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아무 날도 아닌데 남편이 꽃을 선물했다. 너무 예뻐 더 시들기 전에 이렇게도 찍어보고 저렇게도 찍어 남겨보는나.
꽃, 무용하고 아름다운 것 중 베스트가 아닐까. 완연한 봄이 오면서 길에 핀 벚꽃과 목련을 보면서도 그런 생각을 했다. 꽃잎을 보기 위해 고개를 올리면 새파란 하늘색과 은은한 연분홍꽃잎의 색이 어찌나 잘 어울리는지, 눈에 담는 것 밖에 할 수 없다는 게 아까울만큼. 꽃으로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그저 바라보고 향기를 맡는 것 밖에는. 어쩌면 그런 '무용하다'는 것이 꽃이 가진 매력이고 아름다움이겠지. 며칠만 지나면 꽃잎은 지고 바닥에 흩날릴테고, 꽃의 일은 그것으로 끝났다는듯. 자기의 일을 다해냈다는 듯이. 그렇다면 나의 할일은 분명하다. 온 몸 다해 꽃이 필 동안 열심히 눈에 담는 것, 자주 향기를 맡는 것. 짧지만 아름다운 이 봄을 최대한 누리는 것.