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나는 오늘도 가슴 위에 두 손을 모으고
다리를 구부려 이마를 바닥에 맞댄다
라일락 내음이 진동하던 어느 계절에
마음이 동하는 대로 온 세상을 떠돌며
바라마지않는 소망만 간절히 좇느라
사랑하는 이의 눈물방울을 외면하고
아버지의 주름이 하나 늘어나는 것도
자식 걱정에 잠 못 이룬 어머니의 밤도
차츰 잊어버린 어리석음에 통곡한다
카메라에 채 담지 못한 눈부신 미소와
타자기로 새기지 못한 배려의 언어가
파도에 치어 산산조각 난 지금에서야
하늘에 닿을까 모를 기도를 읊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