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장님이 '후빌'에서 겪은 기묘한 이야기|크리스마스는 마음에 있는 거야
자네, 혹시 출신이 어디인가?
(예, 저는 서울 토박이지요. 허허.)
그렇군. 혹시 내 출신을 알고 있나? 사실 나는 이런 곳과는 어울리지 않아. 여긴 너무 시끄럽고 복잡하고, 또... 마음이란 게 없어.
모두가 각자, 혹은 자신의 가족만을 위해 살아가고 있지. 온갖 이기심을 숨기지도 않고 말이야.
내가 고향 '후빌'은 달라. 매일 아침 이웃들에게 인사하고 중요한 날뿐만 아니라 가끔은 말 그대로 그냥 서로의 집에 초대해 식사를 대접하고 수다를 떠는 게 이상한 풍경이 아니지. 그렇다고 텃세가 심하다거나 눈치를 보는 것도 아니야. 진정한 '존중' 위에 세워진 '아름다운 공동체'지.
언제 내 한번 초대하지. 곧 크리스마스니 그즈음이 좋겠군. 마침 나도 고향에 내려가니 말이야. 크리스마스는 특히 우리 '후'들이 사랑하는 날이라고. 기대해도 좋네!
*줄거리 스포가 될 수 있습니다.
개인적인 해석을 토대로 가상의 인물을 다룬 이야기입니다.
| 그는 후빌에서 다양한 일을 겪고 들었다
| 기묘한 연휴를 끝내고 다시 회사로 돌아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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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좋은 아저씨 말투로) 김 인턴~ 어디 가?
(앗! 부장님! 예, 잠깐 커피 타러요... 혹시 필요하신가요?)
아니, 같이 가지.
(가끔 믹스 커피가 더 좋은 것 같아요. 캡슐보다. 하하...)
그러게 말이야. 크리스마스는 잘 보냈나?
(아 네! 잘 보냈습니다. 하하... 부장님께서는요?)
너무 잘 보냈지! 새로 알게 된 형님이 있는데, 그분 고향에 같이 갔다 왔어. 알다시피 나는 아직 결혼을 못했잖나. 심심하던 참에 잘 됐지. 좋은 경험도 했고.
자네, 혹시 '후'들이 모여 사는 마을, '후빌'을 알고 있나? 거기서는 크리스마스가 아주 중요한 날이더군. 어느 나라든 마찬가지지만 거기 사람들은 다른 누구보다 더 진심이야! 이날 하루를 위해 며칠간 모두가 마을과 집구석구석을 장식하지.
내가 운이 좋았어. 올해 크리스마스에 방문했을 때는 시장님의 추진하에 3배 더 큰 크리스마스 축제를 열기로 했네. 그래서 트리도 3배 크기로 공수해 왔지. 정말이지 적어도 13층 아파트 높이 정도는 되는 것 같았어. 모두가 깜짝 놀랐네, 설렘과 행복감으로 찬 충격이었지. 하지만 그 와중 트리의 웅장함에 다른 방식으로 압도된 한 명이 있더군. '그린치'라는 작자인데, 나는 '그 일'이 종료된 시점에서야 온몸을 초록색으로 칠한 모습의 그를 볼 수 있었어.
(네? 잘 상상이 안 되는데요? 비유적인 표현... 인가요?)
아니. 정말이야. 나중에 유튜브에 쳐 봐. 분명 어디 한 번은 나왔을 거야. 그런 비주얼이면...
어쨌든, 그의 정체는 아무도 제대로 알지 못해. 왜냐고? 어릴 때 부모로부터 버려졌고, 어느 순간부터는 산으로 들어가 모두를 배척하기 시작했다더군. 그에게 내밀었던 따뜻한 '후'들의 손은 거칠게 뿌리쳐졌지.
그는 특히 크리스마스를 싫어했어. 함께 저녁을 먹은 날이 있었는데, 스스로 얼굴을 붉히며 말하길 -아, '그 일'이 있은 후에는 초록색 페인트를 지웠어. 다행히 사람은 맞더군. 털이 좀 많긴 하지만- 스스로는 증오 이상으로 싫어했다더군? 어쨌든 그는 조금 떨어진 산속에서 홀로 살았었는데, 거기서도 보이는 거대한 트리가 들어섰을 때 결국 그는 스스로를 붙잡지 못했던 게야. 그는 그걸 부숴버리고 싶었어. 아니, 크리스마스를 아예 '후빌'에서 없애버리고 싶었다더군.
놀랐던 것이, 그가 기계를 다루는 솜씨는 대단하더라고. 각종 신기한 장치를 만들어 순식간에 25일 새벽, 모든 집의 장식과 선물을 약탈해 버렸지. 그리곤 아침 해가 뜰 때쯤 높은 언덕에 올라갔어. 약탈품들을 절벽 아래로 버리는 장소이면서도 '후'들의 크리스마스가 절망으로 녹아내리는 광경을 선명히 지켜볼 수 있는 최고의 전망대였거든.
하지만 뭔가 잘못 돌아가고 있는 걸 알아차리기까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을 거야. 원래는 아름답게 빛나고 있어야 했을 트리의 껍질만이 몇 조각 뒹굴거리는 터에 사람들이 하나 둘 모이기 시작했거든. 캐롤을 부르며 말이야. -그 캐롤은 나는 들어보지 못한 노래인데, '후'들의 전통적인 크리스마스 동요라고 하더군- 그러고는 아무런 장식이나 선물 없이도, 마치 원래 크리스마스란 그런 것이라는 것 마냥 즐겁게 그들의 12월 25일을 즐기기 시작했어.
(그냥 거기서요? 부장님도 같이요?)
응. 허허. 나도 처음에는 뭔가 싶었어. 그런데 금방 즐거워져서 아이처럼 막 빙글빙글 돌면서 놀았네. '후'들은 알고 있었던 게야. 크리스마스는 반짝이 장식이나 선물에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을. '마음'에 있는 거지. 크리스마스의 진정한 의미는 이웃들과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교감, 결속, 그런 것뿐이었던 거야. 어쩌면 예수의 탄생은 명분에 불과할지도 몰라.
후들이 그럴 수 있는 건 모두에게 그 '마음'이란 게 있기 때문이지. 남을 사랑하는 마음, 그전에 나를 사랑하는 마음. 거기서부터 출발해야 남을 사랑할 수도 있는 거야. 왜냐고? 나를 먼저 알고 사랑하지 않는 사람은 관용을 베풀 수 없거든.
후들은 그런 사람이라서 그들의 일상이, 크리스마스가 그런 모습일 수도 있고, 어쩌면 크리스마스를 그렇게 보내기 때문에 그런 사람이 되는 것일 수도 있지. 허허.
나는 이번에 확실히 느꼈네. 결국 마음이라는 걸. 모든 게 여기에 달렸어. 짜증, 미움, 증오 같은 감정도, 크리스마스 같은 기념일도, 과제, 업무, 성과, 진급 같은 일도. 뭐, 그래도 일단 살아야 하지 않겠나. 오늘도 내일도 각종 스트레스와 업무에 치이고, 온갖 주체할 수 없는 감정이 소용돌이치겠지. 허나 어쩔 수 있겠나? 그 또한 내 마음의 한 부분인 것을. 중요한 건 '내 마음'을 찾는 거야. 그러다 보면 결국 나도, 남도, 일도, 공동체도, 결국 모든 걸 포용할 수 있을 테지.
올해 자네의 크리스마스는 어땠나?
사랑하는 이웃들과 행복한 시간을 보내었나? 연인이나 가족과 와인을 곁들인 스테이크를 먹으러 간 식당에서 서빙이 느리단 이유로 화를 내지는 않았나?
뭐, 개인적인 일이지만 나는 탄내 섞인 고기에 실망을 하기도 했네. -'후'들의 요리는 보기엔 좋은데 맛은 꼭 그렇지는 않더군- 하지만 곧 나 같은 외지인이 크리스마스를 더 즐기지 못하게 한 것에 진심으로 미안해하는 '후'를 보고 그렇게 생각한 내가 너무 부끄러워졌지.
나는 아직 갈 길이 멀어. 그래도 '후빌'에서 돌아온 후로 끊임없이 되뇌는 문장이 하나 있네. 저런 바보 같은 생각이 머릿속에 떠오를 때마다 되뇌는 말이야. 자네도 한번 생각해 보게. 금방 자네의 마음에도 울림이 있을 거야. 알려주지,
"크리스마스는 마음에 있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