니다.


20150709_제품상세페이지_수정2_01-01_ade소개.jpg 에이드 프린팅 스토어의 소개글 중 일부. ©THIRDSTAGE.



에이드는 디자이너가 3D 모델링은 업로드하고, 저희는 그 디자인을 3D 프린팅 하며, 고객은 저희 쇼핑몰에서 그 상품을 구매하는, 다이렉트 재능마켓 시스템을 갖게 될 계획이었습니다. 모델링만 업로드해도 디자이너가 제조자에서 유통자의 역할을 할 수 있는 원스톱 서비스였고, 특히 3D 모델링의 업로드만으로도 실시간으로 볼륨 계산과 견적이 가능한 서버는, 당시 저희만 기획하고 있었던 강점이었죠.


기획서를 들고 이런저런 업체들을 만날 때마다 저희 서비스에 대한 기대감과 칭찬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나오면 꼭 이용하겠다, 자신도 꼭 상품을 판매하고 싶다는 말 등등, 막 출발한 신인들에게 힘을 북돋아주는 격려들이 가득했지요. 여타의 스타트업들이 그렇듯이, 창작자인 저희들은 디자이너들의 불공정한 대우를 해결하고 세상의 부조리를 뒤엎을 서비스라도 개발할 수 있을 것(!)처럼 흥분하게 됩니다.



20151123_ade_fb_홍보이미지-005-개새갈매기색_02.jpg 에이드에서 판매되었던 개새의 초창기 버전. ©THIRDSTAGE.


평범한 직장에 다니던 때에 비해 연봉은 반 토막 나고, 휴일은 없어져버렸습니다. 하지만 불안정한 환경 속에서도 그 열정만큼은 활활 타올랐습니다. 그렇게, 기획을 해보지 않은 기획자, 디자인을 해보지 않은 디자이너, 그리고 업계 초보인 경영자가 최선을 다 했습니다. 수많은 경영 관련 비화에서 읽으셨겠지만, 저희도 처음에는 계산서 하나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할 만큼 엉망이었지요. 다른 이들도 그랬듯이, 초기 스타트업이 맞닥뜨리는 오만가지 고생들을 그대로 헤쳐 나갔습니다.




계절이 세 번 바뀌었고, 반년이 지났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우리는 기획안대로 구성한 3D 프린팅 포털사이트를 완성했습니다.


자신들의 비전을 최선을 다해 구현해 낸 이 초보 기획자들은 완성된 제품을 기대에 찬 눈빛으로 세상에 내보이게 됩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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