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은준 Mar 18. 2020

머리보다 몸이 먼저 움직이던 때

'생각'보다 '행동'으로 움직였던 나의 이십대



나의 스무 살, 스물하나는 음악이 전부였던 시간이었다.

과생활보다 밴드 생활에 열심이었고, 취업을 위한 스펙 쌓기보다 내가 완곡하고 싶은 곡을 따는 게 목표였던 시간들이었다.1학년을 마치고 활동기수로서의 밴드활동에 전념하기 위해 1년간 휴학까지 했던 시간..


주변 사람들은 그런 나를 신기하다 했다. 취업준비도 아니고 어떻게 기타 친다고 1년 동안 학교를 쉴 수 있냐고. 그때의 난 나의 선택이 그냥 당연하게 느껴졌고, 남들이 뭐라 하는 것에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리고 삼십대 중반이 된 지금, 이따금 그때 생각을 하면서 놀라하는 나를 본다.


그 이년 동안, 내 머릿속이 너무 단순했던 것 같아서.

음악이라는, 한 대상에 나의 시간, 돈, 열정을 다 쏟았던 경험이 너무 순수하게 느껴져서.

스물, 스물하나라는 시간이 그렇게 나를 만들었을까. 그때가 아니었다면, 그렇게 무언가에 푸욱 빠져 올 인할 수 있었을까. 나이가 점점 들면 들수록 ‘푹_ 빠진다는 것’이 어려워져만 갔다.


그래서 그때의 그 시간들이.. 스펙도 못 쌓고 기타나 치는 내가 바보 같고 왜 그렇게 어리석었나 싶으면서도 이상하게 그때의 내가, 난 왜 좋냐.


지금도 여전히 음악이 좋고, 기타연주에 심장이 뛰고, 락을 좋아하지만 그때 그 시절만큼의 열정은 없다. 집에 있는 기타를 안 꺼낸 지도 몇 년이 지났고 노래를 잘 찾아듣지도 않는다. 이따금 까페에 우리가 연주했던, 즐겨들었던 음악이 나오면 아련한 기억에 잠시 추억에 잠기는 게 다다.


내게 음악적 재능 또한 그닥 없다는 걸 알아서

연습에 투자한 시간 대비 결과물이 극히 적다는 걸 알아서 음악에 대한 열정이 점점 사그러져 갔는지도 모른다.


한창 밴드 하던 그 당시에도 내게 음악적 재능은 크게 없다는 걸 모르지 않았다. 근데 그때는 그런 것 따위엔 신경을 안 썼다. 그냥 음악하는 게 좋았다.

기타연습에 매진한 시간이 나의 미래를 보상해 주지 않아도, 밥 먹여주지 않아도 내게 재능이 1도 없어도 그냥 할 수 있었다.


그래서 그게 참 신기하다. 생각 더럽게 많고 몸보다 생각이, 머리가 수십 수백 수천번 고민한 뒤에야 비로소 발을 내딛는 성격이면서, 그 때는 전혀 그러지 않았다는 게. 누가 시켜서, 의무감에 한 것도 아니고 그냥, 했다. 내가 좋아서.

해보고 싶어서. 한 곡 한 곡, 멋지게 잘 연주해내고 싶어서, 차곡차곡 모은 플레이리스트 속 노래를 일시정지 되감기 재생을 반복해가며 한음 한음 바보같이.



지금 내게 그 모습은 없다. 충분히 할만큼 해봤기 때문에 미련이 없는 거일 수도 있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난 지금, 어디에 매진하고 있을까, 음악과 기타에 쏟았던 에너지가 이제는 내게 없다면, 그 에너지들이 향하는 방향은 어느 쪽인 걸까 지금은.

작가의 이전글 그놈의 자존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