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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팽의 피아노 협주곡 1번

석운의 화요음악회 이야기 제21화, 낙엽은 폴란드 망명 정부의 지폐

by 석운 김동찬

낙엽은 폴란드 망명 정부의 지폐


낙엽은 폴란드 망명 정부의 지폐

포화에 이지러진

도룬 시의 가을 하늘을 생각게 한다.

길은 한 줄기 구겨진 넥타이처럼 풀어져....... (김광균의 추일서정 첫 부분)


화요음악회에서는 지난주에 쇼팽의 피아노 협주곡 2번을 들었습니다. 오늘은 그의 1번 협주곡을 듣기로 한 날입니다. 워낙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곡이라 좋은 연주도 많아 누구의 피아노 연주로 들을까 하며 음반을 고르던 중 문득 김광균 시인의 추일서정(秋日抒情)이라는 시(詩)가 떠올랐습니다. 별안간 이 시가 떠오른 것은 아마도 우크라이나를 침입한 러시아가 급기야 폴란드 접경 우크라이나 기지를 공격했다는 소식을 며칠 전에 들었기에 혹시 전쟁의 불똥이 폴란드까지 튀는 것이 아닐까 걱정이 되었기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폴란드에서 태어난 쇼팽은 피아노 음악 역사상 최고의 업적을 이룩한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입니다. 하지만 약소국인 폴란드는 항시 러시아로부터 박해를 받았습니다. 쇼팽이 음악의 중심지 오스트리아 빈에서 한참 활약하고 있었을 때 폴란드는 러시아에 대항해 혁명을 일으켰다가 잔혹하게 진압당했습니다. 이 와중에 러시아군은 쇼팽의 집까지 난입해 집에 있던 피아노를 때려 부숴 땔감으로 써버린 만행을 저질렀습니다. 이를 발견한 어린 쇼팽은 너무도 분해서 "하느님, 당신은 러시아인이십니까?"라고 일기장에 적었다고 합니다.


‘낙엽은 폴란드 망명 정부의 지폐. 포화에 이지러진......’으로 시작되는 김광균의 시(詩)를 떠올리며 지금 포화로 이지러지고 있는 약소국 우크라이나와 그 우크라이나의 난민을 받아들여 도와주고 있는 폴란드의 지나간 역사를 생각합니다. 또한 39살의 짧은 삶을 고국을 떠나 살 수밖에 없었던 쇼팽과 그가 그렇게도 사랑했던 조국 폴란드의 약소국으로서의 비애를 다시 생각해봅니다. 그런 운명과 상황 속에서 스무 살의 청년 쇼팽은 그가 두 번째로 쓴 1번 피아노 협주곡에서 무엇을 표현하고 싶었는지 오늘 같이 들어보겠습니다. (1번 협주곡이 사실은 2번 협주곡보다 1년 뒤에 작곡되었지만 출판이 먼저 되었기에 1번이 되었다고 지난주에 설명 드렸습니다.)


‘피아노의 피아노에 의한 피아노를 위한’ 음악가

‘피아노의 피아노에 의한 피아노를 위한’ 음악가라는 말이 성립된다면 이는 바로 쇼팽일 것입니다. 그렇기에 폴란드 출신 20세기 최고의 피아니스트 아르투르 루빈스타인(Arthur Rubinstein)은 “쇼팽은 그의 모든 인생을 피아노에 바쳤고, 우리 피아니스트들은 그를 피아노의 절대신(神)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그 어떤, 그 어느 작곡가보다도 훨씬 더 피아노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습니다,”라고 자신 있게 말했을 것입니다. 쇼팽이 작곡한 200곡이 넘는 작품들은 대다수가 피아노, 그것도 피아노 독주를 위한 것이었고 오로지 몇 곡만이 다른 악기를 위한 곡이었습니다.


피아노에 일생을 바쳤던 쇼팽이 협주곡은 두 곡밖에 남기지 않은 것을 의아해하는 분도 계시겠지만 피아노를 그렇게 사랑했기에 관현악과 어울려야 하는 협주곡보다는 독주곡에 더 노력을 쏟았을 것입니다. 이 두 곡의 협주곡을 작곡한 때는 그가 아직 고국 폴란드에 체재하고 있을 때로 앳된 청년의 티를 벗지 못했던 열아홉 살(2번) 스무 살(1번) 때입니다. 이 두 곡을 작곡하도록 영감을 불어넣어 준 사람은 쇼팽이 짝사랑하면서 말도 붙여보지 못했던 여인이었다는 이야기는 지난주에 이미 했습니다.


쇼팽의 피아노 협주곡 1번, op. 11

이 협주곡은 청년 때 쓴 곡이었기에 나이 들어서 쓴 작품들에서 볼 수 있는 내용의 깊이와 기교의 완전성이 조금 미흡해 보입니다. 그러나 청년 특유의 신선한 정서와 감각 그리고 열정이 그 미흡한 점을 보충합니다. 1830년 스무 살의 쇼팽은 이 협주곡을 작곡하기 시작하며 친구 티투스 보이체호프스키에게 ‘....... 낭만적이며 조용하고 우울한 마음으로 작곡했네. 즐거웠던 많은 추억을 환기하는 그러한 곳을 바라보는 듯한 인상을 주어야만 했네. 이를테면 봄날의 달 밝은 밤같이,’라는 편지를 썼습니다. 이 말속에서 그가 이 곡을 통해 표현하고자 하는 첫사랑 여인에 대한 애틋한 마음, 얼마 뒤 정든 고국을 떠나야만 하는 괴로움, 그리고 앞으로 헤쳐나가야 할 삶에 대한 불안을 엿볼 수 있습니다.


쇼팽이 이 곡을 작곡할 때에도 폴란드의 바르샤바는 정세가 지극히 혼란스러운 상태였습니다. 쇼팽의 가족은 그가 잠깐 고국을 떠나있는 것이 좋다고 결정했습니다. 고국을 떠나기 싫었지만 떠날 수밖에 없었던 쇼팽은 떠나기 직전인 1830년 10월 11일 바르샤바의 국립 극장에서 고별 연주회를 가졌습니다. 이 자리에서 그의 피아노 연주로 초연된 곡이 바로 이 1번 피아노 협주곡입니다. 연주회가 끝났을 때 친구들은 그에게 폴란드 흙이 담긴 은잔을 선물했습니다. 어쩌면 친구들은 쇼팽이 살아생전 고국에 다시 돌아오지 못할 것을 예견했기에 떠나는 그에게 고국의 흙을 선물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곡의 구성과 내용

쇼팽이 남긴 두 개의 피아노 협주곡은 모두 아름다움에 대한 새로운 차원을 제시하며 낭만주의 협주곡 양식에 새로운 지평을 마련하였다고 음악사가들은 입을 모읍니다. 그러면서도 피아노에 비해 약한 관현악을 단점으로 지적합니다. 이를 안타깝게 여긴 여러 작곡가가 관현악 부분을 보강해서 교정된 1번 협주곡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원곡 그대로 연주하는 것이 피아노의 아름다움을 살려준다고 생각하여 대부분의 연주자가 원곡대로 연주하고 있습니다.


모두 3악장으로 되어있으며 연주 시간은 약 35분입니다.


1악장 알레그로 마에스토소

관현악의 긴 서주에 이어 피아노의 아름다운 선율이 등장합니다. 사랑하면서도 말을 못 하는 쇼팽의 안타까운 마음이 선율 따라 피어나는 느낌입니다. 우울하면서도 로맨틱한 멜로디가 흐르다가 나중에 피아노가 찬란한 기교를 발휘하며 아다지오로 바뀌고 관현악의 합주로 끝이 납니다.


2악장 로만쩨 라르게토

눈물겹도록 우아하고 아름다운 녹턴 풍의 악장입니다. 약음기를 단 바이올린이 연주하는 서주에 이어 피아노가 칸타빌레의 주제를 연주합니다. 첫사랑 여인에 대한 쇼팽의 순진무구하며 애틋한 마음과 사랑하는 고국과 가족을 떠나야 하는 슬픔이 녹아들어 있는 악장입니다.


3악장 론도 비바체

곡의 분위기가 바뀌어 밝고 재기발랄한 이 악장은 폴란드 민속춤의 선율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후반부 호른의 팡파르와 피아노의 화려함에서 고국을 떠나는 슬픔과 첫사랑에 대한 미련을 떨치고 밝은 앞날을 기대하는 쇼팽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루빈스타인의 쇼팽 연주

쇼팽을 피아노의 절대 신이라고 말했던 Arthur Rubinstein은 그 누구보다도 쇼팽을 잘 연주합니다. 화요음악회에서는 그가 New Symphony Orchestra of London과 같이 공연한 연주로 들었습니다.



음악 감상 뒤 같이 본 하나님 말씀은 이사야서 9장 6절이었습니다

이는 한 아기가 우리에게 났고 한 아들을 우리에게 주신 바 되었는데 그의 어깨에는 정사를 메었고 그의 이름은 기묘자라, 모사라, 전능하신 하나님이라, 영존하시는 아버지라, 평강의 왕이라 할 것임이라


세상에는 영원한 평화는 없고 언제나 전쟁과 불안이 있습니다. 세상의 아무리 훌륭한 성군이나 지도자라도 사람의 힘으로는 온전한 평화와 안정을 이룰 수 없습니다. 이를 알고 계신 하나님께서 우리를 긍휼히 여기셔 한 아기를 주셨으니 그가 바로 평강의 왕이요 우리 주 그리스도 예수입니다. 코로나와 전쟁으로 불안하기만 한 이때에 우리가 믿고 의지할 분은 오직 한 분 우리 주 그리스도이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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