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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준 Mar 21. 2020

내가 글을 쓰는 이유



짬만 생기면 노트북과 책을 들고 커피숍으로 달려가기. 좋아하는 라떼 한 잔에 의지해 뭐라도 써보려 하기. 오랜 습관이 됐다. 대부분은 나의 감정에 관한 것들을 쓴다.

사람들 저마다 자신의 감정을 처리하는 방식이 있을 것 같다. 내겐 그것이 쓰기였다. 수다 떨기, 맛있는 것 먹기, 운동, 걷기 등도 확실히 도움이 되고 그런 활동들 후에는 기분이 조금 좋아진다. 하지만 그것들이 내 내면의 감정까지 정확히 깊숙이 들여다보게 해주진 못한다.


6학년 때부터였을까, 줄곧 일기를 써왔다. 그저 마음 안에 일어나는 일들을 써내려갔다. 주로 마음이 시끄럽거나 무언가 꽉 막혀 있는 것 같을 때 일기장을 펼치곤 했다. 스스로가 뻔히 느끼고 알고 있는 감정들, 굳이 힘들여 또 적을 필요가 있을까 싶다가도, 적고 나면 달랐다. 시원했고 정리가 됐다. 또 새로운 생각을 하게도 했다. 다른 누구도 아닌 스스로에게 마음을 쏟아내고 나면 한결 기분이 가벼워졌다. 그렇게 나는 내 안에 부유하는 감정을 해소하는 과정이 늘 필요한 사람이었다.


일차적으로 내게 글쓰기는 나의 감정을 다스리기 위한 행위다. 어릴 적 오랫동안 일기를 썼던 이유, 지금도 틈나면 노트북을 펼쳐 뭔가를 끄적이는 이유, 크게 다르지 않다. 가벼워지고 싶어 글을 쓴다. 표현하고 싶고 소통하고 싶고 나아가 출판도 하고 싶지만 그 마음에 앞서 우선은 나를 위해 쓴다. 내게 글쓰기는 내 마음을 제대로 마주하는 일, 내 마음이 하는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들어주는 일, 그 마음들 정성스럽게 돌봐주는 일이다.


생각하지 않으려 해도 제일 많이 생각하게 되었던 것들, 오랫동안 내 마음을 차지했던 생각들, 마주하는 것조차 버거워 피하려 했던 감정들, 하나하나 솔직하게 들여다보며 정리해 보고픈 마음들, 그리하여 이제는 보내주고픈 마음들. 하나하나 훨훨 펼쳐서 쓰고 싶다. 그럴 때 나는 조금 더 가벼워지는 것만 같다. 좀 더 행복해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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